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영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지자체 단체장들의 문화 마인드를 하루에도 몇 번씩 외치고, 또 마인드 부재를 한탄하는 나로서는 더욱 이러한 연말 풍경이 달갑지 않다.
게다가 10년 만에 공예인들과 문화예술가들이 만난다는 문화포럼도 그렇다. 2007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오는 20일 한국공예관에서 지역작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지역의 공예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이 공식석상에 만나 처음으로 공예비엔날레를 논하는 자리다. 아! 10년 만의 만남.
그러나 난 “왜 그동안 만나지 못했을까”하는 의문부호부터 찍힌다. 일단 나서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고, 또 명분도 예산도 수반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성 얘기만 늘여놓을 수밖에. 하지만 늦게라도 멍석을 깔아놨으니, 천만다행이다.
올해는 유난히 도내 예술인들의 숙원사업이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들이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사라졌다. 도립예술단은 이미 ‘물 건너 간’ 이야기처럼 들린다. 진짜 물이 건너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충북도는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말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넘어가려나. 생각해보니, 올해 예술가들과 언론은 진짜 물 먹었는지 모른다. 나부터 도립예술단 창단을 최초로 보도하지 않았던가. 어휴…
그런데 여기 불안하게도 이러한 패턴을 따라가는 사건이 또 있다. 이번에는 미술인들의 숙원사업이란다. 바로 도립미술관 건립이다. 현재 상황은 용역 예산마저 두 번 삭감, 적어도 미술관 건립 계획은 당초보다 1년 이상 늦어지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도 미술인들이 용역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어지는 서명운동 전개. 충북도 연극협회가 지난 여름 성안길에서 펼쳤던, 청주출신 유해진이라는 배우까지 대동했던 1만명의 도민 서명부가 눈앞에 스쳐간다. 미력하나마 예술가들은 올 한해 숙원사업 쟁취를 위해 싸웠고, 그 싸움에서는 씁쓸하게도 예술가들이 미력하다는 것을 재확인시켰다.
사실 우리는 용역을 하면, 건립을 해야 하고, 그 책임을 누가 지어야 하고, 그 성과는 누가 가져갈 것인가를 놓고 계산한다. 물론 이러한 절차는 참 중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정답을 갖고 시작하나. 좌충우돌하면서, 언쟁도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논쟁들을 풀어 가면 안 되는 것일까.
이거 너무 로맨틱한 얘기라고… 또 유럽얘기해서 뭐한데, 독일 칼스루헤의 예술미디어 센터 ZKM은 센터의 방향을 두고 지역의 예술가, 지역민, 정치인, 과학자 모두가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미래지향적인 미디어 센터를 창립시켰다고 한다. 왜 대화를 두려워하는가. 정 지사는 색소폰을 통해 지역민과 멋진 대화를 청하지 않았는가. 예술가, 실무 공무원, 도의원, 로맨틱한 지사가 함께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한해도 다 저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