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5일장?
김주열 (공학박사·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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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5일장?
김주열 (공학박사·건축사)
  • 충북인뉴스
  • 승인 2008.05.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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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해 전 만해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당시 연휴 이틀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익숙치 않은 고민을 많이 한 적이 있지만, 분명 우리 생활문화에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한국사회의 대명사인 ‘빨리 빨리’의 변화속도 만큼 빠른 변화를 일으킨 사회도 흔치 않다고 한다. 300년이나 겪은 유럽이나, 100년에 걸쳐 이룬 가까운 일본과도 비교할 때 불과 50년만에 이룬 사회라고 하니, 앞뒤 돌아볼 새 없이 흔한 말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 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달려왔다는 얘기다.

옷을 입기에도 반드시 걸쳐야 하기에도 부족했고, 먹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함에서 허기를 채웠으며 단칸방에서 시작된 가정의 꿈은 자기집을 마련코져하는 갈망으로 이어져 버스비조차 아끼며 무거운 자전거를 마련하여 50리, 80리 길 이상을 타고 다녔던 우리 6~70대 부모님들 세대의 참으로 고단한 흔적에 결과였다.

지금은 어떠한 가. 골라 입고 맞춰 입는 의류 쇼핑을 즐기며, 식탁에 올라가는 식단은 기본으로 하면서 맛스럽고 모양있게 보이려 연구하고, 화려한 내장 정도를 꼼꼼히 챙기는 아파트 주거문화와 자가용은 경제활동에 필수 이동 수단으로 포함하며 별도로 건강을 챙기는 자전거문화를 즐기는 사회로 발전하였다.

결국 삶의 질이 변하면서 사회정도 차이를 과거에는 의식주에서 지금은 문화적 빈곤차이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기에 우리 젊은이들은 지금의 사회변화에 따른 배경 역시 당연하듯 적응해가는 가운데 자유는 만끽하지만 학력과 성적은 기본이며 취미와 특기에 따른 또 다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되는 위기적 심리에 쫓기고 있는 현실이 아쉬울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자유에 따른 책임의 과제로 넘기기에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결국 우리의 6~70대 부모님들이 그러하셨 듯이 지금의 젊은이들도 급변하는 사회조건 속에서 적응해 나가는 상황이 모양은 다르다하나 고단함은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래서 우리 부모님 세대도 외롭고 젊은 세대들도 고독을 느끼며 대화와 만남을 비롯한 그 무언가를 필요로 하면서도 그 괴리는 좀처럼 쉽게 좁혀지지 않는듯하다.

그러다보니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보는 시각이나.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모시는 모양에서도 시대차이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어쩌면 사회가 변모하는 역사의 과정에서도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도 세대차이에 따른 푸념을 서슴치 않았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경제에 올라선 만큼 공통적인 과제와 관심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

그래서 6~70대 부모님들과 젊은 세대 사이에 있으면서 시기적으로도 과도기적 위치에 있는 우리 중년층들이 이 시기에 관심과 과제를 마져 이룰 세대가 아닌가 싶다. 이는 과거를 이해시키고 미래를 위해 아껴두었던 것들을 전달해 줄 매개이기 때문이다.

마을이 도시규모로 변모한 현실에서 과거 싸전의 추억을 더듬어 보자. 왁자지껄한 5일 장터를 비롯하여 선술집과 저잣거리, 허연 광목으로 대충 만든 천막에서 시루떡과 콩나물국으로 허기를 채우던 어르신네 모습 조그마한 라면박스에 담아온 병아리와 토끼들, 쌀가게에 펼쳐있는 곡물들과 됫박, 펄펄 끓는 가마솥의 순대국밥과 막걸리, 포목집과 대장간, 튀밥집, ‘엄마찾아 삼만리’ 영화를 보기위해 길게 줄 서 있는 읍내 하나뿐인 영화관 매표소, 어수선 하지만 풍성했던 5일장이 파장할 무렵 땅거미와 더불어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로 주인이 바뀌는 곳이 싸전이었다.

분리된 듯 하지만 자연스럽게 세대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서로가 그 모습을 체험하였다.
집안의 마당과 뜰이 싸전으로 큰 역할을 하면서 명절때면 동네 아이들이 자치기놀이를 하다가도 어르신네들에게 넙죽넙죽 인사를 올리던 곳도 싸전이었으며 써커스가 펼쳐지면 남녀노소 없이 동네 볼거리였고, 어쩌다 한 번있는 선거 유세장도 세대 구분없이 정치를 몰라도 관심을 갖고 모여 든 곳도 싸전이었다.

급박하게 달려오다 보니 미쳐 되돌아보지도, 옆 눈길 조차도 돌리지 못하다 보니 이런 풍성한 장소성을 우린 잊어버렸다. 잊어버린 장소를 우리 젊은이들에게 그저 모른체하고 넘겨주고 말 것인가 경제논리에 밀려 되찾기는 어렵겠지만 내일 보다는 오늘이 하루 이르지 않은가.

도심속에 소나무로 둘러쌓인 젊은이들의 5일장을 펼쳐보자. 아마도 3세대 모두 이 곳에서 공감되는 정서를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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