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명경지수로 위상과 품격 지닌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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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명경지수로 위상과 품격 지닌 곳’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07.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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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청주 가로수길
   
 
  ▲ 권상준
청주대 조경학과 교수·이공대학장
 
 
예로부터 선조들은 그 고장의 경관을 쉽게 인식하고 널리 알리기 위하여 고장의 100경 혹은 8경 등을 명명해 왔다. 시대를 넘나드는 문장가들은 그 경관에 대한 시적 변용을 통해 스스럼없이 심미적 소재로 택했다. 본지는 이번호부터 권상준 청주대 조경학과 교수(이공대학장)의 ‘청주 8경 예찬’을 싣는다. 그림은 권 교수가 직접 스케치한 것이다.

청주시의 대표적 경관은 자연, 시가지, 역사문화, 조형 및 풍물 경관 등으로 구분된다. 각 경관 부문에서 회자되는 경관을 중심으로 전문적 분석을 거쳐 새로운 의미에서 청주 8경을 선정한 결과, 제1경은 어김없이 가로수길 이었다.

가로수길은 청주의 중심적 나들목으로 관문적 통행도로(36번 국도)이다. 가로수길의 가로공원 혹은 녹도의 대상은 죽전교에서 경부고속도로의 청주 나들목까지 6,0 Km 선형의 공간이다. 1952년부터 녹화계획의 일환으로 플라타너스 묘목 1600 본중 1381 그루가 남겨져 있었다.

1999년부터 1088주의 가로수를 보전하기 위한 사업이 전개되었으나 최근 진출입 차로의 선형과 선로 위치결정에 대하여 청주시 안(중앙에 도로 개설안)과 시민단체 안(중앙 녹도화 안)간의 견해 차이로 가로 공원(녹도)화 사업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가로수길의 경관 요소는 도로, 나무, 하늘, 주변 푸르름 등으로 구성된다. 가로수길의 경관가치는 청주 내방객의 연속적 시각 경험에 더해지는 청주의 상징적 감흥과 청정성을 유발하는 수목의 관상체에 있다. 관찰자가 청주 시가지로부터 진출입하는 도로의 중앙부 및 양 측면에 3선으로 열식된 버즘나무로 형성되는 가지나 나뭇잎 터널의 연속체에 대한 시각적 경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푸른 청주 이미지에 부합되는 도시경관적 특이함을 보게 된다.

   
 
  ▲ 권상준 교수가 스케치한 2007년 7월의 가로수길.  
 
   
 
   
 
가로수길에서의 시각적 연속체는 다섯 번에 걸친 도로의 선형 변경으로 곡선부에서 직선부로 이어지고 청주로의 진입시 오르막과 내리막 구배의 단계적 변화가 이뤄진다. 그 중에서 휴암에서 오르막 구배의 정점에 이르는 관개(冠蓋)경관은 전국에서 심미적이라고 하는 경관국도중 백미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청주로부터 진출 시 오르막 구배가 직선으로 이어지면서 내리막 구배에서의 곡선부에 머무르는 시각적 초점이 점근하며 다가오는 수목의 연속적 통과 경험과 함께 관개경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된다.

가로수길의 관개경관 ‘백미’

오고가는 길이 정겨움을 나타내는 것은 청주를 다시 찾게 하는 힘이 된다. 청주 내방의 시간이 오랫동안 길어질수록 그 길에 대한 그리움으로 차게 되어, 다시 보고 싶은 가로경관이 된다. 우리의 삶에서 는 서로의 만남이 중요하다. 그 만남을 이어주는데 길 없이는 불가능하다. 좋은 만남을 오랫동안 남겨가는 양이라면 더욱 그 길이 정겨워지는 법이다. 그렇게 정겨운 길이 아름답다면 우리들의 만남을 더 의미있게 만드는 바탕이 될 것이다.

오가며 지나는 가로수길은 봄, 여름, 가을의 계절따라 때로는 소담스럽고 풍성하게, 때로는 낭만적이다 못해 활기차게 변화한다. 그 가로수길이 겨울에는 쓸쓸하다가도 나뭇가지에 눈이라도 쌓이는 날엔 천지를 순백으로 감싸 안으며 고결한 가로수의 줄기와 가지가 만들어 내는 선은 백색과 어우러진 가로변의 설경과 함께 심미적 극치를 이룬다.

   
 
  ▲ 청주 가로수길의 사계사진. 봄·여름·가을·겨울의 가로수길.  
 
그리고 시각에 따라 변하는 일조에 맞춰 만들어지는 가로수길의 음영은 일상의 번잡한 우리들의 왕래를 시시각각으로 순수하게 담아낸다. 과히, 삶의 명경지수로 청주 제일경의 위상과 품격을 지녔다.

충북의 중심도시 청주 8경이 중원의 얼굴이라면 가로수길은 충청인 마음의 창인 눈인 셈이다. 청주가 활기차고 정겨운 도시에서부터 살맛나는 고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청주의 자랑거리를 아끼는 마음으로 전국 제일의 아름다운 가로수길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가로수길은 청주 시가지로 이어지는 녹도화의 출발점으로 바꾸면서 청주의 해맑은 눈으로 거듭나는 상징적 희망의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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