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 만에 어는 자전거엔 문화적 이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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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분 만에 어는 자전거엔 문화적 이질감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8.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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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권준호, 에어컨 원리 이용한 ‘달의 자전거’ 미술대전 대상 '영예'

   
▲ 권준호 씨.
젊은 조각가 권준호 씨(32)는 최근 송은미술대전에서 대상을 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송은문화재단이 2년마다 주최하는 미술대전은 대상 수상자에게 2000만원이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상금액을 걸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또 수상과 동시에 미술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또한 지역에서는 전국단위 미술공모전에 첫 대상자가 나온 셈이다. 2년 동안의 공모기간을 거친 미술대전은 400명의 응모작 중 40작품을 가리고, 그 가운데 1년의 시간을 두고 본선 진출자를 뽑았다고 한다.

권준호 씨가 낸 작품은 ‘달의 자전거’다. 그의 자전거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차가운 냉기를 내뿜는다. 권 씨는 “어릴 적 아버지가 자전거를 태워줬던 아스라한 기억과 동시에 미국에서 오랫동안 유학하면서 경험했던 문화적 이질감을 함께 표현하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권 씨는 냉장고의 원리를 이용해 ‘달의 자전거’를 탄생시켰다. 냉장고에 사용되는 동배관을 이용해 자전거의 모양을 만들고, 여기에 프레온 가스를 주입시키고 하단에 따로 분배기를 달았다. 실제로 그의 자전거는 전시장에서 10분 안에 얼어버린다.

권 씨의 작품에 늘 빠지지 않는 텍스트는 바로 ‘문화적 이질감’이다. 이는 자신이이 겪었던 20대의 혼란을 그대로 작품에 옮기는 것과 같다. 권 씨는 군대를 제대하고, 24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처음엔 뉴욕에서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읽고 오겠다는 단순한 ‘여행’이었지만,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변했다고. 그리고 그는 우연찮게 만난 전공 교수의 권유로, VCA(Virginia Commonwealth Univ.)에서 조각을 전공하게 된다.

   
▲ 송은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권준호 씨의 작품 ‘달의 자전거’다. 에어컨의 원리를 이용한 자전거는 10분이 지나면 꽁꽁 얼어버린다. 사진은 변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VCA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곳으로, 조각전공자들에겐 명문으로 손꼽힌다. 이후 UCLA 주립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서른 살의 나이에 다시 청주로 돌아왔다. 청주에 오자마자 그는 때마침 청주시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했고, 지난해 1년 동안 지역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단연 눈에 띄었다. 재료를 다루는 솜씨도 뛰어났지만, 작품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 때문이었다.
권 씨는 배, 자전거 등의 오브제로 통해 ‘꿈의 세계’를 표현한다. “꿈의 공간을 늘 ‘바다’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배가 등장했고, 또 자전거는 언제든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도구잖아요.”

여행은 늘 새로운 행선지를 필요로 하는 법. 권 씨는 올 9월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 10월엔 대전 반지하에서 전시가 잡혀 있다. 또 내년 1월에는 송은갤러리에서 대상작가 초대전이 열린다. 시상식은 9월 17일이다. “은유적이면서도 어렵지 않은 작품 통해 조금은 불편한 사회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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