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빠진 도립예술단 공청회, 다시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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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빠진 도립예술단 공청회, 다시 열자”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8.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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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과 똑 같은 상황, 여전히 장르 놓고 고민
문화예술향유자 관련 데이터 부재, 설득력 떨어져
도립예술단 창단에 관한 첫 공청회가 드디어 충청북도 주최로 지난 8월 7일 청주고인쇄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도립예술단 창단은 지난해 지역문화예술계를 달군 뜨거운 이슈였다. 지난해 창단 여부 및 장르결정을 두고 예술단체간의 입장차가 불거졌지만 충북도는 이렇다 할 답안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충북문화선진도 발표에 도립예술단 창단 계획을 공식발표하고, 또다시 의견수렴에 나섰던 것. 충북도는 “예산 8~9억원, 단원 30명 이내 소규모 찾아가는 도립예술단을 만들겠다”는 틀만 잡아놓은 상태다.

콘서트 장르와 무대예술장르 만들어야
이날 공청회는 문옥배 호서대 강사의 ‘충북 도립예술단 창단 및 구성,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자로는 권춘하 청주교육대학 교수, 김영대 충주문화원 사무국장, 이학현 청주시립무용단 단무장, 손범주 난계 국악단 상임지휘자, 이영근 대전광역시 공연예술전임연구원, 이윤혁 충북연극협회장, 이주혁 충청북도 문화예술과장이 나섰다. 사회는 강태재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가 맡았다.

문옥배 발제자는 “예술단의 동시적 창단은 적은 예산의 나눠 먹기식이 되어 질 높은 예술단을 구현할 수 없다”며 “물적·인적 인프라의 구조와 문화향수자의 선호도 등을 파악해 우선 창단 장르를 결정하고, 연차적으로 창단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장르의 균형화를 위해 콘서트 장르와 무대예술장르를 각각 창단하는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며, 콘서트 장르는 단체 중심의 운영방식을, 무대예술장르는 작품 제작 중심의 운영방식이 적절하다”고 결론을 냈다.

이에 토론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챔버 오케스트라, 관립극단, 국악장르 창단 등의 의견이 나왔다.

   
▲ 도립예술단 창단에 관한 첫 공청회가 드디어 지난 8월 7일 청주고인쇄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열렸지만 창단 우선순위를 두고 여전히 장르 간 갈등을 좁히기 못했다.
김영대 사무국장은 “오히려 토론회를 마친 후 더 혼란스럽다. 무대 장치를 최소화할 수 있고, 청주를 벗어나 문화소외지역에서 공연할 수 있는 장르로 챔버 오케스트라가 대안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우선 장르결정보다 도립예술단의 운영방향과 성격이 심도 있게 논의됐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학현 단무장은 “공청회에서는 현실적인 얘기를 나눠야 하는데, 장르결정에만 초점이 맞춰져 아쉽다. 사실상 청주에 문화예술이 집중돼 있다. 청주시는 지금 4개의 예술단을 운영 중이다. 도립예술단 창단 시 중복 장르는 피하고, 도내 전체 문화예술 활동의 파급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며 관립극단 창단에 손을 들어줬다. 이어 그는 “무대예술 장르는 작품위주라면 배우와 객원을 오디션을 봐야 할 것이고, 충북도민 문화 향수권을 위해서라면 찾아가는 공연에 집중해야 한다. 발제자의 주장대로라면 무대예술도 찾아가는 공연에 집중하라는 것인데, 논리상 현실상 맞지 않는 얘기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윤혁 회장은 “공청회가 정당성을 갖추려면 충북도가 예술단의 범위, 예산규모, 연차 계획 등 로드맵을 먼저 제시했어야 한다”며 “로드맵이 없다보니 예술장르간의 갈등으로만 비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난해 도립예술단은 극단으로 결정된 분위기였으나 명확한 이유도 듣지 못한 채 불발됐다. 1년이 지난 후 다시 원점에서 논의한다면 다시 장르간 갈등을 촉발시키지 않는가”고 주장했다.

공청회 ‘요식행위일뿐’ 비판도
도립예술단 계획이 가시화된 것은 지난해 청년극장이 전국연극제에서 ‘직지 그 끝없는 인연’으로 대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연극인 최영갑 씨는 “이미 2000년 전국연극제에서 ‘사로잡힌 영혼’으로 대상을 받을 때 당시 이원종 지사가 구두로 관립극단 창단을 약속했다. 또 지난해에도 대상수상 이후 관립극단 창단이 가시화됐지만 또 물거품이 됐다. 연극계에선 창단을 위해 더운 여름 1만 명 서명운동을 받는 등 최선을 다했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지난해에는 장르결정을 앞두고 단체 간 장르 간 의견 충돌이 일어났고, 충북도는 이를 이유로 공식논의를 잠정 중단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충북도와 각 장르 관계자들이 정확한 데이터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에 박상용 시립국악단 기획홍보담당자는 “예술단을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타시도 사례다. 그런데 공청회엔 타시도 사례 전문가가 단 한명 뿐이었다. 또 충북도도 패널을 부를 때 창작자, 매개자, 수용자로 나눠 안배한다거나 또 충북도민 문화향수실태조사 등 기초자료를 갖고 이야기했어야 한다. 창작자들만이 모여 장르구성을 합의하라고 몰아가는 식은 반쪽짜리 논의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공청회를 두고 일부에서는 충북도가 장르결정을 위한 ‘요식행위’였다고 지적한다. 일단 발제자가 두 가지 장르를 염두하고 원고를 작성했다는 뉘앙스를 풍겼고, 또한 외부 전문가는 단 한명밖에 없는 등 공청회 구성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것. 충북도는 이날 토론회는 충북개발연구원이 주관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주혁 충북도 문화예술과장은 “제2의 공청회 대신 의견수렴 과정을 두 차례 이상 진행할 예정이다. 공청회에서는 주장만 제기되지 충분한 의견교환이 어렵다. 따라서 각 장르별 2~3명의 예술가, 외부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토론회를 열 것이다”고 답했다.

충북도는 오는 9월까지 도립예술단 관련 예산 신청을 한 후, 조례제정, 그리고 11월 예산심의가 통과돼야 예술단 창단이 이뤄지게 된다. 이 모든 절차가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내년 상반기내 도립예술단이 첫 공연을 하게 될 것이다.

이주혁 과장은 “충북도내 문화예술 관련자들이 단체별 장르별 의견을 조율하면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는 현재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계획을 세우는 데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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