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커플 매니저”
상태바
“우리는 커플 매니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5.01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시, 2010년까지 예술단체 100대 기업 결연 선포
“기업에 부담 주지 마라 … 자발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
울산시 메세나 운동 들여다보니…

울산시는 ‘2010년까지 100대 기업 결연’ 공익캠페인을 전개해 메세나 운동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울산에서 메세나 바람이 분 건 지난해 8월부터다. 당시 기업, 언론, 예술단체 대표들이 뭉친 협의회를 구성하고 분기별 사업 목표로 잡았다. 또 11월에는 울산광역시와 울산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과 문화예술계 인사 300여명을 한 자리에 모아 메세나 관련 특강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지금까지 25개 기업과 예술단체의 결연이 맺어졌다.

   
▲ 지난 3월 28일 울산에서 열린 메세나 운동 자매 결연식은 기업과 언론, 예술단체가 참여해 풍성한 무대를 자랑했다.
울산시 문화예술과 김용규 담당자는 “우리는 한마디로 커플매니저다. 기업들에게 먼저 부담을 주지 않는다. 천천히 원하는 장르와 대상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자발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먼저 예술단체 대상 1차 공고를 통해 문화예술관련 프로그램과 단체 프로필 등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후 공문 및 팸플릿을 제작해 대기업 홍보부터 시작했다고. 중소기업은 예술지원 매칭 펀드 사업을 홍보하고, 지원방향을 세세하게 알려줬다. 현재 2차 예술단체 공고를 낸 상태다.

이미 25개 기업-예술단체 결연
김용규 씨는 “브로셔를 들고 기업을 돌아다니며 메세나 효과를 소개할 때 오해도 많이 받았다. 기업들은 소외계층 사업이 효과도 좋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예술단체 지원은 ‘사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또한 울산이 메세나가 활발한 데는 일단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밀집돼 있다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했다. 김용규 씨는 “울산이 공업도시에서 환경도시로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연간 국민소득 4만불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시민들의 문화욕구가 상승한 것도 분위기를 탔다. 또한 시에서는 문화 인프라 구축사업 외에 이 지역 예술단체를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과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메세나 관련 사업엔 기업도, 예술단체도 언론도 우호적이라고 한다. 협의회 논의구조를 거쳐 합의를 이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소위 잘되는 기업과 잘 나가는 예술단체의 짝짓기가 이뤄지기 마련.

그래서 시에서는 올해부터 1억원 예산을 별도로 확보해 중소기업과 작은 규모의 예술단체를 맺어주는 데 힘쓰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는 한국메세나협의회가 벌이는 제도를 따라가는 수준이다. 지역에서 자생적인 메세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 문화예술계 환경을 분석해야 한다. 또 개인이나 미술관련 단체보다는 공연단체 위주로 쏠리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 인터뷰 / 노화욱 충북도 정무부지사
“문화특별도 시대 올 것… 예술가들 구체적 계획·열정이 관건”

노화욱 충북도 정무부지사는 메세나 운동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왜냐하면 이미 하이닉스 문화센터 설립 시 모든 플랜을 짰고, 일정 궤도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이후 하이닉스를 떠나 충북도에 오면서는 ‘경제특별도 만들기’의 산 증인이 됐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자면 메세나 운동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다.

그는 하이닉스 문화센터 설립 배경부터 꺼냈다. “당시 합병 이후 상황이 좋지 않아 기숙사 건물마저 짓다가 중단된 상태였다. 이러한 기숙사 건물 내 문화시설을 주문하니까 다들 말렸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7번이나 서울을 올라가 사장을 직접 만나 설득했다.”

문화공간, 스포츠 레저, 교육공간 세 테마로 구성한 문화센터는 70억을 들여 2001년에 완공했다. 담당자는 전국 곳곳의 문화공간을 답사하고 내부 시설부터 인테리어까지 꼼꼼하게 살폈다고 한다.

또한 아트홀 ‘어머니’의 작명은 그의 작품이다. “우리시대 어머니는 산업화의 주역으로 상징된다. 여사원들은 언젠가 어머니가 될 텐데 예전과는 다른 감성의 영역에서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이닉스 문화센터는 지역사회와 호흡하기 위해 모든 시설을 전면 개방하고 있다.

노 정무부지사는 지역 메세나 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서울과 정부조직들은 이미 ‘문화’로 개편되고 있고, 모든 지자체가 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이 때, 충북도도 미리 씨를 뿌리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운동가들이 모여 중장기 문화발전계획을 짜야 한다.”

행정가로서 지역 문화운동가를 향한 그의 주문은 분명하다. “행정가에게 문화에 대한 감각과 전문성 부재만 탓하면 안 된다. 또 충북도 예산은 절대적으로 열약하다. 본 예산 중 문화관련 예산 증대도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외부 동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 이미 경제특별도를 통해 14조 유치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과실들이 이제 문화로 돌아가야 한다.” 예총과 민예총 두 예술가 조직이 적은 문화예산을 갖고 다툼하기 보단 공공의 목적을 갖고 사업을 함께 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과거엔 기업의 잉여 자금이 정치판이나 국방으로 흘러갔다면, 이젠 기업 스스로 문화를 통한 이미지 제고를 계산한다는 것. 한마디로 노 정무부지사는 외부 동력인 기업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인다.

그는 “메세나가 형식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예술가들이 구체적인 계획과 열정을 보일 때 가능하다. 단체와 타이틀보다 각 장르별 구체적인 만남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충북도는 도내 무형문화재인 전통문화 장인과 기업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방곡도예촌-하이닉스 반도체’, ‘현대건설-배첩장’ 등의 연결고리가 맺어졌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예술적인 감동을 공유할 때 메세나의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