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수장고에 '방치'한 청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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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유물 수장고에 '방치'한 청주시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08.28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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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형 씨 8년 전 청동유물 기증…수장고에서 '낮잠'
지자체 기증 유도 유명무실, 상설 전시·심의시스템 부재
   
▲ 조계형 씨의 기증작품중에 하나인  청동문화형호문경은 고려시대 동경 중 뛰어난 걸작품으로 꼽힌다. 중앙에 꼭지가 하나 달린 육화형 동경으로 주위에 힘찬 세 마리 호랑이가 포효하고 있다

조계형 씨(옛날옛집 작은 미술관 대표· 58)는 지난 2000년 청주시에 청동 동경(銅鏡) 55점 포함 금속유물 총 92점을 기증했다. 조계형 씨는 “개인 미술관을 짓는 게 소원이었지만 여건이 마땅치 않아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개인이 소유하기보단 사회에 환원할 때 기록화와 영구보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고.

기증도록에는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이자 문화재 위원인 정영호 씨의 “동경은 오랜 세월에 걸쳐 시대적 특징이 잘 나타난다. 고려시대 동경을 비롯한 수저, 향로, 대접 등 생활용구가 기증돼 청주시의 청동기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는 평이 실려있다. 조씨는 청주시 기증에 이어 보은군에 삼국시대 토기 100여점(2000년), 제천시에는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 이르는 도기 120점(2001년)을 기증했다.

현재 조씨의 기증유물은 보은의 경우 향토박물관에 제천은 청풍문화재단지에 별도의 전시부스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청주시에 기증한 유물만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증 당시 한국공예관에서 전시회를 한차례 연 것 외에 유물의 행로가 묘연했다고.

취재 결과 100여점의 청동유물은 한국공예관에서 전시된 이후 고인쇄박물관으로 건너갔다가 현재는 백제유물전시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단, 2004년 백제유물전시관에서 연 기증유물 관련 전시에서 다른 기증자의 것과 함께 소개된 적이 있다.

   
▲ 사진) 조계형 씨는 8년 전 청주시에 청동유물을 기증하고, 상설전시를 약속받았지만 현재 유물은 백제유물전시관 지하 수장고에 그대로 있다.

이에 대해 조씨는 “당시 충북대 박물관에 기증하려고 했는데, 이를 알고 시 고위급 관계자가 쫒아와 청동유물은 금속활자 직지의 고장을 설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방향을 돌릴 것을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주시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유물 기증 약정서 등을 작성했다. 또 나기정 시장은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마련해 상설 전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지하창고에 유물이 보관돼 있다면 무슨 기증의 의미가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30년 동안 분신처럼 여기고 모았던 것을 기증했는데, 이러한 예우를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차라리 돌려받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는 “기증 유물에 관한 전시가 열릴 때나, 혹은 행방에 대해서 그동안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기증받아도 공간 없어 걱정
청주시에 이처럼 개인 소장가가 유물을 내놓은 경우는 조씨가 유일무이하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가 운영하는 시설은 고인쇄박물관과 백제유물전시관인데 두 기관 모두 전시공간과 수장고가 꽉 차 있다. 기증 유물을 전시할 만한 상설공간이 마련돼 있지 못하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앞으로 개인 기증자가 나와도 청주시는 어떠한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시 관계자는 “2013년까지 열린 박물관 개념의 ‘에코뮤지엄’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박물관을 짓는 데 수백억원의 예산이 소유되기 때문에 추진이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사전사업으로 2006년부터 문화체험시설 육성사업을 해마다 약 2억원 예산을 투입해 전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화체험을 하는 40여 곳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업 실현성이 미미해 대안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기증 유도는 시도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받으면 짐이 되는 꼴이다. 이에 대해 역사학 박사 K씨는 “현재 천안과 수원의 경우 시에서 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요즘엔 건물보단 유물 구입에 관한 리스트를 작성하는게 먼저다. 고장의 유물이 지자체 박물관으로 환원될 때 다양한 전시를 보여줄 수 있고, 또 지역의 정체성을 설명하는데도 중요한 키워드가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증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밟아야 한다. 시군단위에서는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면 나중에 정리하는데 애먹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장가들도 늘고 있다. 소장가들은 “소장품이 예전처럼 가보로 전승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에 함께 전시된다면 지역 향토사 연구에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은행처럼 안심하고 유물 보관하세요”
국립청주박물관, 최근 기증 기탁 늘어나
기탁 2년 후 돌려받을 수 있어 인기

   
▲ 국립청주박물관 상설 기증관에는 김연호 선생을 비롯한 8명의 기증 유물이 전시돼 있다.
최근 국립청주박물관(관장 민병훈)은 충청북도 문화재자료 제64호로 지정된 충북 보은 추양정사(秋陽精舍) 봉안 4구의 영정을 기탁받았다. 이번에 기탁받은 문화재는 어당 이상수(李象秀) 선생을 비롯하여 그의 문하생인 박순행(朴洵行), 박용호(朴龍鎬), 양주승(梁柱承)의 영정으로, 보은군의 협조로 이뤄졌다.
문리(文理)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상수(1820~1882) 선생은 우암 송시열과 남당 한원진의 학통을 이어받은 조선 말기 호론(湖論)의 대학자였으며, 그의 문하생들 역시 보은지역 일대의 유학을 이끌었던 학자들로 전해지고 있다. 성재현 국립청주박물관 학예사는 “최근 도난 및 보전 문제로 종가(宗家)등을 중심으로 하여 전하여 내려오는 문화재 기증 및 기탁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술적 가치를 연구하고 또 특별전과 상설전을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증은 문화재의 소유권 등 일체의모든 권한을 넘겨주는 것이고, 기탁이란 화재에 대한 소유권은 원 소장자가 갖고 있되, 박물관이 보관만 맡는다. 전시 · 학술활동 등과 관련해서는 소장자와 협의해 박물관에 위임하여 진행한다. 국립청주박물관의 경우 기탁 기간은 2년이다.
또한 기증과 기탁 문화재는 기증자로부터 유물을 접수받아 문화재 심의를 거친다. 심의사항은 학술적·문화재적 가치평가, 부당 습득 유무 등을 판단한다. 이후 기증유물수납서를 발급한다. 이렇게 기증 기탁한 유물은 특별전 개최 및 상설전시, 자료집 발간으로 이어진다. 특히 국립청주박물관의 경우 상설 기증관을 따로 운영해, 김연호 선생을 비롯한 8명의 기증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2005년엔 기증·기탁 문화재만을 모아 ‘우리 고장의 새문화재’전시를 열기도 했다. 또 지난해 열였던 우암 송시열 특별전도 기탁유물로 채워졌다. 성재현 학예사는 “예우 차원에서 기증 문화재의 중요성과 수량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훈장 추서를 하기 하는데, 김연호 선생이 1992년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립청주박물관의 기증자는 25명 1120여점이고, 기탁은 우암 송시열 종손, 영산 신씨 충익공 종중, 전주 최씨 명곡 종중 등 580여 점이다. 그리고 지정 문화재로 1건(신경행 교서 9점), 도문화재자료 1건(추양정사 영정 등 4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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