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문화집단 ‘살판’
‘스스로 살찌우기 위해 판을 벌였다’
상태바
여성주의 문화집단 ‘살판’
‘스스로 살찌우기 위해 판을 벌였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4.04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동대표 맡은 김수정·유은선 씨,
영화 모임 및 인문학 세미나 개최
‘여성주의 문화집단’을 내건 살판은 여성주의를 문화라는 필터로 걸러내는 모임이다. 살판은 지난 1월 4일 명암타워에서 조촐한 선포식을 한 데 이어 영화 모임과 인문학 세미나 등 여성운동의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한다.

   
▲ ‘여성주의 문화집단’을 내건 살판은 여성주의를 문화라는 필터로 걸러내는 모임이다. 살판은 글쓰기, 취미, 오락 등 다양한 판을 짤 예정이다. 공동대표를 맡은 김수정(왼쪽)·유은선 씨.
살판은 2007년 충북여성민우회가 리더십 강좌를 연 것이 계기가 돼 문화에 관심 있는 여성운동 활동가들이 자연스럽게 뭉쳤다고 한다. 그 후 자연스럽게 여성주의 영화모임으로 확장됐고, 최근 인문학 강좌까지 열게 된 것. 살판의 회원은 약 10명으로, 여성단체 활동가뿐만 아니라 남성회원과 일반 시민들도 함께 모임을 진행한다. 공동대표는 김수정(44)·유은성(44)씨가 맡았다.

김수정 씨는 “시민운동, 여성운동 등이 일단 벽이 높잖아요. 처음엔 쉽게 ‘영화로 풀어가자’했어요. 그런데 회원들이 나이가 들다보기 어쩔 수 없는 상실감이 찾아온 거예요. 어떻게 치유하할까 고민하다 인문학 강좌까지 열게 된 거죠”라고 설명했다.

살판은 일단 흥덕 문화의집에서 ‘안놀토 영화방’를 벌인다. 그야말로 안노는 토요일 오전에 모여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떠는 것. 이러한 ‘영화 수다’들은 영화평으로 변신해 인터넷 사이트에 축적되고 있다. 올 연말 1인 1책 만들기 사업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은선 씨는 “영화보고 수다 떠는 가운데서 삶의 지혜를 발견할 때가 많아요. 개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여성 문화 운동의 시작이예요”라고 말했다.
살판의 회원들은 ‘동인(同人)’개념을 강조한다. 말 그대로 뜻이 맞아 모임을 같이 하지만, 탈퇴하더라도 강제사항은 없다. 또한 규칙도 없다. 다만 문화를 향유하며, 함께 치유의 과정을 거치며 건강한 삶을 꿈꿀 뿐이라고.

‘우리는 수다로 건강해진다’
사실 여성주의 문화운동은 여성운동계의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이번에 인문학 강의를 맡은 여성문화이론연구소도 90년대 말 태동했다. 여성문화운동도 문학, 영화, 미술 등으로 세분화돼있다. 하지만 지역에서 활동가들이 여성문화운동을 본격적으로 외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살판이 벌이는 여성주의 문화운동에 대한 정의와 활동방향이 관심을 일으킨다.

충북여성민우회 남정현 대표는 “살판은 세미나 외에도 정기적인 수다 모임을 통해 공교육의 문제점 등을 논해요. 수다를 아줌마들의 것으로 폄하하는데, 수다는 소통을 이뤄내는 강력한 여성의 언어예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출발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김수정 씨는 “지역에서 여성민우회가 창립한 것도 10년이 채 되지 않아요. 창립 당시엔 거대 담론이 우리사회를 관통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로 여겨졌어요. 이제 운동가들도 세월을 보내면서 자신을 살찌우고 싶다는 욕구들이 생긴 것 같아요. 운동가가 현장에서 자기 문화영역을 구축할 때 그것이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지 않을까요”라고 설명했다.

살판은 앞으로 어떤 ‘판’을 벌일까. 유은선 씨는 “여성을 위한 문화센터와 살판이 차별화된 지점은 여성주의 문화관점이라는 데 있어요. 여성주의는 넓게 보아 인본주의라고 봐요. 인간답게 살려는 권리를 주장하니까요. 용어는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내용은 변치 않죠. 불편부당한 얘기들을 꺼내는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여성주의 관점으로 본 지역문화, 또한 세상의 문화는 어떨까. 김수정 씨는 “남성주의 관점에서 역사와 문화, 철학 등이 기록됐잖아요. 역사가 이긴자의 관점에서 기록됐듯이. 우리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곧 지역의 여성문화사이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살판은 글쓰기, 취미, 오락 등 다양한 판을 짤 예정이다. 김수정 씨는 “이시대의 화두 중에 하나가 ‘욕구’잖아요. 개인이 자유로운 삶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꾀하고, 또 자기 주체성이 확보된 삶을 살아가야죠. 여성주의 강요가 아닌 우리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나갈 것이예요”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