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의 역사를 몸에 가둔 것이 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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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의 역사를 몸에 가둔 것이 춤입니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1.17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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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 중요 무형문화재 이애주 교수 이수자 된 육영임씨
   
 
육영임 씨(41)는 지난해 말 한국춤의 대가 이애주 교수의 이수자가 됐다. 2002년 이애주 교수의 문하에 들어간 지 5년 만에 이뤄낸 결과였다. “뼈를 깎는 고통이었어요. 춤에 대한 열정과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포기해버렸을지 모릅니다.” 청주와 서울을 오가며, 춤에 대한 열정으로 고된 행군을 버텨냈다. 버스에서 새우잠을 청했지만, 육체는 쉬 피로감을 느꼈다. 때로는 ‘춤을 추다 곧 죽을 것 같은’ 아픔도 겪었다고 했다.

춤의 도약 위해 도전 권유한 남편
그는 청주대 무용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청무회 회장을 역임했다. 충북무용협회에서 활동하면서 지역에서도 개인발표회 및 단체공연무대에 자주 올랐다. 부족함 없이 활동 기반을 다져갔던 그가 욕심을 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남편이 권유했어요. 제 춤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애주 교수님이 어떠냐고 묻더라고요.”
대학 운동권에서 만난 남편 유기현 씨는 그의 적극적인 비평가이자 후원인이다. 결혼할 때 ‘무용을 그만 두지 않도록 지원해 줄 것’을 약속했다는데, 그동안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 “결혼하자마자 방에 커다란 거울을 붙여주더라고요. 그게 바로 저만의 8평짜리 작은 무용실입니다.”

육 씨는 8살 3살 남매를 둔 두 아이의 엄마다. 결혼 후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접는 가장 큰 이유가 ‘육아문제’라고 하지 않던가. 그는 남편과 시댁식구들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헤쳐 나갔다고 했다. “사실 제가 7대 종부라서 제사가 많은데, 다행히도 큰 공연 있는 날과 제사 날짜가 겹치지 않더라고요. (웃음)”

몸의 기운 이끌어내는 ‘한밝춤’
이애주 서울대 무용학과 교수(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 예능보유자)는 한국춤판을 이끌어왔다고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금 전통 춤의 본질을 찾고, 현대에 맞는 재창작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른바 춤의 원류를 ‘한밝춤’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밝춤은 ‘하나의 빛’이란 뜻으로, 우리 춤의 맥락을 꿰뚫는 작업을 일컫는다.
육 씨는 “교수님으로부터 살풀이, 태평무부터 예의춤, 바라춤, 절드림 등 다양한 춤을 배웠지만, 관객과 함께하는 ‘한밝춤’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한밝춤은 기의 원활한 흐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몸도 건강해집니다”라고 말했다.

“음 아 어 이 우~.” 이 다섯 가지 소리를 모두 아랫배에 힘을 주고 천천히 늘리면서 낸다. 바로 이 ‘오음’을 내다보면 팔이 절로 들썩거린다는 것. 한 음 낼 때마다 그의 팔이 하늘로 가볍게 날개 짓을 했다. 이처럼 한밝춤은 누구나 내재돼 있는 기운을 꺼내, 하늘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육 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우리 춤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때 단절돼버렸어요. 전통, 즉 만년의 역사를 몸에 가둔 것이 바로 우리 춤이예요. 그러니까, 우리 춤은 역사적인 몸짓이기도 합니다. 이제 역사를 재해석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대중과 소통하는 춤
육 씨의 스승인 이애주 교수는 가난하고 낮은 사람들과 춤판을 기꺼이 벌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 교수의 춤의 정신은 또한 육 씨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86학번인 저는 춤으로 민중들과 다가가기 위해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이제는 춤을 통해 더 많은 대중과, 좀 더 열려진 방법으로 만나고 싶어요.”

그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금강산 관광이 열렸던 99년 당시 ‘아! 금강산’을 주제로 한 첫 축하무대와 문익환 목사님 장례식 무대였다고.

한편 이애주 교수의 문하에서 이수자가 되기 위해 현재 모여 있는 사람들만 30여명이다. 그 가운데 이수자는 육 씨를 포함해서 총 11명이다. “공부하는 ‘거리’ 때문에 너무 힘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음에 공부하는 후배들은 좀 더 편한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청주에 지부를 설립해서 우리춤을 보급하는 것이죠. 또 우리춤의 창작작업도 곧 무대에 올려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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