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 운동 닻을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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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 운동 닻을 올려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5.01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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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일방적 스폰서 언제까지 해야 하나”
예술단체 “두드리기 힘들만큼 높은 벽 실감”
충북도 “연내 협의회 만들어 분위기 띄울것”

충북도, 메세나 업무 시동
메세나 운동’은 아직까지 생소하다. 도내 7개 기업 홍보담당자에게 메세나에 관한 동일한 8개 항목을 물었을 때 답변은 비슷비슷하다. 단어조차 생소하며 아직까지 기업 내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없다는 것. 지금까지 기업의 메세나는 예술행사나 축제에 스폰서십을 발휘하거나 때로는 본사 제품을 사은품으로 내걸어 간접 홍보하는 형태였다. 아니면 언론사가 주최하는 대형공연 티켓을 구매해 복지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아쉽게도 이것이 메세나의 전부였다. 그동안 메세나가 이뤄졌다면 대다수 ‘인맥’을 통한 일차원적인 접근이었다.

   
▲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 본격적으로 이뤄질까. 충북도가 최근 메세나협의회 구성을 추진하며 가교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사진=육성준기자

지역의 메세나 운동 A에서 Z까지…

C기업 홍보 담당자는 “날마다 날아오는 ‘팩스’가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한다. 취사선택할 정보도 없이 일방적인 요구만 해오는 것 같다고. 또한 언론사는 대형공연을 유치해 기업에게 티켓구매를 암묵적으로 요구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리고 규모가 작은 예술단체의 경우 ‘인맥’도 없고, ‘자존심’도 버리지 못해 기업에게 노크 한번 제대로 못했다.

실제 도내 7개 기업 홍보 담당자들은 개별 예술단체가 후원을 요구하는 방문은 단 한 차례도 없었으며, 또한 지역 내 문화예술 관련 단체를 한 개 이상 모른다고 답했다. (표 1참조)

풍물굿패 씨알누리 기획홍보 담당자 김명진 씨는 “기업을 부딪치려면 인맥이 필요한데 타지출신에 나이까지 어리다보니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한다.

포스터에 이름만 새겼다
자생적인 지역 메세나 운동은 냉정하게 말해 ‘없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위원은 “기존 메세나는 예술가를 ‘불우 이웃’으로 인식하고 돕는 차원에서 그쳤다. 이제 ‘give and take’가 돼야 한다. 기업도 예술을 투자의 대상으로 볼 수 있어야 하고, 예술단체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예술이 공공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과 목소리를 낼 때다”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CEO가 문화마인드를 갖거나, 또는 기업 내 문화관련 동아리들이 활성화 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종관 위원은 “경제특별도가 가져올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인 분배로 이어져야 한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문화, 여성에 대한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예술이 기업문화를 바꿀 수 있다
도종환 시인은 “기업이 예술을 지원하면서 기업 문화 자체가 달라진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림건설 회장은 책을 읽고 난 소감을 적은 책을 사원에게 일일이 선물한다. 또 회사 행사 때 문인들을 초청해 시낭송을 하고, 임원들이 독후감을 발표한다.

골프나 술이 아닌 문화로 접대하거나 예술을 매개로 한 리더십은 사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이틀만 내건 ‘예술단체와 기업의 만남’보다는 장르별 단체별로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결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전 하이닉스가 어려울 때 예술인들이 가서 ‘시노래 콘서트’를 연 적이 있다. 그때 시를 듣고 많은 사원들이 눈물을 흘렸고, 아직도 회자된다. 문화예술이 줄 수 있는 힘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청주예총 회장은 올 초 ‘1기업 1예술단체 결연’을 선언했다. 김동연 회장은 “문화예술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과 단체 간의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예술제 행사 때 후원받는 형태에 머물렀지만 앞으로 기업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인 메세나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고 답했다.

이미 지난해 한국병원, 충북변호사협회와 자매 결연을 맺었고, 올해엔 더욱 확대한다는 것. 김동연 회장은 “10개 협회 예술가 단체들의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가령 예술가들이 강사가 돼서 기업의 자녀들을 교육할 수 있으며, 기업의 상품개발에 미술가들이 참여할 수도 있다.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발 벗고 나서는 이유
한편 최근 지자체가 나서 메세나 운동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경기도 성남시 및 군포시 등은 메세나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협의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시도 기업이 문화예술·스포츠 등에 대해 지원하는 메세나 운동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메세나 운동이 붐을 이루는 데는 지난 1월 문화관광부(장관·유인촌)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전국 16개 시도를 대표 100인의 ‘문화로 모시기 홍보 컨설턴트’ 위촉식도 한몫했다. ‘문화로 모시기 홍보 컨설턴트’란, 문화관광부가 문화접대비제도 시행과 맞물려, 지역 확산을 이끌어내기 위한 만든 제도다. 지역별로 이른바 홍보 컨설던트를 위촉했는데 충북은 도종환 시인, 유선요 청사아트홀 대표, 박영기 청주상공회의소 총무회원팀부장, 심성규 충주상공회의소 총무회원팀부장 등 4명이다.

충북도는 올 초부터 문화정책과 내 담당자를 세우고 메세나 관련 업무를 추진 중이다. 올해 안에 ‘메세나 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충북도 관계자는 “기업대상으로 1차 설문조사를 벌였지만 회신이 많이 오지 않았다. 올해 안에 언론, 기업, 예술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협의회를 구성할 것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관건이다”고 답했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메세나 붐이 일어나는 이유는 단체장들이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일단, 이러한 지자체의 가교역할에 대해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 메세나 운동은?

개인·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
이미지 홍보 위한 투자로 인식

메세나란?
메세나는 고대 로마의 외교관이었던 가이우스 마이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한 말인데, 커다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개인이나 기업, 또는 이러한 활동을 총체적으로 일컫는다. 기업이 자신의 이미지 마케팅 제고 및 홍보를 위한 투자로 인식하고 있다.

기업과 예술의 만남(Arts & Business)
기업과 예술단체는 1년 이상의 단위로 결연을 통해 상호 교류하며 전략적 파트너 십을 형성한다. 관련 법제도 개선, 기업 환경 분석, 문화예술단체 경영 교육 등의 세부 프로젝트 추진해 지속적인 협력 통로를 열어준다.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
중소기업이 예술을 지원하는 금액에 비례해 예술단체에 추가로 국고를 지원하는 ‘matching-grant’프로그램이다. ‘1사 1예술단체 지원’을 원칙. 기업은 전문예술법인 및 단체에게 지원할 경우 한국메세나협의회를 거쳐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고, 표준소득금액의 5%한도 내에서 손비처리 가능 등 기업의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다.

문화접대비 제도?
기업의 총 접대비 지출액 중 문화접대비 지출이 3%를 초과하는 경우에 접대비 한도액 10%내에서 추가 손비를 인정해 주는 제도로, 지난해 6월 조세특례 제한법 개정해 처음으로 도입됐고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참고=한국메세나 협의회 www.mecen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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