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의정비 ‘내 멋대로’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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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의정비 ‘내 멋대로’ 계산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7.11.07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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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수치 아전인수식 대입, 규정 거의 안 지켜
심의위원 미자격자 수두룩, 관변단체 다수 참가
전국민들이 지방의원 의정비 과다인상에 분노하고 있다. 증평지역 시민단체들은 의정비 인하를 주장하는 집회를 벌이는가 하면 강원지역 시민단체들은 주민감사청구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무보수 명예직으로 시작했던 지방의원들은 지난해 유급제 실행으로 의정비를 받는다. 그러나 1년 만에 큰 폭으로 뛰어오르자 지방재정과 지역주민들의 정서에 반한다는 주장들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충북도내 광역의원들은 3000~4000만원, 기초의원들은 1000~3000만원의 의정비를 받았으나 내년에는 광역의원 4000~5000만원, 기초의원 3000~5000만원의 의정비를 받는다.

   
 
  ▲ 전국공무원노조충북본부는 의정비 고공행진을 예견하고 미리 쐐기를 박았으나 의정비 심의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인상했다. 사진=육성준기자  
 
내년 14개 광역의회 의정비는 평균 5339만원으로 14%, 201개 기초의회는 3842만원으로 39% 인상됐다. 그러나 도내 기초의회 의정비는 대부분 전국 평균을 웃돌아 얼마나 많이 인상됐는지를 실감케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도내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에게 의정비 결정방법을 구체적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결정 방법이 가지각색이고 일정한 기준이 없었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났다.

최근 지역의 핫이슈는 지방의원 의정비에 관한 것이었다. 납득할 만한 기준도 없이 부화뇌동식으로 인상된 의정비에 도민들은 하나같이 불만을 터뜨렸다. 도내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에게 의정비 결정 방법을 구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가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제시한 5가지 안을 충실히 따른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몇 가지 안을 적용한 지자체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의원들의 의정활동 평가가 제외되는 오점을 남겼다.

평균내고 공무원연봉에 대입하고
먼저 광역의회인 충북도 의정비심의위(이하 심의위)는 3차 회의 때 일찌감치 심의위원 10명에게 적당한 액수를 써내라고 한 뒤 최고와 최저액을 뺀 뒤 평균을 냈다. 이 금액을 가지고 공청회와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더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지난달 20일 공청회 때는 방청객 6명이 모두 대폭 올려 의원들이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동원된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샀다. 이 중 도의회 의원이 2명, 도의회 사무처 소속 공무원이 1명인데다 나머지도 의정비 인상 주장을 목적으로 온 동원된 주민이라는 소문이 퍼져 공청회의 허구성을 드러냈다. 도 심의위는 4차 회의 때 이 금액에 31만원을 인상해 4632만원으로 최종 결론 냈다.

   
 
모 심의위원은 “마지막 회의 때 19% 인상안까지 나왔으나 몇 몇 위원들이 15% 대에서 결론 낼 것을 주장했다. 잠정액보다 많이 올리는 것은 도민정서에 맞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금액이 기초의원 의정비와 별 차이가 없자 도의원들은 매우 자존심 상해 한다는 후문이다. 기초의원보다 지역구 범위가 훨씬 넓은데 이 점이 고려되지 않았고, 광역의회라는 위상이 무너졌다는 것. 하지만 기초의원들은 “광역의원들에게 차별대우 받을 이유가 없다”며 이에 맞서고 있다. 의정비 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없다보니 광역과 기초의회간 자존심 대결 양상이 빚어지는 것인데, 이는 중요한 결정 요인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이렇게 심의위원들의 평균을 낸 곳은 단양군이 있다. 단양군은 4차 회의 때 참석한 심의위원 7명 중 최고액과 최저액을 빼고 5명 액수의 평균을 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개인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식이 돼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단양군 심의위원 5명의 평균액이 3930만원이니 위원들이 얼마나 높게 써냈는지를 알 수 있다.

청주시 심의위는 지난달 22일 4차 회의에서 잠정액 없이 4464만원으로 결정했다. 논란 끝에 3급 공무원 20호봉 본봉의 80% 선에서 마무리한 것. 한 위원은 “5000만원대로 하자는 위원들이 대다수였으나 얼마간 줄여 이렇게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시민정서와 맞지 않고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위원들 스스로 집행부 부단체장급은 돼야 한다고 하는데 말이 안된다. 그럼 얼마를 줘야 한다는 것인가. 심의위 운영에 심각한 회의를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청주시의 4000만원대 인상은 결국 도내 다른 지자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10월 31일 의정비 결정시한까지 눈치를 보던 지자체 심의위는 이후 줄줄이 3000~4000만원대로 껑충 인상했다.

   
 
  ▲ 충북도는 유일하게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의견수렴에는 실패했다. 의견수렴방법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10월 24일 열린 도민의견 수렴 공청회.  
 
충주시는 4200만원, 하루 늦게 결정한 제천시는 이를 감안해 같은 금액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시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6급 23호봉 연봉 4100~4300만원 정도를 놓고 토론하다가 충주시 의정비와 동일하게 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양 지역은 인접한 시로 어느 한 쪽이 적을 수는 없다는 일종의 자존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무추진비·차량유지비까지 계산
그런가하면 보은·옥천·영동군의 남부 3군은 통계청 발표자료를 적용했는데 재미있게도 그 기준이 모두 다르다. 보은군은 가구당 평균 실질 경상소득, 옥천군은 전국 4인가족 근로자 월 평균 소득, 영동군은 2/4분기 4인가족 월 평균 소득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통계청 발표 자료이긴 하지만, 의정비에 어느 것을 적용할 것인가는 심의위 마음대로여서 이 또한 혼란스럽다. 당초 지방자치법 시행령에는 지역주민의 소득수준을 감안하라는 내용이 들어있으나 실제 이에 대한 통계치가 없다. 그러다보니 중구난방식으로 소득액을 적용하는 것.

또 이는 의정비를 활동비가 아닌 급여 개념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달 24일 충북도의회 의정비 도민의견 수렴 공청회에서 “의정비는 급여 개념이 아니다. 유급제가 됐지만 의원은 주민 대표로 지역민들에게 봉사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의정비를 급여와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따라서 이를 여러 가지 기준 중의 한 가지로 참고하는 것은 괜찮지만, 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큰 폭으로 올려 여론의 지탄을 받은 증평군 심의위는 재정자립도를 감안했지만 춤추는 의정비 인상 추세에 발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올 의정비가 1920만원으로 전국 꼴찌를 기록, 3000만원대로 올리다보니 98%까지 높아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공무원 모 씨는 “전해에 조금 올린 데는 다음해에 많이 올리고, 많이 올린 곳은 조금 올리는 식으로 돼가고 있다. 눈치보기의 전형이다. 기준과 소신이 없다보니 ‘내년에 보자’며 껑충 인상하는 지자체가 나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 의정비 인상에 비례해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나아질 것인가 주민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은 충북도의회 회의 모습.  
 
그리고 초반에 의정비를 100% 인상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 전국민의 비난을 받은 괴산군은 마지막 회의에서 83.9% 올리는 것으로 조절했다. 여론의 눈치를 본 것이다. 진천군은 특이하게 심의위원들이 제안한 적정 금액을 가지고 과반수 찬성이 나올 때까지 투표했다. 그래서 처음 제시된 금액보다 다소 인하됐다는 것인데, 이렇게 했어도 4000만원이 넘는다.

음성군은 정해진 의정활동비에 1일 노임단가, 읍면장 업무추진비, 차량유지비까지 계산해 넣는 치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의정활동비 연 1320만원에는 업무추진과 차량유지에 따른 경비가 포함돼 있어 이렇게 계산하면 이중지급하는 꼴이 된다. 결국 음성군 심의위는 72%를 인상해 4194만원으로 책정, 도내에서도 의정비가 높은 군으로 분류됐다.

충주시·제천시, 똑같은 이유있네
기초지자체 중 청주시 다음으로 의정비가 높은 청원군은 전국 가구당 평균소득과 5급 공무원 20호봉 연봉, 군 일반회계 증가율 등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일반회계 등이 증가하고 재정자립도가 30.1%로 다른 군단위 지자체보다 부유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청원군민들은 이번에도 91.6%를 올려 4218만원이라는 높은 금액을 산출해 냈다.

결론적으로 도내 지자체 의정비심의위는 나름대로 기준을 마련하고 적용했으나, 이것이 합리적인 방법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들쭉날쭉한데다 불필요한 기준들을 끌어내는 등 아전인수식으로 진행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급화 시행 1년만에 70~90%씩 인상하는 이유도 제시하지 않았다. 행자부는 지역여론을 들으라는 의미에서 잠정액을 결정한 뒤 한 번 더 검증과정을 거치라고 했으나 사전에 잠정액을 공개한 곳은 충북도와 괴산군, 진천군 밖에 없었다. 설사 잠정액을 정했다 하더라도 비공개로 한 곳도 많아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더욱이 인터넷과 서면설문조사 등으로 진행된 주민의견 수렴은 오히려 의정비를 올리는 구실을 제공했다. 설문조사에 자발적으로 응한 사람들 대부분이 의정비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

또 청주시가 10월 22일, 충주시가 같은 달 30일 결정한 것을 제외하고 다른 지자체는 모두 행자부가 제시한 결정시한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들어 심의위 회의를 소집했다. 이는 철저히 여론을 듣지 않겠다는 태도다. 공무원 모씨는 “일찍 정해봐야 언론으로부터 비난만 듣는다는 인식이 있어 31일까지 버티다가 한 곳이 많다.

괴산군이 미리 100% 인상하는 것으로 잠정액을 결정했다가 호된 비판을 듣는 것을 보고 모두 눈치작전을 편 것”이라고 동의했다. 이렇다보니 주민의견 반영 통로가 꽉 막혔다. 따라서 이제 조례를 제정하기 전 의회에서 자발적으로 의정비를 삭감하는 것이나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시민단체 사람들의 말이다.

충북참여연대는 기준과 원칙없이 정해진 의정비를 비판하고, 주민이 배제된 주민의견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각 지자체별 의원평가제를 시행해야 한다. 또 의정비 심의위의 다양한 인적 구성을 위해 30% 정도는 공모하고, 인터넷 설문조사를 지양하는 한편 여론조사도 공정한 기관에 의뢰하는 등 전반적인 것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항동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의정비 산출 기준으로 동기부여와 최소한의 생활보장, 성과급 등을 세분화해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의원들은 의정비가 인상돼야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더 이상 동기부여로 주민들을 설득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의원들이 일을 이 만큼 했으니 올려달라고 하고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인상해주는 등 성과급, 실적에 의한 의정비 인상을 주장하는 날이 와야 한다”며 “의정모니터단을 운영해 의정활동을 상시 평가하고 의정비도 4년에 한 번씩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런 식으로 의정비가 인상되다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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