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문화헌장 제정, 선언이 아닌 정책으로"
상태바
"충청북도 문화헌장 제정, 선언이 아닌 정책으로"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8.21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기회에 지역문화 정체성도 연구돼야” 주장도
“지자체 최초 조례화 작업…법적 제도적 기반 갖춰
충청북도 문화헌장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4일 오후 2시 옥천군 관성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충청북도 주최, 충청북도 문화헌장 제정위원회와 충북문화예술연구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이번 토론회는 먼저 보은, 옥천, 영동 지역 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승환 충북문화예술연구소 소장이 충북문화헌장 제정의 원리와 방법을 기조발제하고, 김규원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과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이 보조발제, 장현석 한국문화원연합회 도 지회장과 엄기홍 청주대 교수가 각각 토론자로 나섰다. 이어 참석자들의 자유토론이 펼쳐졌다.

   

충청북도는 지난 6월 25일 시군 대표자, 문화관련 중요단체 대표자, 도의원, 문화관련 전문가, 도정 관계자 등 20명으로 구성된 문화헌정 제정위원회를 조직했다. 민·관으로 구성된 제정위원회는 충청북도와의 협치(Governance)를 운영원칙으로 삼았다. 그 가운데 소위원회(5명)와 연구위원(4명)을 두고 본격적인 문화헌장 제정 작업에 들어갔다. 연구위원은 김승환 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정상용 충북예총 사무처장, 김규원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다. 실무담당자인 이윤로 씨는 “제정위원회는 지금까지 10여 차례 넘게 회의를 진행했는데 참석률이 90%이상이다. 지역문화예술계가 문화헌장이라는 상징적인 선언을 두고 오랜만에 하나로 뭉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화헌장이란 문화의 개념을 정의하고 정의된 개념에 따라 충북인의 문화적 권리를 증진시키고자 대내외적으로 선포·선언하는 사회적인 문서다. 김승환 소장은 발제문을 통해 “문화헌장은 문화권을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21세기의 문화적 권리는 국가문화의 문화적 권리와 책임을 말하는 동시에 개인들의 세계시민으로서의 문화적 권리와 책임을 표현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사실 지난해 문화관광부가 문화헌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단순한 ‘선언’에 머물러 단순한 이벤트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 충북도가 지자체 최초로 문화헌장을 제정하고, 또 조례제정까지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조례제정이 되면 문화정책 실현을 위한 법적 제도적인 틀을 갖추게 된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김규원 연구위원은 “문화헌장 제정이 지역문화와 지역의 정체성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문화권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부터 충북만의 정체성은 무언지 이번 기회에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는 “충북도 문화선진도 발표와 실행에 있어 ‘통과의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화의 달 행사 때 문화헌장 선포
문화헌장 제정에 관한 논의는 몇 년 전부터 충북민예총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그러다가 충북도의 문화선진도 정책 추진과 맞물리면서 문화헌장 제정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물론 여기에 부여되는 의미와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드디어 공개된 1차 충청북도 문화헌장 안. 이날 토론회에선 향후 시군이 통합됐을 때를 고려한 문화권 구분이냐, ‘예술진흥’보다는 ‘문화예술진흥’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느냐는 지적부터 문건의 토씨 하나까지도 의견이 제기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문화헌장 안은 개괄적으로 충북문화 정의, 충북문화 계승, 예술 진흥, 문화다양성, 문화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창조적 참여, 도민 및 공·사적 영역의 책무, 문화 소외, 문화 정책, 문화적 예외 등을 담고 있다. 문화권의 경우 현재 지역민속학 관점과 행정 구역상 편의에 따라 남부, 북부, 중부로 구분했다.

한편 엄기홍 청주대 교수는 “문화헌장이 이 시대에 과연 맞는 지 의심스럽다. 결국 도민들 보다는 예술단체들의 기득권을 위한 내용들로 채워지게 되는 것 아니냐”며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발제문에서 문화헌장의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함께 제시했다.

긍정적 측면은 문화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행정과 정치에서 문화적 결정론의 의미 확산과 더불어 시군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화적 다중(multitude)이 문화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21세기에 헌장과 같은 규약으로 국민을 계몽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다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공식 문서가 미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문화헌장은 지금 하나의 의제로 성립됐고, 또 문화의 의미를 고양시키고 개인들의 문화적 권리를 증진시키는 데 꼭 필요하다는 것.

문화헌장 담는 그릇도 중요해
문화제정위원회는 앞으로 북부권인 충주 제천 음성 단양 지역 문화계 인사 토론회(21일 충주시청 3층 대회의실)와 청주 청원 증평 괴산 진천 지역 공청회(28일 청주예술의전당 회의실)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고 9월 3일 3차 헌장제정위원회를 통해 내용을 확정한다. 5일에는 조례규칙심의회에 안건이 상정되고, 18일부터 26일까지 도의회 의결을 통과하면 조례제정 및 공포를 하게 된다. 그리고 2008 문화의 달 행사가 열리는 10월 18일에 문화헌장을 공표하는 게 최종 목표다.

또한 공표 이후, 문화헌장이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할 지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충북도가 내년 예산을 별도로 책정해 문화헌장 상징물을 설치할 예정이라서 기대를 모은다. 김규원 위원은 “문화헌장 문안도 중요하지만 이를 담는 그릇도 이러한 가치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며 “조형물을 세울 때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다국적 언어로 세우고 미적 감각을 드러내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충북도민헌장은 상당공원 내 세워져 있으나 이를 아는 이가 많지 않다는 것.

한편 문화헌장이 일반 시민에게 체감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지원책이 속속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번 조례화가 문화정책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이는 행정가들의 실적주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또 조례화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문화헌장이 좀 더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보편적이고, 또 충북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실려야 한다는 것. 지금 충북도 문화헌장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