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라인 증설 유치 현실이냐 짝사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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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라인 증설 유치 현실이냐 짝사랑이냐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8.01.24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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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확정 된 것 없다, M11 가동 이후 검토’
‘기필코 유치 하겠다’는 청주시 지나친 유비무환?
하이닉스 매각이 지역으로서 불가항력적인 일이라면 증설공장 유치는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 할 실천적인 문제다.
때문에 남상우 청주시장이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유치는 입지조건과 지자체의 마케팅 전략이 맞아 떨어질 때 성과로 이어진다. 하이닉스 1·2라인(M11)처럼 정부 정책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은 기반시설과 물류, 생산성, 인력확보 등 다각적으로 비교검토하게 되며 여기에 지자체의 적극적인 유치노력이 작용해 입지가 결정되게 된다.

   
 
  ▲ 청주시가 하이닉스 증설 3·4공장 유치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하이닉스는 확정된 게 없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지난해 투자협정체결직후 김종갑사장(좌)이 정우택 지사·남상우 청주시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육성준기자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
청주시가 테크노폴리스 내에 하이닉스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것도 입지조건을 최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하지만 청주시의 적극적인 구애공세와는 달리 하이닉스는 증설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입지는 고사하고 증설 여부 조차 아무것도 확정된 것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는 2005년 M11라인 입지를 결정할 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당시에는 매년 공장을 증설해 변화하는 반도체 시장에 부응하겠다고 투자 의지를 밝혔었다.

청주시가 테크노폴리스 조성을 서두르는 것도 하이닉스의 이런 계획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청주산단내 옛 삼익 부지에 1·2라인을 착공한 만큼 추가 증설공장이 오는 4월께에는 확정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이닉스 추가 증설 공장 유치에 대한 청주시의 모습은 한마디로 ‘하이닉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는 것이다.
공장부지를 우선 공급해 착공에 문제가 없게 함은 물론 주변에 협력업체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산단을 조성하고 임직원 자녀들을 위한 교육문제 까지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런 청주시의 적극공세는 최소한 올 초까지만 해도 유지됐다. 하지만 하이닉스가 공장 증설에 대해 미온적인 자세로 전환하면서 시의 분위기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필코 유치’에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격으로 다소 관망하는 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첨단산업단지(테크노폴리스)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늘고 있듯이 산업용지 분양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닉스가 들어와 준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손해볼 게 없다. 또한 하이닉스 입지로 청주가 결정된다 하더라도 부지 제공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만큼 현재로서도 착공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객관적 상황도 녹녹찮아
청주시가 다소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하이닉스가 증설계획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 외에도 수도권 규제가 완화될 조짐 마저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닉스는 1·2라인 증설때까지만 해도 청주 보다 경기도 이천을 선호했으며 이런 분위기는 아직도 남아 있다.

연구개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고급 기술인력 확보가 용이한 이천에 훨씬 큰 매리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환경부도 폐수를 방류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구리공정 전환을 허용했다. 추가 증설 입지로 이천의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이와 관련 하이닉스 관계자는 “공장 증설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청주의 M11라인을 가동한 뒤 시간을 갖고 검토할 계획이다. 이천공장의 무방류 구리공정 전환 허용에 따라 기존 공장 증설도 가능해진 만큼 다각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수도권 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온 이명박 당선자가 하이닉스 해법을 이천 증설 쪽에서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청주 유치는 넘어야 할 산이 높아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이닉스가 증설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천 증설이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가 완화될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천을 선호하는 하이닉스로서 벌써부터 증설 공장 입지 논란에 휩싸일 이유가 없다. 어차피 수도권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마당에 새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치적 이유 외에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이 재고평가손과 환차손을 더할 경우 최대 3000억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투자를 확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이닉스 측은 내부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것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의 설비투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적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투자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수준의 기업은 아니다. 단지 추가 투자에 대한 시간상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M11라인을 가동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 할 예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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