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프장 예약, 공무원을 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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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골프장 예약, 공무원을 통하라?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7.11.21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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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기관 특권과 반칙 일삼는 일부 공무원 ‘눈총’
   
 
  ▲ 최근 공무원들의 골프장 이용이 급증하면서 이용객이 몰리는 주말 부킹을 선점하려는 일부 공직자들의 부당한 압력(?)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과거 귀족 스포츠로 알려졌던 골프가 지난 10여 년 사이 대중 사이에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부킹’을 즐기기 위한 예약 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레저 스포츠와는 거리를 두던 공직자들이 골프 인구로 대거 흡수되는 등 골프 이용객들의 저변이 일반 회사원은 물론 공무원 등으로까지 확대되자 골프장마다 일부 마니아급 공직자들의 개입에 따른 부킹 독점 현상까지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첫 주말이었던 지난 3일 새벽 6시 20분경,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충북 북부권의 한 대중 골프장은 골프를 즐기기 위한 부킹 인파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과거 기업체 대표, 전문직 종사자들의 고급 승용차로 장사진을 이뤘던 이곳 주차장에는 준중형과 중형 차량들이 눈에 띄게 주차돼 있었다. 레간자, 아반떼 등 줄지어 주차된 서너 대의 중형 차량에는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원에게 발급한 주차 인식표가 일제히 부착돼, 이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이 단체로 부킹을 위해 골프장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골프장 측에 따르면 이들 중 두세 명은 한 달에 2~3번씩 골프장을 찾아 주말마다 게임을 즐기고 있는 이른바 마니아층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 번 부킹할 때 들어가는 총 이용비가 약 25만여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골프를 즐기는 데 소비하는 비용이 매달 1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지방 공무원의 레저 지출로는 꽤나 부담스런 규모지만, 이 같은 공무원 마니아층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골프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골프장의 단골 이용객으로 급부상하면서 부킹을 위한 예약 단계에서부터 특권과 반칙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말의 경우 전체 이용객의 30% 이상을 공무원이 차지할 만큼 공무원 이용객들의 수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물론, 일반인 회원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부킹 예약이 가급적 공무원 차지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말의 골프장은 사실상 공무원들에게 점령당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고 실토했다. 심지어 중앙 일부 부처 공무원들의 출입도 잦다고 소개한 이 관계자는 “골프장의 경우 허가나 관리 감독과 관계된 환경이나, 건설 소속 공무원들의 부킹 요구가 있으면 비록 이미 예약이 마무리된 상황이라고 해도 이들의 예약을 우선적으로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중앙 관련 부처 공무원들도 예약일 하루 이틀 전에 전화를 걸어 막무가내로 주말 예약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원칙을 내세워 이를 물리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놨다.

골프장 측에 따르면 공무원들의 경우, 본인이 골프장을 이용하기 위해 직접 골프장을 예약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고 대신 예약만 해주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골프 이용객들이 폭주하는 주말의 경우 일반인들이 예약을 성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반면, 골프장과 특수 관계를 형성하는 특정 공무원들이 부탁을 해올 경우 골프장 측으로서는 이를 물리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한편, 최근 들어 공무원 골프 이용객들이 급증한 데에는 골프를 대중 스포츠로 간주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공무원들이 골프를 손쉽게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각종 혜택들이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제천시 A골프연습장의 경우 공무원들은 일반인보다 25%나 할인된 가격으로 이곳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청주시 등 타시군의 경우에도 공무원 복지카드를 이용하면 상당 비율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골프연습장을 이용하는 공무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골프연습장을 졸업(?)한 뒤 필드로 쏟아지는 공무원 수도 자연스럽게 급증하고 있고, 그 결과 부킹 예약 등의 과정에서 정상 코스를 무시한 채 반칙을 일삼는 일부 얌체 공무원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골프장 이용객들은 “주말 부킹이 점점 어려운 이유가 궁금했는데, 일부 몰지각한 공무원들의 그릇된 특권 의식이 한 몫을 한 셈”이라고 지적하면서 “법과 원칙을 누구보다 중시해야 할 공무원들이 이 같이 반칙과 새치기를 일삼고 있는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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