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눈먼 사람들, 자진 반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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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먼 사람들, 자진 반납하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7.08.23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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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들은 빠져나가고 ‘피라미’만 걸렸다?
져녁식사값 급량비는 왜 조사 안하나
초과근무수당 감사 그 이후

1.‘선수’들 무인경비 장치까지 조작

초과근무수당 감사를 놓고 안팎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대어’들은 다 빠져나가고 오히려 ‘피라미’들만 걸렸다는 것이다. 이번 청주시 초과근무수당 감사에서 1년 12월 동안 초과근무를 꽉차게 했다고 한 사람은 85명, 2년 24월 동안 꽉차게 했다고 한 사람은 4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 달 초과근무 한도인 67시간 동안 풀(full)로 근무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감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누가봐도 과다수령이 의심되지만 이들중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사람은 10명 안쪽이기 때문이다.

초과근무를 1년 이상 꽉차게 사용한 사람들은 ‘선수’답게 오전 6시30분에 무인경비를 ‘해제’하고 자정쯤 ‘경계’하는 방식으로 해서 언제나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했다는 게 충북도 감사반의 설명이다. 도 감사반은 무인경비 운영일지와 초과근무 일지를 가장 중요한 자료로 대조했으나 ‘선수’들은 미리 무인경비 장치까지 조절하는 치밀함을 보여 대부분 빠져나간 것. 그러자 청주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일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문제는 과다수령이 분명한 이들이 이번 감사의 한계로 대부분 적발되지 않아 재정환수 조치 등 징계 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이번 감사과정에서 충북도는 이들 85명에 대해서는 초과 근무일지와 업무성과 대조 및 업무의 적정성 등에 대한 집중감사를 진행하지 못함으로써 감사의 형평성에 대한 오점과 상대적으로 양심적인 공무원들만 적발되었다는 식의 불만을 갖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전반적으로 제식구 감싸기식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하는 바이다. 시민이 혈세를 문제의식 없이 수령하고도, 교묘히 감사망을 피해 나간 이들에 대해서는 향후 재발방지 차원에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며, 나아가 고액 수령자에 대한 명단공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실제 청주시가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이들에 대한 명단을 공개하고 자체 감사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익명의 청주시 공무원 모씨도 “이들 85명 중 거짓으로 초과근무 한 사람을 알고 있다. 직원들은 아마 알 것이다. 누가 제대로 하고, 하지 않았는가를. 감사를 이렇게 덮고 넘어가면 새로운 불씨가 돼서 직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체 감사를 해서 수당을 부당하게 탄 사람들은 반납해야 한다. 이런 것이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상우 시장은 지난 14일 시민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2.행자부는 개선안 마련해야

공무원들은 초과근무수당 문제가 터진 만큼 기본으로 인정해주는 월 15시간을 30시간으로 확대하는 대신 개인별로 따지는 수당을 없애는 방안, 아예 기본을 없애고 초과근무한 만큼 인정해주는 방안 중 택일해 개선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초과근무수당을 계산하는 방법은 다소 복잡하다.

초과근무는 새벽 4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중 2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휴일에는 공제없이 하루 4시간만 초과근무로 인정해 준다. 일요일에 하루 종일 근무해도 4시간만 인정받는 것이다. 대신 누구에게나 월 15시간 동안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해주고 있다. 이는 결국 행자부가 결정해야 할 일이지만, 시민들은 철저한 감시시스템 없이 수당만 늘려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곪을 대로 곪아버린 초과근무수당에 대해 행자부가 더 이상 모르쇠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책임기관으로서의 역할들을 방기한다는 비난을 면키 힘들다. 이제라도 전국 자치단체에 대한 실사를 통해 일제 점검을 진행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공무원들이 세금도둑으로 매도되어 사기저하 되는 일을 방지하고, 공직사회의 신뢰회복을 위해 최일선에서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충북도 측에 감사를 도내 지자체 전체로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도는 더 이상 감사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초과근무수당 문제는 어느 지자체나 골칫거리다. 경기도 수원시는 자체 표본감사를 실시해 5년치 330억원을 회수했다. 또 서울시 성북구는 언론에서 수당 부당지급 문제를 터뜨리자 동사무소를 제외한 전직원이 1~2개월분 2억원을 자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충북도는 청주시에 1억2200여만원을 회수조치키로 했다. 감사 결과 부당 지급된 금액은 1억4500여만원이나 충북도는 10만원 미만인 사람은 회수대상에서 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곱지 않다. 어쨌든 감사 결과에 따라 모든 예산을 회수하고 당초 예정대로 명백한 위법자에 대해서는 징계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3.“급량비, 과다 지급 된 것도 조사하라”

초과근무를 할 때 공무원들에게 주는 저녁식사값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시에 따르면 야근하는 직원들에게는 1인 1식 값으로 5000원의 급량비를 지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개인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 것은 아니고, 정해진 식당에서 식사하면 일괄 계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끼에 5000원 이상은 안된다는 규칙이 없고 식사값이 나오는 대로 시에서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차제에 이런 것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과근무수당이 부당하게 많이 지출됐으면 급량비도 비례해서 많이 나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주시 공무원들은 이번 감사 결과를 놓고 ‘모두 도둑으로 몰려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모 관계자는 “감사에서 적발된 사람 중 10만원 미만 금액이 문제된 경우가 530명 가량 된다. 이는 적발된 사람 887명의 절반을 넘는 숫자이다.

따라서 ‘고의로’ 수당을 부적절하게 받은 사람은 300여명 가량 되고, 나머지는 실수거나 고의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시 공무원 전체가 나쁜 짓을 한 것으로 몰려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일어탁수’라고, 물고기 한 마리가 물을 흐린 꼴이지만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자치단체에서 예산을 이렇게 허투루 썼다는 점에서는 일단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중론이다.

4.경고장 받은 남상우 시장

정우택 도지사는 지난 20일 남상우 청주시장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충북도의 초과근무수당 감사에서 적발됐기 때문이다. 도내 자치단체장 중 이런 경고장을 받은 경우는 인사청탁성이 짙은 금품을 받았던 모 군수에 이어 두 번째로 알려졌다. 일명 기관경고는 특별한 불이익을 받지 않으나 명예가 실추된다.

경고장에는 “지방공무원법 제48조 및 제55조 등에 의거 모든 공무원은 법규를 준수하며 성실히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일체의 부패행위와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청구한 청주시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수령 실태에 대한 주민감사청구사항에 대해 감사 결과 2005년 7월~2007년 6월 중 초과근무수당 부당 수령액이 890명/1억4500만원에 이르는 등 소속 직원에 대한 복무관리·감독을 소홀히 하여 공직사회의 명예를 실추시킨 귀 기관에 대해 ‘공무원 경고 등 처분에 관한 규정’에 의거 기관경고하니 앞으로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별대책을 강구 시행하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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