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간, 울고 싶은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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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간, 울고 싶은 ‘특강’
  • 충북인뉴스
  • 승인 2008.07.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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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장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발전기본법과 시행령에 의해 매년 7월 1일부터 7일까지 여성주간 행사를 연다. 올해 충청북도 여성주간 기념식 식전 행사에 밸리댄스 공연을 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밸리댄스가 어때서? 좋지 뭘 그래?’ 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더 이상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사실 나는 이 글에서 밸리댄스가 ‘소득 2만불 시대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여성이 국가 발전의 주역이 되기 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여성 친화적 기업 사회·환경 조성 필요를 위해 마련된 행사(충청북도 여성주간 행사 개요)’에 부합하는 지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무한경쟁 시대, 여성들이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은 영어를 잘해야 함, 여성들은 남아도는 시간을 고스톱 같은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다니지 말아야 함’을 역설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특강 내용의 천박함을 문제제기 하려는 생각이었다면 이 글을 시작도 안했다. 어차피 요즘은 남녀노소 죽자사자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말씀이 진리가 되고 근엄한 행사의 단골 주제가 되는 세태인 걸…

내 피가 거꾸로 솟은 건 강연이 시작된 지 50여분 정도 진행 되었을 때 강사가 한 발언 때문이었다.
강사인 최모 교수는 세 명의 다른 교수들과 함께 사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여직원이 근무하다가 결혼 후 나가서(?) 새로 여직원을 채용했는데 이 여성은 어찌나 휴머니티(?)가 부족한지 일주일이 넘도록 청소 한 번을 하지 않더란다. 처음부터 컴퓨터 다섯 대 관리하고, 소파 청소나 좀 하고(?) 교수들 오면 차 대접 잘하라(?)는 조건으로 고용을 했는데 말이다.

청소도 안하는 여직원이지만 그냥 나가라고 할 수 없어서 참고 참았는데 그 여성이 회식자리에서 방석도 안 놓고 수저도 안 놓는 기본이 안 된 행태를 보인데다(?) 연배가 높으신 노 박사님 보다 맥주잔을 더 높이 쳐드는 ‘가정교육이 잘못된’ 모습을(?) 보이더란다. 그는 이렇게 ‘휴머니티가 부족하고 어머니의 가정교육이 안 된 여성’을 더 이상 고용할 수 없어 다른 교수와 공모해 거짓말로 구슬러 내보냈단다(!)

나는 고발한다. 청소와 차 대접에 소홀하고 회식자리의 예의를 어긴 이유로 여직원을 권고사직한 악덕 사용주 최 모 교수의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 부당해고를!

또 ‘여성의 발전을 도모하고 범국민적으로 남녀평등의 촉진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1년 중 1주간으로 정한 여성주간’의 의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특강 내용으로 여성발전기본법의 취지를 훼손한 행위에 분노한다.

더불어 여성주간 기념행사를 실시한 충청북도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특강을 진행하게 된 경위를 밝히고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

이것이 경제특별도가 추구하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의 모습인가? 나는 묻고 싶다. 아니,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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