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연단체, 상반기 공연 미루는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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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연단체, 상반기 공연 미루는 사연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4.0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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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티켓 제도 변화 인식시키는데 시간 걸려
홈페이지 시스템 불안정 관객 항의 글 잇따라
사랑 티켓(http://www.sati.or.kr)홈페이지가 지난달 25일 오픈했지만, 시스템 불안정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홈페이지에 회원들의 탈퇴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 지난달 25일 오픈한 사랑 티켓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극단 새벽이 4월 4일부터 19일까지 소극장 연극창고 새벽에서 여는 공연 ‘배뱅이 간다’를 예매할 수 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는 잦은 시스템 불안정으로 항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kim 8617씨는 “이번에 새로 홈페이지가 개편 돼 예매를 하려고 하니까 지역인증을 받으라고 나오더군요. 분당 거주니까 ‘경기’로 체크했고, 사랑 회원 읍면 단위 거주자로 했어요. 그런데 공연을 예매하려고 하니까 되지 않네요. 거주지는 분당이지만 공연은 대부분 서울 대학로에서 보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지역을 ‘경기’로 신청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예매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 드려요”라는 글을 올렸다.
또한 아이디 julian씨는 “티켓 한 장 예매하려고 하루 종일 붙들고 있네요. 카드 결제가 안돼요. 좌석 선택하고 결제창 누르면 창이 잠깐 떴다 사라지고 아무리 결제 눌러도 꼼짝도 안합니다. 결제 시스템 오류가 심각해요”라고 게재했다.

달라지는 사랑티켓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일 년 1인당 10매, 한 공연에 4매까지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연 당일 예매가 불가능하며, 적어도 공연 하루 전 오후 5시까지 신청 해야 한다. 취소도 마찬가지 전일 오후 5시까지 가능하며, 당일 취소는 불가하다. 또한 공연장에서 예매번호와 신분증을 매표소에 제시하고 티켓을 수령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공연정보를 관람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번 개편의 최대장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온라인 시스템은 지역 현실과는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사재기 여전히 가능해
사랑 티켓 사업은 서울에서 1991년부터 시작됐으며, 지난 2001년 전국으로 확대됐다. 충북은 도 연극협회가 주관처를 맡고 충북도와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예산지원을 받아 그동안 이름만 달리한 ‘충북좋은공연종합관람권’제도를 운영해왔다. 2001년 당시엔 1500만원에서 현재 1억 1500만원으로 지원액이 늘어났다.

사랑 티켓 사업은 관객개발과, 극단지원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출발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제도의 지원 내용이 확연히 달라졌다. 먼저 관객이 티켓 직접 구매에서 인터넷 예매제로 전환됐고, 대상도 소외계층에 집중한다. 따라서 지원 대상에 따라 사랑회원, 나눔회원, KB회원, 일반회원으로 나뉜다. 사랑티켓은 아동·청소년(만3세~24세)과 지역 읍·면단위 거주자에게 5000원 관람료를, 나눔 회원인 새터민, 65세 이상의 노인, 외국인 노동자, 실직자, 군인 등은 관람료를 전액 지원해준다.

사랑 티켓 사업 주관처인 충북도 연극협회는 “한마디로 ‘속인주의(屬人主義)’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만약 주소지를 서울에 둔 대학생이 청주에서 공연을 본다고 할 때, 주소지가 청주에 있으면 충북 기금에서 지원된다. 문제는 관람객이 주소지를 수시로 변경할 경우 실제 내용과 일일이 대조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읍면 거주자 조회도 마찬가지다”고 답했다.

실직자는 노동부 인증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차상위 계층은 생활보호 대상자 서류를 증빙해야 한다. 충북도 연극협회는 “대학로 시스템에서 적용하던 것을 전국단위로 풀다보니 기술적인 오류와 지원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면화 이전에 단계별 시행을 요구했지만,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일방적 추진이라는 무리수를 두었다”고 답했다. 현재 ‘충북’에 주소를 둔 사랑 티켓 회원은 30여명이다. 지난해 2만 여명이 사랑 티켓을 이용한 것에 비해 등록 수가 많이 저조하다.

지금 사랑의 티켓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메인에 ‘지도’가 나오고 지역을 클릭하면 공연이 뜬다. 충북에서는 극단 청사, 시민극장, 충북 연극제 세 공연이 올라가 있다. 아예 단 한공연도 올리지 않은 지역도 있다. 지역 극단의 한 대표는 “홈페이지에 공연을 띄우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아직까지 사랑 티켓을 자발적으로 구매해 사용한 사람은 한 명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역 공연단체들이 자연스럽게 상반기 공연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연극인 K씨는 “공연단체들은 사랑 티켓 홍보하랴, 공연 지원금 확보하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충북의 공연단체들은 하반기 일정이 빡빡하다. 청년극장은 오는 5월 극장 개보수에 들어가고, 7월에야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극단 청사와 새벽도 6월 이후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시민극장의 경우 문화예술위원회 극장 지원 사업에 선정돼 ‘적어도 이틀에 한번’ 꼴로 무대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음악, 무용, 국악 단체 관계자들도 공연을 미루고 있다.

충북도 연극협회는 “오는 5월까지 자체 홍보물을 제작해 달라진 제도를 알릴 것이다. 제도가 안착되려면 시일이 필요하다. 또한 모니터 제도를 활용해 인터넷 상 구매자와 실제 구매자를 비교하는 장치를 마련할 것이다”고 답했다.

한편, 대학로처럼 사랑 티켓을 따로 관할하는 창구를 만드는 것도 대안이라는 여론이다. 국악인 Y씨는 “시내 빈 건물이나, 거리에 작은 부스를 설치한다면 공연 홍보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이러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얼굴이 인생을 얼마만큼 지배하는가

극단 새벽 ‘배뱅이 간다’

극단 새벽이 4월 4일부터 19일까지 소극장 연극창고 새벽에서 ‘배뱅이 간다’를 무대에 올린다. 평일 7시, 주말 4시·7시 30분 공연이다. 단, 월요일은 쉰다.

배뱅이네는 천민이지만 돈이 많아서 양반도 벼슬도 샀다. 하지만 그 소문을 듣고 쳐들어온 화적떼가 집에 불을 질러, 배뱅이의 얼굴은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이제 배뱅이의 고민은 살아야 하는가, 죽어야 하는가 갈등의 연속이다. 성형이 일반화된 시대에 얼굴은 무엇인지를 연극은 지속적으로 묻는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 존재 확인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를. 박종갑 연출은 “얼굴을 통해 사람의 인격까지 판단하는 시대다. 얼굴은 사람한테 매우 소중하지만, 생명보다 위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배뱅이 간다’는 박종갑 극·연출로 유병기, 정은선, 이동섭, 허승빈, 송길호, 최고은, 장정숙, 안해서, 최은미 씨가 출연한다.

일반 12000원 학생 8000원. 충북좋은공연관람권작으로 사랑 티켓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하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의 221-9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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