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장은 NO,골프연습장은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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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장은 NO,골프연습장은 YES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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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관리공단 소유 청주 상록테니스장, 골프연습장 조성 논란
테니스 동호인, “설립취지와 달라, 공기관이 돈벌이에만 치중” 비난

골프붐에 엉뚱하게 테니스가 서러움을 받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구 연초제조창 옆에는 비교적 규모가 큰 테니스장이 하나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소유의 상록테니스장이다. 이곳 땅은 원래 청주 갑부였던 고 민철기씨의 소유였다가 구 총무처로 넘어간 후 공무원들의 후생복지와 체력단련 용 테니스장이 들어선 것이다. 방치된 부지까지 모두 합치면 면적이 4200여평에 달한다. 그런데 이 테니스장이 조만간 없어지게 됐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이곳을 골프연습장으로 전환키로 하고 현재 설계를 진행중이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0월쯤 착공된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청주 북부권 테니스 동호인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덕 율량 사천동을 중심으로 하는 청주 북부권에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테니스장은 이곳 상록(7면)과 청원군이 관리하는 테니스장(3면) 등 두곳에 불과하다. 동호인들에 따르면 북부권의 테니스 애호가들은 약 500여명으로 추정된다. 단순하게 말하면 이들의 ‘공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상록테니스장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선다는 것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번졌다. 일부 주민과 테니스장 회원들이 몇차례 당국에 사실여부를 물었으나 들은 것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게 없다”는 답변 뿐이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골프연습장 건설은 사실이고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됐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이곳에 60타석(3층)의 골프연습장을 조성키로 하고 청주 H건축사 사무소에 설계를 의뢰, 조만간 납품될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 상당구청 관계자는 “정식으로 접수된 서류는 없고 다만 당사자들이 찾아와 허가와 관련, 문의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속내는 돈벌이가 아니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이곳을 골프연습장으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순전히 수익성 때문이다. 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감사원으로부터 청주 테니스장이 적자운영되는데 대해 여러번 지적을 받았다. 전국적으로 테니스장이 네곳에 조성돼 있다. 청주 춘천 광주 전주 등이다. 이중 춘천 테니스장은 지난해 매각했고 전주 것은 현재 매각을 추진중이다. 청주 상록테니스장은 수익성을 고려해 골프연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고 광주 것도 기능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테니스장은 과거총무처 시절 공무원들의 체력단련 목적으로 조성됐는데 IMF이후 수익성이 저하된데다 공무원들의 참여도 저조해 그동안 감사원으로부터 여러번 지적을 받았다. 테니스장의 상실을 우려하는 청주시민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다. 조만간 설계를 납품받는대로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법적 기간을 거친다면 아마 10월 착공이 가능할 것이다”고 밝혔다.

테니스동호인들은 멀쩡한 테니스장을 골프연습장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사정은 이해하지만 공기관으로서 명분없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이곳의 한 회원은 “당초 테니스장 조성목적은 공단의 주인인 공무원들의 후생복지다. 이런 취지를 무시하고 수익성만 따진다면 설득력을 얻겠는가. 그동안 쉬쉬하면서 추진한 것도 의심스럽다. 골프연습장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바로 인근에 민가가 많아 그 소음을 참아낼지도 모르겠다. 연금공단의 주장처럼 실제로 감사원이 그런 지적을 했는지 궁금하다. 단순히 돈벌이 목적이라는 의심도 간다. 어쨌든 우리 입장에선 황당한 일이다”고 말했다. 일부 회원을 중심으로 테니스장의 존치를 바라는 여론을 지방의원과 시민단체등에 호소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회원들은 꼭 골프연습장을 짓겠다면 다른 곳에 대체 테니스장이 조성될 때까지만이라도 착공을 유보해달라고 주장한다. 신흥 도시지역인 청주 남부권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부권 테니스장의 현실을 감안한 고육책인 셈이다. 상록테니스장은 한 때 300~400여 회원을 거느릴 정도로 청주를 대표했으나 그동안 시설투자를 미루고 관리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지금은 100여 회원만이 클럽별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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