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언제까지 예술가에게 용돈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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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언제까지 예술가에게 용돈 줄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1.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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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기금지원 사업 내용 통합 ‘선택과 집중’ 펼쳐 눈길
예술인, “나눠주기식 이젠 그만” 제도 개선 목소리 높여
   
 
  ▲ 문예진흥기금, 무대제작지원사업, 찾아가는 문화활동은 대표적인 예술가와 예술단체 지원사업이다. 하지만 충북도는 지원단체들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명목아래 ‘나눠주기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도내에서 열린 공연모습.  
 
충북도의 문화정책은 언제 변화의 바람이 불까. 충북도는 문예진흥기금과 무대제작 지원사업, 찾아가는 문화활동 등 예술단체와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그리고 문화향수권 증대를 위한 기금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들은 ‘공고’형식만 갖춘 ‘나눠주기식’ 배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수혜자인 예술인들조차 매년 배분의 공정성과 사후평가제도의 미미 등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해왔다.

대구시는 이미 개혁?
하지만 최근 대구시는 2008년부터 기금배분 사업들에 대한 제도개혁에 나서 화제다. 대구시는 우선 문예진흥기금과 무대지원사업 그리고 찾아가는 문화활동과 독자적으로 벌였던 기초예술진흥사업등을 하나로 묶었다. 실제 이름만 다를 뿐, 내용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던 사업들을 실질적인 항목으로 다시 짠 것이다.
이로 인해 예술인 단체중심 지원에서 사업 중심의 평가제로 전환했다. 또한 사업별로 장르의 특성을 고려해 지원 금액을 차별화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최소 50만원부터 최대 1억원까지 파격적인 금액배분이 눈길을 끈다.

대구시 관계자는 “1억원 이상 지원 공연은 모두 4건 인데, 일반적인 작품이 아니라 지역 문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것들이다. 대구를 알릴 레파토리 작품을 만들어 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구 예술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비록 예술단체들의 힘은 약해질 수 있지만,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바른 방향으로 간다는 데 동의한다는 것. 또한 예전처럼 기금을 쪼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선정될 경우 지원 금액이 훨씬 크기 때문에 승부수를 던질만하다는 것. 한마디로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예술가들은 작품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치열한 싸움이 전개될 것이라는 것.

대구시는 또한 사후평가제도를 체계적으로 실시해 제도 개혁 이후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 할 계획이다. 이미 일 년 전 공연단체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시는 문화를 전공한 일반시민과 전문가, 연구원들을 한 팀으로 묶어 모니터링 제도를 운영했다. 그리고 전문연구원들이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 교육을 통해 수를 늘려나가고 이른바 ‘풀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대구시가 예술단체들의 기본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모니터링을 통해 실질적인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시민 동아리 지원도
대구시의 구체적인 지원 내역은 다음과 같다. 대영 기획·전시, 우수 예술 사후 지원, 젊은 예술가 창작지원, 창조적 문화예술활동지원, 국내외 문화예술교류활동, 문화예술 향수기회 확대, 무대제작지원사업, 찾아가는 문화활동. 이처럼 8개 단위 사업으로 구분했고, 총 예산은 20억 3900만원이다.

전년도 사업평가를 통한 사후 지원과 젊은 예술가 지원, 그리고 일명 아마추어 예술가로 불리는 생활문화 동아리들을 위해 최소 50만원의 지원액을 책정한 것도 참신해 보인다.

대구시는 제도 시행에 앞서 예술단체들을 대상으로 한차례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모니터링 제도가 최소 3~4년 이상 쌓여야 평가 잣대로 활용될 수 있다. 지난해 시범 사업을 거쳤고, 올해 첫 스타트를 끊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1월 초 기금 지원 접수를 받았으며, 심사만 한달 반 예정하고 있다. 빠르면 3월 초 최종 결과가 나온다.

충북도, 제도개혁 필요해
대구시의 이러한 사례는 예술가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또한 도 단위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지역의 예술가 P씨는 “사업별로 경쟁을 하다보면 청주를 제외한 다른 시·군단위 예술단체들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 단위에서는 이를 고려한 체계적인 판 짜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충북도는 지난해 11월,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 계획안을 발표했다. 개인과 단체를 포함해 문학, 미술, 음악, 무용 등 각 분야마다 최소 120만원에서부터 5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해도 여전히 ‘나눠주기식’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따라서 연극인 C씨는 “문예진흥기금으로 받는 약 200~300만원은 예술인들에게 ‘용돈’으로 인식된다. 무엇가 판을 벌일 만한 돈이 안되고, 또 지원금에 맞춰 공연이나 전시를 올리다보니 질이 계속해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다른 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또한 무대지원사업도 장르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신청단체 수가 많으면 예산을 더 지원해 주는 비합리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대제작지원사업은 지난 2000년도부터 IMF를 맞은 예술인들의 창작의욕을 높이고자 연극, 무용, 음악, 국악 등 4개 분야 공연예술단체의 사업내용을 신청받아 선택적 지원을 하고 있다.
도 문예진흥기금과 달리 작품선택에 있어 1대 1 인터뷰 심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별로 작품을 ‘배당’하고 있고, 또 사후평가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서울에서 실시하고 있는 관객 모니터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도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그리고 찾아가는 문화활동은 2004년부터 문화향수권 증대를 위해 만든 제도이지만, 무대지원사업과 그 내용이 사실상 중복되고 있다.

한편 충북도는 90년대부터 이러한 예술가 지원제도를 운영해왔지만, 예술단체들의 기본적인 데이터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모니터 제도를 통해 뒤늦게나마 데이터를 확보해가야 나가야 한는 여론이다.
예술인 K모씨는 “객관성을 확보하려면 심사위원공개, 지원서류 공개뿐만 아니라 지원단체의 3년간 사업평가, 활동회원 수등도 함께 밝혀야 한다. 심사가 끝난 후 정보공개요구는 해마다 있어온 일”이라고 꼬집었다.

충북도는 문예진흥기금을 1월내로 발표하고, 무대지원사업은 2월 15일 1차 인터뷰 심사가 잡혀있다. 그리고 찾아가는 문화활동은 이달 중 접수해 다음달 인터뷰 심사를 통해서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충북도가 예술가들의 이러한 비판을 수용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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