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를 품고, 가슴 떨리는 일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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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를 품고, 가슴 떨리는 일을 찾아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4.10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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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청주’ 4번째 선정도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지난 3일 청주시립정보서관 한비야 씨 초청강연회
   
 
  ▲  지난 4월 3일 청주시립정보도서관에서 한비야 씨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 사진=육성준 기자 .  

‘바람의 딸’ 한비야(51). 그는 전 세계 65개 나라의 오지만을 찾아 버스와 도보로 여행한 ‘오지여행가’다. 이처럼 끊임없이 지도 밖으로 행군한 그는 불혹의 나이에 긴급구호활동가로 변신한다. 지난 4월 3일 청주시립정보도서관에서 한비야 씨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그의 저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올해 ‘책 읽는 청주’사업의 대표도서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한비야 씨에 대해 너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그는 언론과 세미나 현장에 자주 노출된다. 일주일에 하루 꼴로 한국에 있지만, 그때마다 강연이 잡혀져 있다. 한 씨는 강연을 통해 오지 난민을 위한 기금을 모은다. 이날 강의도 역시 오지 난민들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이 지구상에 일주일에 천원이 없어서 죽는 사람이 10억명이 넘어요. 아이들은 천원이면 일주일을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어요.” 국내 유일 긴급구호 팀장이라는 사명감 넘치는 직함답게 그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48시간 안에 세계 어느 곳이든 부르면 달려가야 해요. 재난의 현장에선 며칠씩 밤을 새면서 시체를 수습하기도 하고, 오지의 아이들에겐 빵과 물을 배급해요. 전 마흔의 나이에 이 일을 만났어요. 그리고 10년 넘게 같은 일을 하는 건, 제게 날라 왔던 열정의 불화살이 아직도 타오르기 때문이죠.”

사실 이번 한비야 초청 강연회는 어렵게 성사됐다. 바쁜 스케줄에서도 청주를 찾은 이유에 대해 그는 “제가 청주 ‘한’씨예요. 전 ‘청주의 딸’이라고 생각한다니까요”라고 말해 시민들의환호를 받았다. 타고난 이야기꾼처럼 그는 거침없는 인생 이력을 술술 풀어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친척이 있어서 어릴 적에 자주 청주를 오갔어요. 세상에 많은 얘기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외면하고 싶어 하는 얘기를 듣기 위해 오늘 여기 모인 분들은 정말 세계 시민이 될 자격이 있어요. 청주 시민들이 뽑아주셨다고 해서 한걸음에 달려왔어요.”

머리, 가슴, 손 강의
그의 강의는 쉽게 머리, 가슴, 손으로 ‘3등분’ 된다. 머리 강의는 ‘세계지도가 머리에 한 장씩 들어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우리에게 유익한 나라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필요로 하는 나라를 찾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해요.”

가슴 강의는 ‘정글의 법칙’과 반대노선에 있는 ‘사랑과 은혜의 법칙’을 강조한다. “자본주의 세상은 정글의 법칙을 요구하죠. 강자가 약자를 짓밟고 올라서야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면 사람들이 모두 짐승이게요? 전 월드비전 활동을 통해 세상엔 또 다른 언어와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했어요.”

마지막으로 ‘손’강의도 사랑과 분배에 대해 논한다. 한 손은 나 자신을 위해, 나머지 한손은 남을 위해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우리나라는 1950년부터 90년까지 월드비전의 지원을 받았어요. 그 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어요. 그래서 전 희망의 나라에서 온 천사로 불려요. 사랑을 실천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ARS전화로 난민기금을 모을 때 기꺼이 눌러 주면 되요.” 이날 강연회가 끝난 후 한 씨는 “청주시민들이 강의에 열중하는 모습에 감동받았어요. 도시가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 정말 로맨틱해요”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글 쓰는 일은 여전히 너무 어려워요. 글을 잘 썼으면 좋겠어요. 제 글이 만만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아닐까요”라며 겸손의 미소도 잃지 않았다.

한비야를 바꾼 케냐 의사의 한마디

   
한비야 씨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나 유타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국제 홍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는다. 국제홍보회사 ‘버슨-마스텔라’에서 당당한 캐리어우먼이었던 그는 여행할 만큼 돈이 모여지자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오지 여행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선물해 준 세계지도를 보고 키웠던 ‘걸어서 세계일주’ 꿈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 7년 동안 전 세계 65개 나라의 오지만을 찾아 떠났고, 불혹이 넘은 나이에 돌아와 세계 여행 경험을 담은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1996)’과 우리나라 해남 땅 끝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여정을 담은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1999)’를 펴내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화려한 이력을 써내려간다. 오지여행전문가였던 그는 난민을 도우려면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중국으로 갑자기 떠난다. 이 또한 ‘한비야의 중국견문록(2001)’으로 발간돼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005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통해 긴급구호현장을 알렸다. 그의 변신에 사람들은 또다시 빠져들었다. 한비야 씨는 이날 강연회에서도 케냐 의사를 만났던 기억을 빼놓지 않고 강의했다. 오지 현장에서 만난 케냐 의사는 대통령도 일주일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을 만큼 유명하지만, 아이들 눈 고치는 일에 몇 달씩 매달리고 있었다. 왜 이일을 하고 있냐고 물으니 케냐 의사는 “이 일이 나를 떨리게 만들기 때문이지”라고 답했다. 한 씨는 “가슴 떨리는 일을 찾았다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이번엔 시민들도 함께 뽑았다”

‘책 읽는 청주, 한권의 책으로 하나되는 청주’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청주시 책읽기 운동은 올해로 3년째다. 책을 매개로 한 작가와의 만남, 토론, 독후감 쓰기, 각종 공연 및 전시회 등 문화행사를 함께 벌인다.

4번째 선정도서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 저)다. 2006년 압록강은 흐른다(이미륵 저)과 2007년 나의 아름다운 정원(심윤경 저),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고미숙 저)등이 청주시 대표도서로 선정됐다. 청주시는 도서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위원들이 각자 책을 추천한 다음, 공식 홈페이지(http://onebook.cjlib.com) 투표를 거쳐 최종 선정한다.

이번 선정도서의 경우 이미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책이라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작가를 만나고 싶은 시민들의 열망이 반영돼 최종 선정됐다고 한다. 도서선정위원회는 “이번엔 한상숙 작가의 ‘당신의 손’, 이청준 작가의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신갈나무 투쟁기’등이 후보도서로 뽑혔다. 그 가운데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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