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호천의 아름다운 목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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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호천의 아름다운 목격자”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1.3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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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천 프로젝트가 남긴 것들…3일간의 순례, 설치, 퍼포먼스
   
 
  ▲ 미호천 궁평리에 놓은 나룻배에는 이번 프로젝트의 여정이 짧은 단어로 기록돼 있다.  
 
미호천에 작은 나룻배가 놓였다. 김주영의 ‘길 떠남:出家’ ‘하늘로 떠나는 배’ ‘중말에서 아티카까지’…. 배 한 구석에 적힌 텍스트는 나룻배의 이야기이자, 또한 작가 김주영의 여정을 엿볼 수 있는 단서다. 그리고 배 위에는 갈대를 꽃꽂이 하듯 세워놓았다. 과연 이 배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아침 7시. 세 여자가 모여 미호천을 달린다. 세 여자의 과거는 우연찮게도, 청주여고 출신이며 또한 미호천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김주영, 임은수, 김정애 씨는 삼일 동안 미호천을 걷고, 현장에서 낚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것이 바로 미호천에서 벌어진 두번째 ‘물길따라 풀길따라’프로젝트였다.

‘삶의 모퉁이를 끌어내는 것이 예술’
1월 25일 오후 5시 청원군 강외면 궁평리 미호천. 오전 7시부터 벌인 걷기 순례가 끝나자, 곧바로 미호천에서 첫 번째 현장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예정된 시간보다 행사가 한시간 가량 지연됐다. 김정애 씨는 “미호천을 걸으면서 다리가 부러진 원앙새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하느라 늦었다”고 답했다. 원앙새가 충북대 동물병원에서 치료받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것.

이날은 일기예보상 올 겨울 가장 추운 날씨였다. 더군다나 갈대만 듬성듬성한 이곳은 프로젝트를 보러온 사람들의 온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 김주영씨의 설치작품 ‘불꽃배’가 미호천에 놓였다. 나룻배 위에 관객과 함께 일일히 촛불을 올려 완성했다.  
 
김주영 교수(홍익대)는 나룻배위에 촛불을 일일이 관객들과 놓으며 어둠 속의 ‘불꽃 배’를 완성시켰다. 한쪽에서는 임은수씨가 살풀이 춤을 선보였다. 한이 많은 사람들 옷을 수거했다는 임은수 씨는 미호천 작은 뚝방 위에서 그것들을 말끔히 태웠다. 그는 “불과 물은 정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카메라와 캠코더 뿐만아니라 그림과 설치로 미호천 프로젝트를 기록하고 있는 김주영 교수.  
 
그리고 ‘불꽃 배’ 설치 작품을 배경으로 판소리 이야기꾼 조동언씨와 송문선, 김은정 씨공연이 열렸다. 추임새가 추위에도 맛깔스럽게 들렸다. 그리고 그다음 행선지는 인근 식당.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미호천의 추억들을 하나씩 풀어냈다.

미호천 프로젝트는 이른바 ‘nomade’다. 숨은 이야기들을 끌어내고, 또한 만들어가면서 이른바 ‘야화’를 써내려가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주영 교수는 “사건은 늘 벌어지고 있으며, 또 이어진다. 현장성 있는 기록들은 일종의 ‘다큐형식’을 띠며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비디오와 사진, 설치, 드로잉, 페인팅으로 이미 지난 여름 미호천에서 펼쳤던 첫 번째 프로젝트를 전시장에 다시 선보이기도 했다. 미호천에서 구한 ‘나룻배’를 전시장에 놓고, 그 주변에 코스모스와 꽃을 설치해 ‘작은 미호천’을 옮겨 놓았다.

김 교수는 “환경 다큐와 미술의 만남이 아직은 낯선 장르인 것 같다”며 “예술은 모퉁이의 삶을 끄집어 내는 따뜻한 시선이 아닐까싶다”고 말했다.

   
 
  ▲ 임은수씨는 다리 위에서 살풀이 퍼포먼스를 펼쳤다.  
 
어쩌면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미호천의 나룻배일지 모른다. 나룻배에도 기막힌 사연이 있다. 미호천에서 나룻배와 생을 같이 했던 뱃사공 노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후에 작가들은 할머니를 찾아가 나룻배를 옮겨달라고 부탁한다. 할머니는 마치 남편을 보내는 것처럼, 나룻배가 옮겨질 때까지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미호천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물길과 풀길을 따라 걷고 걸었던 이들은 프로젝트 진행자 이기전에 ‘아름다운 목격자’였을 것이다. 순례, 설치, 사진, 비디오,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호천을 기록하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 1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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