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은 권력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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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은 권력에 묻힌다”
  • 충청리뷰
  • 승인 2003.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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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인사들의 역학관계, “과거를 묻지 마세요”

민주당 충북도지부 당직자들이 4일 양길승사태와 관련, 일괄 사퇴를 결의했다. 양길승 파문은 어쨌건 충북 민주당에 큰 그늘을 드리웠다. 이번 일이 일어나기 바로 전만 해도 민주당 도지부는 그야말로 심기일전의 분위기였다. 당직자들의 정례모임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사태 직전이다. 도내 민주당은 양길승 몰카로 번진 당내 갈등의 의혹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상대를 죽이기 위해 몰카를 찍을 정도의 완벽한(?) 반목은 아니더라도 항상 많은 억측들을 만들어 냈다.

사실 민주당 도지부는 그 정체성에서조차 흔들림이 많았다. 도지부장인 홍재형의원이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반노(反盧)와 친노(親盧) 사이를 엇박자로 걷다가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때문에 당직자들도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한채 정서상의 표류현상을 겪었다. 한 때는 당직자 모임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인사들도 목격됐다. 이런 분위기를 일신할 목적으로 단행된 것이 올 4월 10일의 당직개편이었다. 당직에 새로운 인물들이 영입되면서 분위기의 반전이 기대됐지만 역부족이었다. 대선 때 고생한 인사들을 논공행상식으로 자리에 앉히다보니 모양만 우습게 됐다. 고문이라는 직책에 무려 15명이나 이름이 올랐고, 부지부장도 14명이나 됐다.

특히 수석부지부장에 노영민 이향래 정용윤 김수무 방효무 최미애 남봉현 한백현씨 등 8명을 선임, 수석이라는 의미를 무색케함으로써 당시에도 말이 많았다. 집권당에 사람이 몰리는데 따른 고육책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4일 당직자들의 일관사퇴 결의가 차라리 도지부의 ‘위상’을 회복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여론도 제기된다.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양길승 몰카의 배후와 관련, 사건의 핵심에 있는 오원배부지부장이 자신에 대한 음해 가능성을 제기하는 바람에 한 때 홍재형의원과 오원배씨 사이의 불편한 관계가 클로즈업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홍의원은 자신이 일개 하위 당직자와 비교 선상에 놓이는 것을 몹시 불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오원배씨가 이번 사태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충북을 대표하는 DJ맨인 장한량씨 밑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그는 한 때 홍의원 체제의 도지부에서 총무국장을 맡기도 했는데 당시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이렇게 진단한다. “민주당 대선 경선 때 홍재형의원이 공개적으로 이인제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오원배씨는 노무현 라인으로 들어갔다.  그 때는 민주당 공조직이 이인제쪽으로 왕창 기울었기 때문에 지역에서 말발깨나 있다는 사람들은 모두 이인제 캠프로 몰렸다. 상대적으로 노무현캠프엔 사람이 귀했고, 오원배씨는 곧바로 노캠프의 책임자로 부상한 것이다. 양길승 사태가 전국 이슈화되면서 오씨가 마치 충북을 대표하는 개혁인사로 비쳐지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언론이 제대로 접근했으면 한다.”

여론왜곡 실감, 냉정한 언론 필요
양길승의 2차 술자리에 참석한 사업가 김모씨 역시 원래는 친노무현 성향이 아니었다. 그는 민주당 경선의 한 후보였던 김중권씨 인맥으로, 당내 경선이 노후보로 결정나기 전에는 김중권의 도내 활동을 최측근에서 지원한 열성파였다. 양길승 파문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키스나이트클럽 이원호씨 역시 지난 대선 때 노무현후보를 도운 것으로 여론화되면서 그의 정치성향과 관련된 여러 얘기를 양산하고 있는데, 확실한 정당색 보다는 상황에 따라 두루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씨가 지금 구설수에 오른 민주당 인사들과 친분을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전통적 개념의 민주당 인사는 아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선거 때 두루 보험(?)을 들듯이 그도 이런 맥락에서 처신한 사람일 것이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동창인 정화삼씨 역시 이번 사태에 연루되는 바람에 이미지상의 큰 손해를 입었다. 지역의 한 인사는 이번 양길승 파문에 대해 이런 분석을 내 놨다. “당초 사건이 불거지게 된 이유는 소위 청와대 비서진의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그런데 몰카를 계기로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고 청주가 마치 무슨 복마전인냥 왜곡됐다. 우리는 이번 일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 원래는 일부 인사들이 자신들의 몸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청와대 인사를 끌어 들인 것에 불과하다. 권력의 추한 변형, 이른바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전형이다. 이 때문에 지역이 매도되고 외부로부터 냉소를 불러 일으킨다면 큰 문제다. 하루 빨리 범인이 잡혀 전후사실이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청주 지역이 이들 몇 명 때문에 전국 언론을 탄다는 현실이 한심할 뿐이다. 지역의 명망있는 인사가 구설수에 올랐다면 차라리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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