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미술시장 새 길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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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미술시장 새 길은 없는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4.17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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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충북아트페어 운영예산 절반 삭감… 국제아트페스티벌 전환 위한 새판 짠다
‘2008충북아트페어’가 새로운 길 찾기를 선언한다. 결론은 지역작가 중심의 아트페어에서 국제아트페스티벌로의 전환이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충북도의 운영예산 50%삭감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지금과 같은 형식과 내용에서 탈피하겠다는 내부적인 목소리가 컸다.

올해 총 예산은 1000만원이다. 충북아트페어는 2000년부터 시작된 지역 미술행사로 페어와 경매, 아트마켓 등을 벌였다. 작가 중심의 아트페어는 전국 최초로 손꼽히지만, 시장성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역미술인들의 ‘소박한 미술시장’이었던 충북아트페어는 이제 4개월을 앞두고 운영주체, 조직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다시 원점부터 시작한다. 그동안 행사를 이끌어왔던 충북민미협이 공식적으로 운영을 포기했고, 따라서 현재는 복합문화체험장(일명 하이브 캠프)가 행사를 주관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하이브 캠프는 조직위원회 구성부터 소위 충북민족미술협회 인사가 아닌 다양한 미술계 인사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8돌을 맞은 충북아트페어를 놓고 예술인들의 비판과 대안 찾기를 지면에 싣는다. 먼저 청주미술협회 김정희 회장과 하이브 캠프 김기현 관장을 만나 봤다. <편집자>

김정희 청주미협 회장
“애정 있기에 비판도 한다”

   
“첫 해 나도 아트페어 참여작가였다. 또한 충북아트페어를 시작할 때 작가 설명회에서 발제를 맡기도 했다. 미술협회 회장보다는 작가로서 애정을 갖고 지켜봤다. 아트페어가 지역 작가를 언제까지 발굴할 수 있을까 페어의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등등은 처음부터 가졌던 물음이다.”

김정희 청주미술협회 회장은 충북아트페어는 “시장이 없다”고 단언한다. “충북아트페어엔 살만한 상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오류다. 1회 대회가 끝난 후부터 아트페스티벌로의 전환을 이야기 했는데, 아직까지 그 이름을 고수하는지 모르겠다.”

그는 충북아트페어가 그동안 보여줬던 경매와 아트마켓 등 이벤트성 전시와 작가들이 운영위원을 맡으면서 벌어진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경매 방식이 다양한 이벤트로 전개될 수 있는데, 형식만 갖췄던 것 같다. 아트마켓도 마찬가지다. 좀 더 세련된 방식과 노력을 필요로 했다. 하다못해 카드 체크기나 현금 영수증이라도 끊어줄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이어 그는 “서울의 대형 경매 사이트와 한번 접촉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충북아트페어는 스타도 없고, 이슈도 끊어진 지 오래됐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충북아트페어는 “다른 지역의 큐레이터조차 모른다”고 했다. “홍보가 너무 지엽적이다.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에는 운영주최들의 문제도 분명히 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아트페어는 의미있는 행사라는 데 한 표를 던진다. 김 회장은 “물론 지역미술시장이 부재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지역작가들이 어렵게 이끌어 온 것은 인정한다. 지역에서 아트페스티벌 성격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행사다.”

인터뷰 내내 김 회장은 “충북아트페어는 새판,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 운영위원 수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청주미협이 충북아트페어에 작가를 보내기 꺼려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직접적인 얘기들이 오갔던 것은 아니다. 분위기가 그랬다면 어쩔 수 없다. 이미 2년 전 충북미협이 먼저 아트페어 운영위원회 구성 때 함께 하자는 제의를 했지만 당시 충북민미협과 의견이 맞지 않아 틀어졌다.”
최근 하이브 캠프는 청주미협에 이번 행사를 같이 꾸리자고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기현 하이브 캠프 관장
“다원화 예술의 날개 달 것”

   
하이브 캠프가 이번에 충북아트페어 운영을 맡게 됐다. 김기현 관장은 “예총과 민예총이 전체 예술인을 대변하는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먼저 청주미협, 충북미협과의 소통을 원하고, 더 나아가 지역미술계가 함께하는 페스티벌을 꾸리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 운영위원회나 조직위원회 구성에서는 문을 활짝 열겠다는 입장이고, 이러한 내용을 청주미협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금 당장 ‘아트페스티벌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판을 꾸리고 싶지만, 올해는 예산과 시간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 올해 예산은 충북도의회가 “페어가 장사인데 지원이 필요하냐”며 삭감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지역 미술시장의 현실을 알지 못한 채 단어에 얽매여 판단한 것 같다. 미술시장이 붐이 일어나고 있지만, 지역과는 무관한 얘기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실 아트페스티벌로 전환하자는 얘기는 1회 행사가 끝난 후부터 나왔다. “솔직히 예산문제가 가장 컸다. 예산을 지원하는 도에서 페스티벌로 가는 것은 원치 않았다.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형식만 페어를 취한 점을 인정한다. 이미 페스티벌 성격을 다분히 띠고 있었다.”

또한 작가군 한계, 콜렉터 부재, 조직위원회 구성 문제 등 문제점들이 돌출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작가 섭외에 한계가 드러났다. 다른 지역에서도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중간에 다 그만뒀다.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을 소개하고, 또한 대학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좋은 작가를 끌어낼 것”이라고 답했다.

일단 이번 아트페어를 어떻게 운영할 지 관심을 모은다. 그는 “문화의 달 행사에 순수미술 행사 파트로 들어갈 계획이다. 일단 날짜는 8월에서 10월로 옮기고, 내용 또한 아트페스티벌 전환을 위한 준비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형식은 아트페어를 작게나마 취할 것이다. 또 올해 결과물을 놓고 토론회나 세미나 등을 열어 미술인들이 합의하는데도 노력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하이브 캠프와 미술창작스튜디오 작가,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0여 명 내외의 아시아 작가 등을 아우르는 페스티벌을 기획하겠다는 것. 젊은 작가들의 축제, 창작스튜디오 축제, 그리고 다원예술을 보여주는 축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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