갈팡질팡하는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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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는 건설업계
  • 임철의
  • 승인 2003.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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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분양 원가 공개해야 한다” 주장
노대통령 “후분양제도 검토하라”

‘소비자 문제를 요구하는 시민의 모임’ 등 소비자단체들이 새 정부에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 이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최근 건설업계가 분양가를 지나치게 인상,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98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505만원에 불과하던 서울지역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지난해에는 867만원까지 치솟았다. 청주도 최근 500만원선에 다다랐으니 거대도시 서울과 불과 5년의 시차밖에 나지 않는다.

청주도 평당 500만원 시대 돌입

4년전 분양된 분평동 현대대우아파트는 37평형이 1억1000만원에 분양돼 평당 300만원선이었고, 최근 현대산업의 I파크 아파트 30평형대는 평당 400만원, 80평형대는 600만원에 분양됐다. 더구나 토지공사가 개발하는 산남지구는 이보다 더 높아져 30평형대의 평균 분양가가 500만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분양가를 잡기 위해 당초 분양가 규제를 주장했었지만, 규제가 시장경제에 역행한다는 건설업계와 건설교통부의 ‘신자유주의’적 반론에 부닥쳐 분양원가 공개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소비자모임은 “업체들이 분양가를 주변시세에 맞춰 책정, 대지비 건축비를 역으로 끼워 맞추고 있다”며 “원가 공개는 소비자의 알 권리로 분양가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캇라는 입장이다. 건설업체가 막연히 ‘최고급 자재 사용’ 같은 표현을 쓰지 말고 얼마짜리 어떤 자재를 사용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용면적, 계약면적, 공급면적 등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아파트 면적 표시방법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

분양가 산정 고무줄아니냐” 반발

그러나 이런 요구에 건설업계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세상의 어떤 국가에서도 주택의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 더러 가격은 시장 자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자동차 등 다른 제품은 전혀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데 유독 주택에 대해서만 원가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는 지금의 선분양 제도를 후분양 제도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선분양 제도는 주택구입자나 건설업체 모두에게 당장 ‘목돈’을 들이지 않고도 집을 마련하거나 공급을 가능케 해 준다는 점에서 일장점이 있는 게 사실. 반면 주택건설업체로서는 자기 돈 없이도 단 한 건의 사업성공으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어 건설업체의 난립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사 도중에 업체가 도산할 경우 분양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는 부작용을 낳아왔다.

업계 “왜 주택만 공개하라고 하느냐”

그런만큼 후분양제도는 선분양제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장점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건설업게에서는 “관련제도를 급격히 바꿀 경우 업계의 자금난을 심화시키는 등 직격탄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원가 상승을 부채질,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후분양제도가 확정되기 이전에 사업을 서둘러 마치고 건설업에서 손을 떼는게 낫겠다”며 미래를 불안해 했다.
한편 거품론과 관련해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아주 이색적인 주장을 폈다. 이 주장은 거품론은 인정하지만, 거품론을 일으키는 근본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는 점 때문에 주목을 끈다.

“공기업·지자체가 땅값 뻥튀기”

업체들은 “주택공사 토지공사 지방자치단체 등 택지를 거의 독점적으로 개발-공급하는 쪽에서 땅 분양가를 터무니 없이 인상하고 있는 데 이것이 아파트 분양가 상승과 거품을 초래하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업계도 “2년여전 분양된 용암2지구의 아파트용지 분양가는 130만원대에 이르렀는데 산남지구는 180만원으로 책정, 불과 2년만에 같은 청주지역의 땅값을 약 40%정도나 끌어 올린 셈이 됐다”며 “용암과 산남지역의 수용토지 보상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가가 갈수록 수직 상승하며 물가불안을 부추기는 데에는 건설업체에 앞서 토지공급을 독점하는 공기업과 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이기주의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땅장사를 하는 공기업과 자치단체부터 비판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땅값 상승분보다 훨씬 높게 아파트 분양가격을 올리는 일부 얌체 기업들도 문제 아니냐”며 “이런 점에서 보면 실수요자를 울리는 투기세력도 제거돼야 할 대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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