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통로 ‘橋梁’을 찾아서’8-전남 승주 승선교(昇仙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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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통로 ‘橋梁’을 찾아서’8-전남 승주 승선교(昇仙橋)
  • 충청리뷰
  • 승인 200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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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들이 목욕하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 
전남 승주 승선교(昇仙橋)

전남 순천시 승주읍 죽하리 선암사 어귀의 조계산 계곡의 물소리가 점점 크게 울리면서 하늘을 가리운 고목 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에워싸는 길목. 속세에 사는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나라는 이상세계일 수밖에 없다. 그 멋진 곳에 가려면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야 하며 무지개는 오작교처럼 신선한 곳에 당도하는 가장 행복한 다리이다.
고려불교의 여러사상이 선과 교의 승풍으로 융합되어 많은 선승을 배출한 태고종 본산으로 이름나 있는 순천 선암사에 이르는 곳에는 선녀가 계곡물에서 목욕을 하고 하늘을 올랐다는 교량 승선교(昇仙橋)가 있다


.승선교는 두 개의 다리가 나란히 있는 것도 특징이다. 위쪽 다리는 길이 14m, 높이 7m, 아래쪽 홍교는 길이 22m, 높이 6m로 윗쪽의 규모가 조금 작다. 다리 위폭은 큰쪽이 3.5m, 작은쪽이 3m, 위에는 흙을 살짝 덮었는데 좌우 난간에는 풀이 자라 다리의 운치를 한결 돋보이게 해준다.
 길다란 화강석으로 다듬은 장대석을 연결, 반원형의 홍예를 쌓았는데 결구(結構)솜씨가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아치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부드럽게 조각된 둥근 천장과 같은 느낌을 준다. 홍예를 중심으로 좌우의 계곡기슭까지 사이에는 둥글둥글한 자연석으로 석벽을 쌓아 막았는데 모두 냇돌을 사용했으며, 다리 좌우의 측면석축도 난적(亂積)쌓기로는 자연미를 그대로 살렸으며 보수의 흔적이 없이 원형을 잘 지니고 있다.
다리의 기단부에는 아무런 가설이 없고 자연암반이 깔려 있을 뿐, 그래서 홍수 때에도 다리가 급류에 휩쓸릴 염려가 없다. 자연을 이용하고 자연의 경관을 살리면서 우아하고 견실한 다리를 축조한 선인의 슬기가 새삼 놀랍기만 하다.
시냇가로 내려가 눈을 낮게 하고 바라보면 크고 작은 무지개 다리가 중첩하는 저편에 강선루(降仙樓)목조 건물 한 채가 아련하다. 『용대가리』를 통해 바라다 보이는 물줄기와 나뭇잎사이로 승선교를 타고 올라가는 마음과 그것을 반갑게 맞이하고자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선의 자태가 어른거린다. 승선교와 강선루의 설정인데 이런 마음이 담긴 구조물을 외국 여러 불교국에서 발견하지 못한다.
 승선교는 임진왜란 이후 사찰을 중건할 때 가설한 것으로 숙종 24년(1698)호암대사가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여기에 얽힌 전설 하나가 있다.

 “나를 위하여 몸을 버리는 것은....”의 전설은 흐르고

호암대사는 관음보살의 시현을 바라고 절 뒤의 벼랑에 있는 배바위에 올라 백일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백일이 다 끝날때까지 관음보살은 나타나지 않았다. 피로와 굶주림에 지친 스님은 암담한 절망에 사로 잡혔다. “내불심이 미치지 못하니 차라리 죽는 것만 못하다.”고 탄식을 한 뒤 스님은 벼랑에서 몸을 던졌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름다운 한 여인이 홀연히 나타나 던져진 스님의 몸을 받아 안았다. “나를 위하여 몸을 버리는 것은 보리심(菩提心)이 아니니라. 어찌 죽을 생각을 갖느냐?”여인은 이 말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그 순간 호암대사는 그 부인이 바로 관음보살임을 깨닫고 끝없는 법열에 잠겼다. 그 뒤 호암스님은 원통전을 세워 그곳에 관음보살을 모시는 한편 절 입구에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를 세워 도다운 신심을 표현했다고 한다.
 선암사를 둘러싼 주위의 숲은 다른 절에서 볼수 없는 수해(樹海)를 이루고 있다. 봄이면 황홀하게 피는 벚꽃과 가을이면 단풍이 온 산을 뒤덮어 절경을 이룬다. 그 비경속에 감추어진 주위엔 울창한 숲, 바위위로 부서지며 뿜어내는 물보라, 아득히 골짜기를 채우는 물소리, 그리고 쌍무지개처럼 돌을 쌓아 올려 만든 반원형의 아치가 한데 어우러져 글자 그대로 선경의 어귀에서 승선교는 마음속 티끌까지 청정하게 씻어주며 3백여년을 견디고 서 있는 것이다.

-청주건설박물관 손광섭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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