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경비시스템, 모르고 가입하면 ‘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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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경비시스템, 모르고 가입하면 ‘다쳐’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7.08.08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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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약 어렵고 도난 피해 시에도 보상 내용은 극히 제한적
도난을 예방하고 도난이 발생하더라도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 출동하는 무인경비 서비스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천시 명동에서 의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K씨는 지난해 3년여 동안 이용해 왔던 A보안 업체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그러나, K씨가 무인경비 서비스를 해지한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A보안업체는 곧바로 K씨에게 위약금을 요구하는 청구서를 발송하고 만일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권 추심 등 법적 환수 조치를 취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A보안업체가 청구서에 명시한 위약금 산출 내역을 확인한 K씨는 또 한 번 실색했다.

우선 전체 계약 기간 중 잔여 일수만큼의 계약료에서 10%를 공제한 금액에다 사전 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데 따른 용역비 손실분, 기기 철거에 따른 인건비 등을 합산해 모두 30여만 원을 갚으라는 게 A보안업체의 요구 조건이었다.

그러나 K씨로서는 최초 약정 계약 기간 3년을 모두 채워 서비스를 이용했음에도 계약 기간이 상당 기간 남아 있다는 보안업체의 주장 자체를 납득하기 어려웠고, 계약 종료일 한 달 전에 해약을 통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안업체가 용역비 손실을 입었다는 것도 억지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K씨는 “무인경비 서비스의 경우 대부분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관을 근거로 계약이 체결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도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언론 보도를 최근 접했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어려운 마당에 기대만큼의 보장도 되지 않는 무인경비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경비업체에 해약을 통지했다”며 “하지만 당초 약정 기간인 3년 동안 해약없이 서비스를 이용했음에도 A보안업체는 아직도 계약 기간이 1년 가까이 남았다고 억지를 부리며 각종 손실 충당금 명목으로 30여만 원을 청구했다”고 분개했다. 현재 A보안업체는 K씨에게 이 같은 손실금을 곧바로 납부하거나 1년 동안 계약을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하며 K씨를 압박하고 있다.

이미 3년의 계약 기간이 경과했음에도 보안업체가 이처럼 배짱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03년 K씨가 A사와 체결한 약관에는 가입자가 계약 종료를 희망할 경우에는 적어도 한 달 전에 무인경비업체에 서면으로 해약의 뜻을 전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만일 가입자가 이 같은 사전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계약은 1년씩 자동으로 연장되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이 약관에 버젓이 기재가 돼 있기 때문에 K씨는 약 11개월여 동안 자사의 무인경비 서비스를 더 이용해야 한다는 게 A경비업체의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K씨는 “처음 무인경비 용역을 계약할 당시 A사 측 영업 사원은 의무 계약 기간 3년만 지나면 언제든지 해약이 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고, 해약 시 철거비나 용역비 등이 추가로 청구된다는 설명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수십 개도 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약정서 항목들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에 무인경비 업체 측에 구두로 몇 가지 상식적인 사항만 확인한 뒤 계약서에 서명하는 게 일반적임에도 공급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된 불평등한 약정서를 근거로 추가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공정거래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무인경비업체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무인경비 계약 기간에 도난 피해가 발생할 경우다.
대부분 도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무인경비업체 직원이 25분 이내에 현장에 출동했다면 이용자는 경비업체에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없도록 약정서에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늑장 출동한 것이 입증되더라도 대부분의 경비업체가 금고 안에 보관된 금품 피해만을 보상하도록 약정하고 있어 도난을 당할 경우 피해액의 전부 또는 일정액을 무인경비업체가 보상할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으로 경비 용역을 계약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는 무인경비업체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1~2개월마다 한두 건씩 접수되고 있으며, 도난 발생 후 보상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무인경비 서비스에 가입하는 이유는 도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액에 상응하는 수준의 손실 보상을 기대하기 때문인데 실제로는 상당수의 피해자들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선에서 보상을 받고 있다”며 “무인경비업체로서는 도난 사건에 따른 피해의 인정 범위, 보상 비율 등을 엄격하게 하려는 경향이 강하므로 계약 전에 반드시 약정서를 꼼꼼히 확인해야만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현재 제천 지역에는 2500백여 이용자가 3개 업체로부터 무인경비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학교, 기업체, 공공기관 등은 대부분 자체 경비보다는 이들 업체와의 계약을 통한 외주 방식을 채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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