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처럼 알알한, 삼계탕처럼 걸죽한
뜨거운 여름 뜨거운 영화 세편
상태바
팥빙수처럼 알알한, 삼계탕처럼 걸죽한
뜨거운 여름 뜨거운 영화 세편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7.30 1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실 시즌마다 영화는 나온다. 게다가 휴가시즌같이 ‘대박’을 노릴 수 있는 때는 더더욱 ‘잘만들어진’ 영화를 내놓기 마련이다. 김지운, 이준기, 오우삼 세 명의 흥행감독이 올 여름 스크린을 달굴 수 있을까. 뜨거운 여름, 뜨거운 감독, 뜨거운 배우들이 뭉쳐 만든 영화들을 놓치지 말자. / 편집자

만주벌판을 달려가는 ‘잘난’ 세 놈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김지운 감독 / 송강호 정우성 이병헌 출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만주벌판을 웨스턴의 무대로 변신시켰다. 순수 국산 액션 대작을 표방하는 영화 <놈놈놈>은 잘나가는 배우 세 놈과 더 잘나가는 감독 김지운 감독이 합류해 ‘만주 웨스턴 무비’를 탄생시킨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The Ugly)’에서 그 제목을 따왔는데, 김지운 감독은 인터뷰에서 ‘오마주’라고 공공연하게 밝힌다.

이야기의 도화선은 친일파 조선인 부호와 대한독립군이 동시에 갖고 싶어하는 정체불명의 지도다. 1930년대 만주. 좀도둑질을 일삼는 돈만을 쫓는 ‘이상한 놈’ 윤태구(송강호)는 어느 날 기차를 털다가 문제의 이 지도를 얻게 된다. 보물지도인 줄 안 윤태구는 이 지도를 통해 일확천금의 꿈을 꾸지만, 윤태구의 뒤를 만주 최고의 살인귀 ‘나쁜 놈’ 박창이(이병헌)가 뒤를 쫓는다. 박창이는 이 지도뿐 아니라 윤태구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을 품고 한 바탕 소동을 일으킨다. 또 여기에 현상수배범 사냥꾼인 ‘좋은 놈’ 박도원(정우성)이 나타나 지도와 함께 윤태구나 박창이의 목에 걸린 수배금을 목표로 행동에 나서고, 게다가 일본군까지 가세해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진다.

세 명의 스타급 배우가 출연한 만큼 영화는 이들의 캐릭터를 드러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하지만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세 명의 캐릭터 경계가 흐릿해지고, 결국 각자의 삶의 방식대로 ‘쫓겨지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또한 김지운 감독 특유의 장르 허물기는 만주벌판 무대에 변종적인 ‘액션 활극’을 심어놓는다. 어쨌든 ‘잘난 놈들’이 만든 이 ‘잘 만들어진(웰메이드)영화’는 지금 청주시내 멀티플렉스 상영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뜨거운 여름 뜨거운 영화 세편을 만나다
<님은 먼곳에>
이준익 감독/ 수애, 정진영, 엄태웅 출연

<님은 먼곳에>는 이준익 감독의 삼부작 음악영화의 마지막 시리즈다. ‘드레수애’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수애가 주인공으로 분한 ‘순이’는 어느 시골의 젊은 아낙네다. 그의 시어머니는 아들을 낳으라고 강요하지만 사실 군에 가 있는 남편 상길(엄태웅)은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고, 감정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한 달에 한번 면회를 가 남편에게 듣는 말은 “니 내 사랑하나?”라는 말뿐이다. 그런 상길이 군에서 사고를 치고 베트남 파병군으로 끌려가게 되고 시어머니는 아들을 찾아 나섰겠다고 난리다. 순이는 시어머니 대신 남편을 찾아나서기로 하고, 1971년 베트남 전쟁이 펼쳐지던 그곳으로 뛰어든다. ‘순이’가 아닌 보컬가수 ‘써니’로서.

이는 이태원 삼류 밴드를 이끄는 정만(정진영)은 멤버들과 함께 베트남 위문공연단으로 떠나려 하고, 또 정만에게 필요한 돈을 순이가 대면서 순이의 베트남행도 성사된 것이다. 이 밴드의 보컬로 영입된 순이는 정만과 멤버들에게 남편이 있는 베트남 호이안 지역에 가게 해달라고 약속을 걸지만, 이들은 사실 지킬 의지도 힘도 없다. 순이가 속한 정만의 밴드는 몇 차례의 고배를 마신 뒤 베트남 참전 한국군 사이에서 인기 밴드가 되고, 그즈음 순이는 남편이 접전 지역에 고립됐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남편을 만난 ‘써니’. 그녀는 과연 어떠한 말을 건넬까.

<님은 먼곳에>에서 이준익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남성성’을 벗어나고자 노력했다하지만, 여전히 그의 영화엔 주체적인 <그녀>의 존재는 부재해 보인다. 수애가 창백한 얼굴로 부르는 70년대 흘러간 인기가요는 영화의 서정성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킨다.

삼국지의 하이라이트 스크린에 옮겨진다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
오우삼 감독/ 양조위, 금성무, 장첸, 린즈 링 출연

<삼국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적벽대전이 아닐까한다. 위·촉·오 3국이 대립하던 서기 208년 중국, 조조의 대군에 밀려 유비는 패배를 거듭한다. 이에 제갈공명은 동오의 손권을 찾아가 연합을 제안하고, 동시에 조조로부터도 연대를 제안 받은 손권이 고심하는 가운데, 제갈공명은 오의 군 통수권자라 할 수 있는 주유를 설득한다. 드디어 유비와 손권의 연대가 성사되고 촉-오 연합군은 적벽에서 조조의 대군과 맞서 결전을 준비한다.

100만 조조군이 거의 궤멸하게 되는 동오의 연환지계가 한마디로 적벽대전의 클라이맥스. 아쉽게도 이 부분은 가을 또는 겨울에 개봉할 2편에 담겨져 있다고 한다. 전편인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은 조조군이 적벽에 주둔하는 부분까지 담겨져 있다. 사실 동양 영화에서는 전체를 다 찍어놓고 두 번에 나눠 개봉하는 것은 처음이다. 영화 <적벽대전>은 엄청난 예산과 오우삼 감독의 평생을 기다렸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또한 오우삼 감독 특유의 시선이 적벽대전을 ‘로맨스’로 버무려놓는다. 조조의 동오 침략이 아름다운 주유 부인 소교 때문이라는 것. 소교는 당시 동오에서 가장 아름다운 2명의 여인 중 한명으로 꼽혔다고 하며 다른 한 명은 바로 그녀의 언니였다고 한다. 그러나 조조가 서교에게 마음을 뒀다는 얘기는 주유를 전쟁에 끌어 들이기 위한 제갈공명의 책략이라는 것이 여러 삼국지 관련 서적의 해석이다.

오우삼 감독은 제갈공명과 주유의 대립과 갈등보다는 아름다운 조화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적벽대전이 스크린에 옮겨진다는 것만으로도 삼국지의 팬들은 기꺼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단선적인 이야기 전개와 인물구성은 에피소드들의 나열에 그치고 있어 아쉬운 목소리도 들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