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게릴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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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릴라를 위하여
  • 충북인뉴스
  • 승인 2007.12.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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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미 KBS방송국 작가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은 쏜 화살과 같아서 언젠가 힘껏 날려 보낸 살을 찾아 풀 섶을 헤매다 보면 어느새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자신에게 꼭 맞는 잘 다듬어진 활 하나쯤은 갖고 있는 법… 2008년 우리지역엔 온 몸으로 활시위를 당긴 예술가들이 있다. 크고 화려한 무대 대신 소박하고 의미 있는 예술 마당을 펼친 주인공들이다.

#1 반전 드라마의 주역

방금 마친 모내기로 들판이 푸르게 빛나던 지난 5월, 청원군 북이면 마을 사람들이 예술공장 두레의 너른 앞마당으로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올 해로 세 번째 신명나는 마당극 한마당, ‘농촌 우수마당극 큰잔치’가 곧 시작되기 때문이다. 두레 마당은 벌써부터 잔치 분위기다. 뜨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마을 사람들이 든든히 속을 채우고 나면 사위에 어둠이 깔린다. 그리고 반짝! 밤하늘에서 하나 둘 조명이 켜질 때 쯤… 흥겨운 축제의 막이 오른다.

창작 춤극과 마당극을 아우르며 지역의 중심 종합연희단체로 자리매김한 예술공장 사람들. 이들이 도시를 떠나 시골 마을에 터를 잡은 후로 이들 공연의 주요 관객은 남이면 주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농촌지역 사람들이 한 사람의 관객으로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문화적으로 소외된 현장에 터를 잡고 거꾸로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어 가는 반전의 드라마가 한 농촌마을에서 예술가들의 열정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2 젊은 예술가들, 동네를 습격하다

청주시 내덕동 안덕벌 거리를 거닐던 마을 주민이 문득 발길을 멈춘다. 가만… 이 사람을 내가 어디서 봤더라… 아하!

지난 가을 청주시 예술로라 불리는 안덕벌 거리엔 동네 주민들의 친근한 얼굴이 담긴 사진전이 열렸다. 동네 거리는 순식간에 갤러리로 변해버렸다. 갤러리 한 가운데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 슈퍼 아주머니는 한동안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이처럼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작은 예술제를 펼친 주인공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젊은 예술인들의 집합소 하이브 캠프 사람들이다. 예술가들이 좁은 작업실을 나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무대삼아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담아내고, 마을 사람들과 둥글게 손을 잡고 춤추던 순간 예술은 고고한 외투를 벗고 공공의 영역으로 성큼 들어왔다. 올 해 우리지역 문화예술계를 한동안 달궜던 또 하나의 공공미술이 탄생한 순간이기도 했다.

#3 通하는 예술을 위하여

문화 예술의 존재의미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눈이 맞고 마음이 통해 창작자의 떨림이 감상하는 이에게 비로소 전해졌을 때 살아나는 것이 아닐까. 허나 이 둘 사이엔 언제나 깊은 강이 흐르고 있어 각자 강 건너편에 앉아 서로를 멀찌감치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런 의미에서 예술공장 두레 사람들과 하이브 캠프의 예술가들,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이들이 오늘도 물살이 거센 강물 위로 작은 다리를 잇고 있다. 난 이들을 문화 게릴라라고 부르고 싶다. 정형화된 예술가의 길을 가볍게 뛰어넘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람들과 통하는, 그래서 더 행복한 예술의 마당을 넓혀가는 이들… 새해에도 문화 게릴라들의 승전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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