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는 우리 지역의 숨겨진 희망”
상태바
“공예는 우리 지역의 숨겨진 희망”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5.16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즈오카 시 공예촌, 99년 500억 투입해 건설
200여명 지역 공예인들 입주해 체험행사
‘한-일 어린이공예교류전-우정의 가교’행사가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와 일본 NPO시민예술활동 추진위원회 공동 주최로 4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도쿄 신주쿠파크타워 리빙디자인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교류는 양국 어린이가 공예로 이뤄진 첫 만남이었고, 또 현지 관계자들의 협업(cooperation)을 이끌어낸 점이 성과로 꼽혔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NPO시민예술활동 스즈이시 히로유키 위원장을 비롯해 주일 한국대사관, 일본 문부성 국제협력국, 도쿄한국학교 등 주일 한국 정부기관 인사와 일본지역 문화예술 및 교육계 인사 등이 참석해 정신적·물질적 지원을 약속했다.

   
▲ 시츠오카 공예촌에는 200여 명의 지역 공예인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시민을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과 더불어 전시 및 판매 등을 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이 ‘문화전도사’로 나서 직지와 다도를 소개했다. 29일 열린 현지 개막식에서 공예가 갖는 소통의 가능성을 확인한 비엔날레 조직위와 취재단은 다음날 시즈오카 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경에서 승용차로 달려 약 2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무사정권과 장인의 ‘이유 있는 만남’
시츠오카 시에 위치한 슨푸타 쿠미슈무 공예촌은 2000평 규모에 염색, 옻칠, 목공예 등 공예 관련 업체와 장인, 체험시설 그리고 전시판매장과 식당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슨푸타는 시츠오카의 옛 지명이고, 쿠미슈무는 장인을 뜻한다.

1999년 개관한 이 공예촌은 전체적인 관리를 시가 맡고 있지만, 실제 운영은 위탁업체가 한다. 위탁업체는 일정 수익을 내기 위해 입장료(600円·한화 6000원)를 걷고 있고, 일부 체험시설에 대해서는 따로 재료비를 받는다. 하지만 체험비가 대개 500円(한화 5000원)정도로 저렴하다. 무엇보다도 입구에 관람객의 숫자를 전자동으로 체크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는 점이 눈에 띠었다.

또 공예촌 내에는 이 지역 역사와 공예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통공예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전시품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국가지정은 빨간색, 도지정은 노란색, 그리고 이 지역만의 고유한 공예품을 기호화했다. 시츠오카 현은 ‘히나닌교’(전통 인형), ‘스루가’(염색), ‘하고미타’(오늘날 배드민턴채 같은 놀이기구에 옻칠과 색분을 뿌려 민화를 그린 것)등이 유명하다. 박물관 한 부분에는 명장의 옻칠 과정과 더불어 이 지역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다양한 영상물을 배치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 지역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시대를 열기 전 세력을 모았던 곳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장수와 권력자들이 모였고, 이들에게 상납하기 위한 공예품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무사정권과 장인의 ‘이유 있는 만남’이 다채로운 공예문화를 꽃피운 셈이다. 슨푸타 쿠미슈무 공예촌에 자리한 이 지역 공예인들은 체험교육과 개인작업, 판매까지 병행하고 있다.

공예촌의 숨겨진 가치 높다
슨푸타 쿠미슈 공예촌은 시츠오카 시 산업과에서 실질적인 관리를 맡고 있다. 시츠오카 시 미야모토 상은 “공예산업을 육성하는 게 최종목표지만, 이를 산업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지 않는다. 산업화의 성과는 매출인데 1년에 25억 원씩 운영비로 지원되지만 순 매출은 1억 원에 그친다. 지역민을 위한 체험학습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당장 돈으로 계산되지 않더라도 이것의 가치는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간 26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지난해에는 30만 명을 기록했다. 이 공간이 만들어 진후 지역의 변화에 대해 미야모토 상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동안 외부에서 사람들이 와도 시츠오카를 알릴만한 공간이 없었어요. 우선 이 지역 공예인들이 만든 작품과 지역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변화죠. 또 이로 인해 지역민의 자긍심도 높아졌다고 봐요.”

하지만 그동안 공예촌에 적지 않은 운영예산이 들어가다보니 재정적인 어려움도 겪고 있다고 한다. 99년 처음 시가 공예촌을 조성할 때만해도 재정이 좋아 당시 50억円(한화 약 500억)을 투자했다.

미야모토 상은 “또 운영을 위탁업체에게 전적으로 맡기다보니 이익을 창출하는데 적극적이지 못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금은 투자단계다. 체험 교육 외에도 이 지역민이 어느 장인의 문하생이 될 경우 교육비를 지원한다거나, 공방 설립 시 초기 3년간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군림하던 시절처럼 융성한 공예문화를 다시 한번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비엔날레 조직위는 시츠오카 현 외에도 토바 칠예 공방, 일본공예디자인협회 등을 방문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와 앞으로의 교류방향에 대해 논했다. 일본 공예디자인협회는 해마다 공예공모전을 여는 데 비엔날레와 그 내용을 공유하기로 하고, 시즈오카 현도 앞으로 지속적인 비엔날레 홍보를 약속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