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로베르네 집’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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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로베르네 집’ 물 건너갔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4.17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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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하이브 캠프 첨단문화산업단지 잔류 승인
예총·민예총 ‘전경막사’로 이전 논의도 ‘물거품’
복합문화체험장(일명 하이브 캠프)는 결국 첨단문화산업단지 내 둥지를 틀게 됐다. 지난해 말 청주시 기업지원과는 하이브 캠프에 대해 공식 퇴거 명령을 내렸다. 2007년 3월 자체 평가단을 구성해 단지 내 입주단체들 중 성격에 맞지 않는 업체에 대해 퇴거 통보를 내렸는데 그 가운데 하이브 캠프가 포함된 것.

   
하이브 캠프는 올해로 3년째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벌여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이곳에서 창작활동을 벌인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작가 래스완디의 작업실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모습.

청주시는 하이브 캠프에 올 초 6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고, 새로운 장소를 찾으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이브 캠프는 6개월 후 나가겠다는 각서까지 제출한 상황. 하지만 민간 예술가 단체에서 갑자기 퇴거 명령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예산문제가 가장 컸다. 그러다가 올 2월 중순부터 청주시여성발전센터 내 빈 건물 ‘전경막사’가 새 대상지로 떠올랐다.

전경막사 화려한 부활은 ‘일장춘몽’
전경막사는 3층 건물로 옛 서부경찰서가 여성발전문화센터로 리모델링됨에 따라 용도를 잃고 방치돼 있었다. 청주시는 전경막사를 철거하고, 이곳에 공원을 조성해 녹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래서 하이브 캠프는 철거비용만큼 리모델링 비용을 청구했다. 여기에는 남상우 청주시장이 건물 견적을 뽑아보라는 직접 지시도 있었다고 한다. 전경막사도 살리고 문화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이브 캠프 운영팀장 조송주 씨는 “전경막사 철거 비용에만 1억 9000만원이 잡혀져 있다. 따라서 2억 원 규모에 맞춰 기본적인 전기·배수·바닥 시설만 갖춰 예산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2층만 리모델링 할 계획했지만 시에서 3층 전체에 대한 견적을 요했고 최종 3억 원에 맞춰 뽑았다는 것.

여기에는 청주예총·민예총이 함께 공간을 사용한다는 합의도 이뤄졌다. 청주시는 건물을 한 단체에게 맡길 수 없다고 판단, 양 단체의 합의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방치된 전경막사는 잠시나마 지역 국제문화예술교류센터로 화려한 부활을 꿈꿨다.

지난 4월 4일 예총과 민예총 대표자들은 공간을 답사하고, 일단 전체 기본공사 비용만 포함된 3억 원 견적서에 도장을 함께 찍었다. 그리고 합의가 이뤄진 견적서를 바로 시에 제출했지만, 회신은 오지 않았다. 따라서 지난 11일 청주민예총 지부장과 고문단이 시장 면담을 요청했고, 그 결과는 “하이브 캠프는 단지 내 그대로 있어라”였다.

문화공간에 대한 인식 달라져야
전경막사 건물은 아직까지 사용 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건물 철거에서 새로운 용도 찾기를 고민중이다. 급하게 결정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갖고 논의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이브 캠프는 일단 공간 확보에는 성공했다. 하이브 캠프 측은 “올해로 3회째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벌이고 있다. 공간 확보를 못하면 사업을 꾸릴 수 없기 때문에 전전긍긍했다. 이제 국제레지던스 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답했다. 올해는 국비 5000만원을 지원받아 사업을 펼친다.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태국에서 10명의 작가가 7월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이곳에 거주하면서 국내외 아트페어 및 오픈스튜디오, 안덕벌 거리 축제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하이브 캠프를 다녀간 동아시아 작가는 10여 명이며, 이들은 지역 미술계 국제교류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제문화예술교류센터, 또한 한국의 로베르네 집 구현은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리는 걸까. 로베르네 집은 99년 예술가 3명이 파리 시내 리볼리가 59번지를 무단 점거해 작업실로 삼은 미술계 사건이다. 파리 시 당국은 몇 차례 철거 명령을 내렸지만, 최근에는 시가 이 공간을 매입해 작가들에게 무상 임대했다. 20명 남짓 다국적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벌인 이곳이 파리 현대미술 시설 중 방문객 수 3위를 기록할 만큼 관광명소가 됐기 때문이다.

조송주 팀장은 “청주시 기업지원과와 연장계약서를 써야 한다. 최대한 계약기간을 늘려야 한다. 단지가 기업지원과 소속이기 때문에 소통의 방향이 달라 어려움이 많다.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또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봤던 지역의 한 예술가는 “시장 말 한마디에 공간이 조성됐다 사라진다. 앞으로 빈 건물이 늘어날 것인데 문화공간에 대한 지자체 단체장들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하이브 캠프가 첨단문화산업단지에 몇 년 동안 머무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하이브 캠프는 지난 2005년 말 생활친화적 문화공간 사업으로 사업비 2억을 지원받아 첨단문화산업단지에 공간을 마련됐다. 미술, 음악, 문학 파트 작가들이 상주하면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당시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과 청주민예총의 컨소시엄 형태로 3년 단위 계약을 했고, 지난해 만료됐다. 그동안 청주민예총은 진흥재단에 4개의 방, 약 200평에 대해 연 800만원의 임대료를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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