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가 바로 저기다박차를 가하자”
상태바
“고지가 바로 저기다박차를 가하자”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06.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계 호주제 폐지위해 다양한 노력 기울이는 중
상당공원 부근에 호주제 폐지 원하는충북남성 850인 선언 나붙어

호주제를 폐지하기 위한 여성계의 활동이 활발하다. 여성부에서는 뜻을 같이하는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호주제폐지추진기획단(단장 안재헌 여성부차관)을 조직하고 다양한 일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충북지역에서는 ‘호주제폐지충북시민연대’를 이미 만들고 지난 24일 상당공원 부근에 ‘충북남성 850인 선언, 호주제 폐지 남성들도 간절히 원합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국회의원에게 압력가하는 중
충북여성민우회 우은정 문화교육부장은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52명의 의원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의원발의로 호주제폐지 민법중 개정법률안을 올렸는데 아직 국회에 상정되지 않았다. 법사위원장이 안건으로 올라오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확답은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여성계에서는 가능한 연내에 호주제가 폐지되도록 국회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활동의 일환으로 청주지역 여성단체들은 상당구 홍재형의원(민주당)과 흥덕구 윤경식의원(한나라당)에게 메일이나 엽서보내기 운동을 펼쳤고 지난 13일에는 철당간에서 거리캠페인을 벌였다. 현재 호주제 폐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도 서명을 받는 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서울에서는 지난 10일 성균관 가족법 대책위원회 주최로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가족법개정반대 전국유림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호주제 폐지되면 국민 모두 짐승된다’며 격렬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지역에서도 이와 유사한 플래카드가 시내 곳곳에 나붙었으나 궐기대회나 집회가 구체적으로 열리지는 않았다.

호주제 폐지는 지난 97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서 부모성 함께 쓰기를 선언한 이래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한 게 아니고 6년여간 노력해온 대가로 호주제폐지안이 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는 것. 

3살짜리 손자가 70세 할머니 주인
한편 호주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로 여성계에서는 21세기가 상호존중과 수평적인 네트워크의 시대가 되었다는 점, 집안의 대가 끊어져서는 안된다는 남아선호사상의 관습 아래 여아낙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것. 일제잔재인 호주제를 폐지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호주제폐지충북시민연대측은 “여아 100명당 남아가 109명이라는 심각한 성비 불균형은 앞으로 결혼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늘어나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또 호주제는 아들 우선의 호주승계, 처의 부가입적, 부의 성을 강제로 따르도록 돼있는 조항 등으로 평등한 가족관계를 가로 막고 있고, 한부모 및 재혼가정 등 다양해지는 가족관계를 아우르지 못해 자녀와 가족의 행복추구권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호주제는 여성과 자녀를 남편호적에 입적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자녀는 어머니 호적에 올라갈 수가 없다. 단지 ‘동거인’으로 기록될 뿐이다. 또 남편은 처의 동의없이 혼인외 자녀를 입적 가능하나 처는 남편의 동의를 얻도록 돼있다. 이는 호적의 주인이 ‘호주’이고 부계혈통만을 이어가기 때문. 아들 우선의 호주승계로 3살짜리 손자가 70세 할머니의 주인이 되는 것은 호주제가 가진 최대의 모순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