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가벼워졌지만 공감의 무게는 더 커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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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가벼워졌지만 공감의 무게는 더 커졌어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6.25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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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단골손님 된 가수 권택중 씨
실내악단 신모듬 대표로 활동하며 전통음악 녹인 포크 음악 꿈꿔
촛불집회에 기타를 들고 구성진 목소리로 사람의 이목을 끄는 이가 있다. 실내악단 신모듬 대표 권택중 씨(40)다. 사실 그는 집회현장에선 ‘오래된 손님’이다. 22살부터 민중가요를 불렀다. 다소 일찍부터 현장에 뛰어든 연유에 대해 그는 “양희은, 송창식의 노래를 듣다가 정태춘, 김민기를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런데 촛불 집회현장에서 예전처럼 ‘무거운 노래’를 부를 수가 없다. 자발적으로 나서는 공연이라 누가 제제하지도 않지만, 개인적으론 공연곡목 선정에 있어 더욱 고민이 많다고.

“예전에는 선언적인 노래들이 필요했는데,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세대도 생각도 다양하기 때문에 좀 더 대중적이고 신나는 곡들로 선정해요. 故김광석 노래 <나의 노래>나 <아침이슬><불나비><대한민국 헌법 제1조>등을 자주 불러요.”

그는 촛불집회에서 연일 노래를 부르는 이유에 대해 “한마디로 당연한 일”이라고 답한다. “사실 예전에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집회를 했었고, 이러한 행동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시쿤둥 했어요. 그런데 이젠 소고기 수입문제가 자기 자신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국민들이 모두 거리로 나왔잖아요. 자유롭게 발언하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정말 예전과 많이 달라요. 집권여당과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정치적인 논리를 들먹거리는 데 참으로 시대착오적이죠.” 충북의 촛불집회의 경우 민주 노동당이 장을 만들고 있고, 충북민예총 예술가들이 문화제 행사를 맡고 있다. 충북민예총은 정해진 스케줄 보다는 그날 그날 공연을 짜고, 영상으로 기록한다고 한다.

국악에 매료돼 실내악단 창단까지
권 씨는 89년 녹두패(민중가요 노래패) 산하 ‘노래이야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에도 김호철 씨 곡들이 자아내는 국악적인 분위기에 끌렸는데, 후에 인생경로를 뒤바꾸게 된다. 어쨌든 그는 국악적인 감성에 매료돼 97년 신모듬을 창단한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단원들은 ‘거짓말처럼, 기다림 끝에 만난 사람들’이라고 한다.

97년 창단한 실내악단 신모듬은 지역에서 국악기만으로 구성된 최초의 퓨전그룹이었다. 김강곤, 박노상, 라장흠, 김준모, 이동수 씨가 의기투합해 만들었으며 현재는 이현아, 조유인, 송수현 씨 등이 합류했다.
권 씨는 90년대 초 한창 총파업과 민주화운동이 왕왕하던 시절엔 무대에서는 민중가요를, 또한 밥벌이를 위해서는 밤무대 가수로 일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전업음악인이 된 것은 2001년도부터다.

“가장 시간 많은 사람이 대표가 됐다”고 농담을 건네는 권 씨는 실내악단 신모듬에 대한 애정과 목표가 확실하다. 현재 권 씨는 초청공연 뿐만 아니라, 공연기획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단원들 또한 지역에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40대를 맞은 신모듬 단원들은 한마디로 ‘음악적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권 씨는 이에 대해 느긋하다. “나이 오십 먹고, 더 늙으면 받아주는 데도 덜할 텐데 그때부터 다시 뭉치면 되죠. 지금은 단원들이 각자 역량을 발휘하도록 응원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실내악단 신모듬은 지금까지 30여회가 넘는 정기공연과 특별한 공연으로 이슈를 일으켰다면, 요즘엔 ‘3년에 2번꼴’로 띄엄띄엄 정기연주회를 연다. 그래서 단원들 독주회 형식으로 컨셉을 바꿨다.

“요즘엔 잘나가는 퓨전음악 대부분이 서양음악의 음계를 흉내 낼 뿐이예요. 악기만 국악기일 뿐이죠. 전통악기로, 우리음계로 된 곡을 만드는 게 필요해요. 아직 국악은 데이터 정리가 제대로 안 돼 있어서 찾아보면 해야 할 일이 참 많아요.” 실내악단 신모듬은 예전엔 국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귀에 익숙한 곡들을 선보였는데, 최근에는 ‘긴 산조’나 전통음악, 민속음악, 정악으로만 구성된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권 씨가 꿈꾸는 음악세계는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한 포크’다. 그리고 그의 음악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홍명희 선생의 일대기를 30분 넘는 곡으로 작곡한 것, 2004년에 개인 연주회를 연 것 등이다. 첫 개인 독주회 당시 음반 제목을 ‘회귀’로 정하고 통키타를 메던 시절의 곡들을 담았다. 권 씨는 내년 초 개인연주회를 다시 열어 국악인으로서 무대를 오롯이 꾸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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