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산하 암행감찰반의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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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산하 암행감찰반의 실체는…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09.19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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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실, 국무조정실 주도 TF팀 구성
고급 정보 바탕 ‘쥐도 새도 모르게’ 활약

 

춘향전의 줄거리에 익숙한 우리 국민들은 ‘암행어사 출도요’라는 함성과 함께 군졸들이 담을 넘어 관아로 들이닥친 뒤 탐관오리를 징벌하는 광경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공무원들에게 있어서는 현대판 암행어사나 다름없는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이 최근 청주시 건설과 공무원들의 금품수수 현장을 적발함에 따라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공무원들을 떨게 만드는 암행감찰반. 그러나 동일한 명칭의 공식 조직이 총리실 안에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각종 정보수집과 분석, 민원 접수 및 처리에 관한 사항 등을 파악하는 민정수석실이 이른바 암행감찰반과 업무적 연관이 있을 뿐이다.

암행감찰반과 연관이 있는 또 다른 조직은 국무총리를 보좌하기 위해 설치된 국무조정실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조사심의관실이 국무총리실 민정수석실과 함께 태스크포스팀 형태로 합동점검반을 만드는데, 이 조직을 통상적으로 암행감찰반으로 부르는 것이다.

점검하는 규모에 따라 합동점검반에는 정부의 여타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어찌됐든 암행감찰반은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그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들의 ‘출도(出道)’를 감찰의 대상이 되는 기관에 알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비위행위를 저지른 공무원을 적발한 경우에도 그 사실을 바로 통보하지 않는다. 이들은 또 평소 총리실 민정수석실이 수집한 고급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허탕을 치는 법이 없다.

차명계좌에 숨겨도 꼼짝마라
총리실 암행감찰반의 활동은 종종 언론을 통해 소개될 정도로 그 활약상이 눈부시다. 이들이 활약하는 현장은 주로 공공기관 청사와 그 주변 금융기관이다. 돈을 챙기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차명계좌를 갖고 있을 정도로 주도면밀하기 때문에 현장을 덮쳐 증거를 확보한다.

최근에 보도된 것만 보더라도 지난 4일 경기도 제2청 A과장이 관리대상 업체 관계자로부터 현금 100만원을 받은 뒤 제2청사 농협지점에서 차명계좌로 입금하던 중 미행 중이던 암행감찰반에 적발됐다. 이 차명계좌에는 수천만 원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18일 구속 기소된 교육부 B국장은 지방소재 모 전문대학의 사이버대학 운영확대와 관련해 모두 2억2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B국장 역시 지난 4월 차명계좌를 통해 3000만원을 송금하려다 암행감찰반에 덜미를 잡혔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경기도교육청 제2청 C계장이 차명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다 현장에서 암행감찰반에 적발됐다. 경찰 조사결과 C계장은 지난 3년 동안 시 교육청 관리과장으로 재직하면서 교육 자재 납품업체로부터 1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밖에 지난 5월에도 의정부시청 D과장이 건축사 사무실에서 100만원을 받았다가 암행감찰반에 적발된 뒤 경기도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중징계를 받고 최근 사직했다.
 
충북에선 공무원 낮술도 적발
도내에서 암행감찰반에 적발 된 ‘큰 건’은 사실상 이번 청주시 건설공무원들의 수뢰사건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의 사례는 2005년 4월 충북도농업기술원장 등 농촌지도직 공무원 6명이 영농조합을 시찰하는 과정에서 2차까지 낮술을 마시다 적발된 것이다. 이들은 1,2차 술값을 모두 농민들이나 영농조합 관계자가 낸데다 평상적인 범위를 넘어 2차까지 술자리를 가진 점이 문제가 돼 결국 징계를 받았다.

역시 2005년 7월 충북도에 내려온 암행감찰반은 도 Q과장이 평소 알고지내는 업자로부터 사무실에서 양주 1병을 선물로 받는 광경을 목격했으나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Q과장이 완곡하게 거절했음에도 업자가 양주를 내려놓고 황급히 떠난 상황으로 미뤄 받을 의도가 없는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년을 1년 남긴 상황에서 명예퇴직서를 써놓고 근무하던 Q과장은 이를 계기로 용퇴해 도청 내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암행감찰반이 비위 공무원을 적발하는 활동만 벌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활동 과정 속에서 숨은 친절 공무원이나 유공 공무원 등을 찾아내 표창을 받도록 보고하는 등 때로는 수호천사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청주시의 한 공무원은 “명절 때나 인사철 등이 되면 으레 암행감찰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누가 언제 어떻게 다녀가는 지는 전혀 알 길이 없다”며 “표창은 바라지도 않고 그저 아무 탈이 없기를 바랄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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