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문인협회, 옛 국정원을 점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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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문인협회, 옛 국정원을 점령할 수 있을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4.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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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문학공원 조성 세미나, 찬반의견 분분…문인들부터 공감대 형성해야

지난 7일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는 청주문인협회의 예술문학공원 조성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청주문인협회(회장·장병학)는 이날 ‘기존 문학관 틀을 탈피한 직지 문화와 연계한 종합예술공원’건립을 주장했다. 먼저 장병학 회장은 “4월 초 청주시장님 지시에 의해 예술담당 팀장과 계원, 김선중 문인협회 사무국장이 2박 3일간 전국 문학공원을 조사한 후 PPT 홍보자료를 제작해 청주시청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이번 세미나는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청주문인협회는 지난 2002년부터 김홍은, 안수길 전 회장단을 중심으로 문학공원 조성운동을 펼쳐왔다고 했다. 김홍은 회장은 “당시 세 차례 세미나를 열고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반응이 뜨겁지 않아 포기했다. 청주에만 문학공원이 없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주에만 없기 때문에?
청주문인협회의 고민은 청주에만 문학공원이 부재하다는 데 출발한다. 실제로 이날 세미나의 주된 요점은 ‘왜 청주에 문학공원이 없는가’였다. 장병학 회장은 “전국에 문학관(60여 곳), 문학공원(5곳), 문학박물관(2곳)등이 있다. 또 안양 예술공원, 통영 낭망산 공원, 박경리 표석 등 조각과 자연이 어우러진 예술 공원이 지역마다 조성돼 있다. 정작 인쇄출판의 도시이자 직지의 고장인 청주시에는 문학의 향기를 전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 지난 7일 청주문인협회가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예술문학공원 조성을 위한 세미나을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낙춘 충북대 명예교수는 “예술문학공원은 새로운 형태의 공원이어야 한다. 광장을 두어 시민과 문학이 만나고, 산책로를 통해 문학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날 직접 그린 스케치 안을 들어 설명했다.

이어 김선중 사무국장(건축사)은 “종합적인 예술공원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조각, 역사관, 문학박물관, 공간 설치물, 산책로 등이 포함돼야 한다. 또 조성 후 예술적 분위기와 청주 인쇄문화를 홍보하고 청소년 교육 및 관광 홍보효과도 누려야 한다”고 발제했다. 그도 역시 직접 설계한 공간시설물을 예로 들면서 “역사성과 장소성을 살린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소규모 공연과 백일장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과 청주의 상징적 조형물과 탑이 세워져야 한다. 건축 규모에 따라 역사관, 문학박물관, 미술관을 배치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그렇다면 청주문인협회가 주장하는 ‘예술문학공원’에 들어갈 콘텐츠는 무엇인가. 세미나 중간 중간 옛 국정원 자리가 대상지로 소개됐다. 김선중 사무국장은 “지금 당장 전시할 만한 자료가 마땅치 않다면 청주를 배경으로 쓴 작품, 청주에서 창간한 잡지, 청주출신 문인들의 저서, 문학회 동인지 등을 범 시민운동으로 모은다면 향토박물관을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장병학 회장도 “청주에서 작고한 문인들 가운데 문학적 업적을 기릴 만한 사람이 적다. 그래서 이번에 나올 문예지 ‘충북문학’에서는 청주에 관한 작품을 받아볼 계획이다. 향토문학관을 조성해 현존 작가와 작고 문인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문인들이 많다. 문학평론가인 김승환 충북대 교수는 “문학사는 엄밀하고 냉정하다. 돌에 글을 새기는 것은 적어도 300년 이상 간다. 작고한 문인의 문학사적 업적이 뚜렷하거나, 현존한 작가일 경우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워지는 것이 사회적인 관습이다. 또는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라든가 분명한 률이 존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시인 김 모 씨도 “현 시대 작가가 자신들의 업적을 남기는 시비와 조형물을 세우는 것은 어디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문화예술운동가인 김 모 씨도 “결국 공원을 만들더라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내용이 중요한 데 주제만 던지는 세미나인 것 같다”고 쓴 소리를 했다.

옛 국정원 터, 용역마저 중단돼
참석자 김 모 씨는 “자기 그룹을 갖고 있는 한 문인단체가 세미나를 개최했을 뿐인데 지역 문인 모두가 원한다는 논조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장병학 회장은 “청주문인협회는 등단한 100여명의 회원이 있다. 대표성을 띤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 중에 눈에 띠는 지역 문인은 없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국정원 자리에 대해 문학 장르가 첫 문제제기를 한 것은 신선하다는 평가다. 장병학 회장은 “우리는 타 문인단체가 하기 어려운 일을 먼저 불 붙였을 뿐이다. 타 장르와의 어울림을 고려한 계획을 짤 것이다”고 답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먼저 지역문인들이 합의하고, 더 나아가 지역 사회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합의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인 이 모 씨는 “국정원이 갖고 있는 장소의 역사성과 예술문학공원이 맞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가령 지역문인들 중에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장르 이기주의에 빠지면 위험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일단 문인협회는 문학을 기반으로 한 미술관, 조각공원 등이 어우러진 예술문학공원을 이야기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이 짜여지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청주시는 옛 국정원 자리에 대한 용역마저 중단한 상황이라 이렇다 할 답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충북 도립미술관 건립이 확정지어지면 국정원 자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 같다. 이곳은 지역의 랜드마크가 돼야 하기 때문에 몇몇 단체들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원론적으로 지역사회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올해 안에 용역이 재기될 가능성은 50%다”고 답했다.

‘금석문 함부로 새기지 마라’
충북대 김승환 교수, 괴산 백봉 초 시비 문제 삼아

충북대 김승환 교수가 괴산 백봉 초등학교 시비 문제를 공론화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교수는 지역의 한 신문에 ‘교장선생님의 문학비’란 칼럼을 게재했다. 괴산 백봉 초에는 ‘이상한 시비’가 있다는 것. 당시 이 학교에 재직했던 오병익 교장과 관내를 관리해야 할 괴산교육청 장병학 과장이 자신의 문학비를 이곳에 세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금석문을 함부로 세우지 말아야 한다. 조각과 달리 시비라면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시인의 시비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충북문인협회가 2002년 미동산에 시비 건립을 추진했다. 또 국정원 부지를 예술공원화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기본 조건부터 틀렸다. 자기를 위한 문학공원을 세우겠다는 것은 예술적 기망이다. 목적과 방식 자체가 객관 타당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청주에 문학관을 세울만한 작가가 없는데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오장환과 정지용은 문학사가 인정한 인물이고, 신채호는 고향이 청주가 아니다. 민병산 시비와 신동문 시비는 이미 건립돼 있다. 또 문학기념관과 자료실은 객관적인 평가를 받은 작품을 모아놓는 것이다. 향토작가의 작품을 무더기로 쌓아놓는 것이 아니다.”

한편 백봉 초 관계자는 “4~5년 쯤 구 건물을 허물면서 그 자리에 시비와 화단을 조성했다. 시비에는 오병익, 장병학 교장의 시 뿐만 아니라 백봉 초 동문 작가와 다른 학교 선생님의 동시를 새겼다. 동문들이 찬조를 했고, 그 두 분들의 시가 좋아서 세운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학교에서 금석문이나 조형물을 세울 경우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청주교육청 관계자는 “조형물이나 시비는 신고나 허가제가 아니므로 몇 개가 세워졌는지 파악이 안된다”고 답했다. 이렇듯 조형물 건립은 학교 운영위원회의 판단에만 맡겨져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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