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호천 궁평리에 놓은 나룻배에는 이번 프로젝트의 여정이 짧은 단어로 기록돼 있다. | ||
아침 7시. 세 여자가 모여 미호천을 달린다. 세 여자의 과거는 우연찮게도, 청주여고 출신이며 또한 미호천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김주영, 임은수, 김정애 씨는 삼일 동안 미호천을 걷고, 현장에서 낚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것이 바로 미호천에서 벌어진 두번째 ‘물길따라 풀길따라’프로젝트였다.
‘삶의 모퉁이를 끌어내는 것이 예술’
1월 25일 오후 5시 청원군 강외면 궁평리 미호천. 오전 7시부터 벌인 걷기 순례가 끝나자, 곧바로 미호천에서 첫 번째 현장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예정된 시간보다 행사가 한시간 가량 지연됐다. 김정애 씨는 “미호천을 걸으면서 다리가 부러진 원앙새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하느라 늦었다”고 답했다. 원앙새가 충북대 동물병원에서 치료받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것.
이날은 일기예보상 올 겨울 가장 추운 날씨였다. 더군다나 갈대만 듬성듬성한 이곳은 프로젝트를 보러온 사람들의 온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 김주영씨의 설치작품 ‘불꽃배’가 미호천에 놓였다. 나룻배 위에 관객과 함께 일일히 촛불을 올려 완성했다. | ||
▲ 카메라와 캠코더 뿐만아니라 그림과 설치로 미호천 프로젝트를 기록하고 있는 김주영 교수. | ||
미호천 프로젝트는 이른바 ‘nomade’다. 숨은 이야기들을 끌어내고, 또한 만들어가면서 이른바 ‘야화’를 써내려가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주영 교수는 “사건은 늘 벌어지고 있으며, 또 이어진다. 현장성 있는 기록들은 일종의 ‘다큐형식’을 띠며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비디오와 사진, 설치, 드로잉, 페인팅으로 이미 지난 여름 미호천에서 펼쳤던 첫 번째 프로젝트를 전시장에 다시 선보이기도 했다. 미호천에서 구한 ‘나룻배’를 전시장에 놓고, 그 주변에 코스모스와 꽃을 설치해 ‘작은 미호천’을 옮겨 놓았다.
김 교수는 “환경 다큐와 미술의 만남이 아직은 낯선 장르인 것 같다”며 “예술은 모퉁이의 삶을 끄집어 내는 따뜻한 시선이 아닐까싶다”고 말했다.
▲ 임은수씨는 다리 위에서 살풀이 퍼포먼스를 펼쳤다. | ||
미호천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물길과 풀길을 따라 걷고 걸었던 이들은 프로젝트 진행자 이기전에 ‘아름다운 목격자’였을 것이다. 순례, 설치, 사진, 비디오,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호천을 기록하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 1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