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자’ ‘안된다’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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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자’ ‘안된다’ 의견 분분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08.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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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당사자와 도의회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
도민들 “사건 해결과정 실망 금치 못해…문건으로 정리” 요구

지난달 23일 당시 청주시 분평동 S한정식에서 의원들이 모이게 된것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였다. 각각 시간차가 있지만 이 자리에는 박재국·오장세·이대원·정윤숙·김정복 의원이 참석했다. 여성의원인 정의원은 이재희 한국여성의전화 연합 대표와 함께 이 식당을 찾았다가 동료 의원들을 보고 나중에 합석한 것이고, 이대표는 폭력사건이 일어나기 전 먼저 자리를 뜬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은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다가 동료의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유주열 의장이 음성군수 보궐선거에 나가면 누가 의장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다 나중에는 박의원이 동료의원을 비난하는 말을 계속해 이를 듣다못한 정의원이 정면에서 반박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화가 난 박의원이 벽을 향해 컵을 던졌고, 파편이 날아오면서 분위기가 돌연 험악해졌다는 것. 컵이 박살나는 것을 본 정의원이 일어나서 옆에 있던 오의원을 밀치고 박의원 멱살을 잡고 흔들자 이 때 마침 화장실에 다녀오던 김의원이 이 광경을 보고 “아버지같은 사람한테 왜 그러느냐”며 말린 뒤 손으로 뺨을 쳤다는 것이 동석자들의 종합된 의견이다.

이 날 얼굴을 맞은 정의원은 안경이 깨지면서 유리가 파고 들어가 눈 주위를 17바늘이나 꿰매는 치료를 받았다. 이 사건이 일어난 뒤 참석자들은 파장을 고려해 공개적으로 문제삼지 말자는 뜻을 비췄고 한편으로 피해자인 정의원에게 사과하기 위해 정의원 집을 여러 번 방문했다는 것이다. 이어 같은 달 28일 도의회에서는 의장단 상임위원장단 긴급모임을 갖고 “불미스러운 일로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해당 의원들도 도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스스로 넘어졌다”가 부른 파장
그러나 박의원이 “정의원이 술에 취해 탁자에 엎어지면서 술잔에 부딪히는 바람에 얼굴에 상처가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말해 공개사과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도의회를 비난하는 강도높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이들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도의회는 간담회에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겸허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폭력을 가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 넘어졌을지 모른다’는 등 사건 은폐와 변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며 폭력 가해 도의원 구속 처벌 및 의원직 사퇴 등을 요구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도의원들은 30일 다시 모였다. 이에 대해 정의원은 “박의원과 이의원이 집으로 찾아와 말 실수 한 것을 사과하길래 의장과 다른 의원들이 있는데 가서 공개적으로 하자며 의회로 갔다”고 말했다. 유주열 도의장의 주재 아래 박의원은 정의원에게 말 실수 한 것을 시인하고 이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사태는 여기서 일단락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31일, 모 신문에 ‘도의회 사태 실체는 다르다’며 전혀 다른 주장이 제기돼 다시 한바탕 회오리 바람이 불었다. 여기에는 정의원이 먼저 박의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김의원이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정의원과 몸싸움을 벌이다 뺨을 때리는 바람에 상처를 입었다고 돼있다. 이와 관련 정의원은 당시 “잘못이 있으면 달게 받겠지만 술먹고 취한 여자로 매도당하는 것은 못참겠다. 나는 건강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한다. 그 날 저녁에 대전에서 행사가 있어 술을 자제했다”며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했다”고 분개했다. 그 자리에 동석했던 의원과 의원이 아닌 일반인 모씨도 “박의원이 먼저 컵을 집어던졌고, 잠시 몸싸움이 벌어진 뒤 김의원이 정의원 얼굴을 때렸다”고 확인해 주었다.

확실한 마무리절차 있어야
이 사건은 한동안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가다 현재는 잠잠해진 상태다. 피해자인 정의원은 이 일로 인한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다. 한 때 자신을 두고 떠도는 소문을 듣고 ‘못 참겠다’며 싸울 뜻을 비쳤지만, 지금은 이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활동 열심히 해서 명예회복 하겠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전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유주열 의장은 “사건을 봉합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하지만 두 번씩이나 말을 번복하는 바람에 도민들로부터 비난을 많이 받았다. 개인을 위해 있는 의회가 아니고 나머지 22명의 의원들도 이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그러니 개인들이 해결해야 한다. 이제 이 문제는 의회 선을 떠났다. 잘못한 일은 사과하고 더 이상 이 문제가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여성단체와 사회단체 대표들이 찾아왔을 때도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단체에서는 징계위나 윤리특위를 열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당시 술자리가 개인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일부 여성단체 관계자와 도민들은 이 사건을 통해 사회전반에 깔려 있는 여성을 보는 눈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이렇게 덮기에는 뭔가 미진하지 않느냐는 의견들이다. 라미경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유주열 의장을 만났을 때 유의장이 징계위와 윤리위를 열어 해당 의원을 경고하고, 재발방지책을 문건화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이런 절차없이 마무리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문건을 통해 사건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해 확실한 마무리 절차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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