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는 사람이 공부도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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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는 사람이 공부도 잘해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12.10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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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못내서 만학도 되고… 밤늦게 일해도 답 없어
   
 
  ▲ 김진수(25·가명)씨는 등록금 대출을 받아 신용불량자가 됐다. 처음에는 화가났지만 이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겠다고 판단해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등록금을 동결해도 학생들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다만 부채를 떠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뿐이다.  
 
[르뽀=학생 짓누르는 대학 등록금, 신용불량자 내몰리는 대학생들] 대학생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데는 엄청난 사연이 있는 게 아니다. 우선 대학생들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정부보조 학자금 대출에 노크한다.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생활비와 한 학기 등록금을 낼 수 있지만 그 돈을 갚기 위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만 한다. 그러다보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일쑤이고, ‘학점 3.0’이 돼야 받을 수 있는 학자금 대출 자격요건에서 멀어진다.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예 휴학을 결심한다. 1년 혹은 2년간 아니 돈을 마련할 때까지 막노동판에 나간다. 예전에는 단기 알바로서는 막노동이 짭짤했지만, 요즘 같은 불황엔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보통 일당 7만원에 1만원은 중계수수료로 내야한다.

여학생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쇼핑몰 창업까지 나서는 등 ‘빚’을 타계하기 위한 다양한 묘안을 짜낸다. 2008년 대학의 현주소는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7.8%의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하며, 석 달 밀리면 바로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것이다.

사례1:등록금 때문에 학생운동에 투신
김진수(25·가명)씨의 사연은 독특하다. 등록금 때문에 투사가 됐다. 건국대 충주캠퍼스 03학번 신방과에 재학 중이었던 그는 첫 학기가 지나자마자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군대가 면제인지라 시간은 벌 수 있었지만, 휴학과 입학을 반복하다보니 학교생활이 엉망이 됐다.

2006년 2학기엔 생활비 포함 400만원을 빌렸지만 1년 거취, 2년 상환기간을 지키지 못해 결국 신용불량자가 돼버렸다. 예전처럼 고향에 내려가 1년 정도 공장에서 일하면 진 빚이야 갚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등록금 인상에 대해 무방비 상태밖에 안 되는 현실이 화가 났다. 그래서 그 때부터 총학생회 간부로 활동했고, 충북지역 대학생 연합회에 들어가 학우들에게 등록금 인상문제를 각인시키는 데 힘쏟았다.

김 씨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고 일차적으론 사립재단들의 이기심이라고 봐요. 친구들 가운데는 건국대 공대에 가고 싶었지만 등록금이 비싸서 원하지도 않는 국립대 인문계에 가는 것을 봤어요. 조만간 내년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또 아르바이트를 해야죠. 다행히 휴학하면서 등록금을 내 인상되지 않은 금액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어요”라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반값 등록금 공약을 걸었지만 막상 당선되고 나니 말이 바뀌었죠. 등록금이 동결된다고 해도 등록금에 치여 사는 생활은 달라지지 않아요. 대학을 다니면서 이 사회의 부조리를 직접적으로 본 것 같아 씁쓸해요”라고 강조했다.

사례: 만학도가 되버린 학생들
어쩔 수 없이 만학도가 된 사람들이 있다. 원인을 찾자면 등록금도 일조한다. 주미란(32·가명)씨는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96학번이다. 당시 총여학생회장을 맡았던 그는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4학년 1학기 때 강제제적처리를 당한다. 이후로 대학생 연합회에서 학생운동에 헌신하면서 7~8년의 세월을 보냈지만 여전히 대학졸업장이 걸렸다. 마땅한 일자리를 찾으려 해도 졸업장이 걸렸고, 또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졸업장이 있는 게 활동을 하는 데 편하다는 분위기였다. 어렵게 재입학을 결심했지만 그는 그만 등록금 액수를 듣고 깜짝 놀랐다. 등록금이 2배 이상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주 씨는 “99년 한 학기에 200만원 내면 1만원 거슬러줬었는데 지금은 400만원도 넘더라고요.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면 2급 자격증이 나오는데 어찌해야 할지 아직도 고민중이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꽃피는 봄이 오면 여성단체에서 당당히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진원(가명·29)씨는 학교를 아직도 졸업하지 못했다. 건국대 경제학부 99학번인 그는 이제 또래친구들은 물론 학번이 낮은 후배들도 교실에서 찾기 어렵다. 윤 씨의 5~6번의 휴학이 낳은 결과였다. 그는 해마다 제적을 당하기 않기 위해 휴학신청을 하고 입시학원, 공사장 등을 전전하면서 등록금을 메워나갔다. 그러다가 윤 씨가 최근 꽂힌 것은 우리음악이다. 지금은 휴학을 하고 안산에 있는 풍물단체 ‘터주’에서 장구를 치고 있다. 하지만 국악강사활동을 하려도 해도 졸업장이 걸린다.

“저도 평범한 사람이라 졸업장은 따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적도 좋지 않아서 좋은 직장을 갖는 것도 불가능해보이고, 차라리 원하는 걸 하는 게 낫다 싶었죠. 그래서 예술대 국악과도 알아봤지만 등록금이 500만원대라 포기했어요.” 그는 앞으로 두 학기와 학자금 대출 600만원이 남아있다고 했다.

사례: 쇼핑몰 창업까지 나선 여대생
“이번 학기는 자퇴했어요. 학교를 다니려면 이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돈 마련되면 다시 재입학해야죠.” 이수진(가명·26)씨는 충북대 영문과 02학번이다. 그는 학교에 입학하면서 수업을 마치면 곧장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꼬박 12시까지 일해 온지도 벌써 6년째다. 그나마 국립대라 사립대보다는 부담감이 없지만 스스로 등록금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등록금 액수가 만만치 않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를 다니다보니까 성적관리가 제대로 안됐어요. 학점이 모자라 내년 한 학기를 더 다녀야 되는 형편이에요. 두 가지 다 잘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하지만 현실적으론 너무 어려워요. 요즘엔 대학생들도 돈이 있어야 공부할 수 있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학자금 대출을 받다가 최근 학술진흥회를 통해 농어촌 특별대출을 알게됐다고. 무이자로 받을 수 있게 돼 심적인 부담을 조금은 덜게 됐다. 그래도 남동생 대출금과 아직 갚지 못한 자신의 대출금을 따지면 1000만원이 족히 넘는다.

“부모님한테는 이번에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저희 집은 형편이 엄청 어려운 편도 아니예요.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서 악착같이 학교를 다녔는데 지금은 왜 그랬나 싶어요. 졸업장 따려고 너무 큰 돈을 지불한 느낌이예요. 왜 돈을 쓰면서도 아깝게 느껴지는 항목들이 있잖아요. 제겐 동록금이 그래요.”

그는 올 여름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쇼핑몰 창업에 도전한 것이다. 천연 화장품 재료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 ‘미스플러스’(www.missplus.co.kr)를 오픈하고 사장님이 됐다. “다행히 매출이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아직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부족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어요. 취직보다는 차라리 창업을 선택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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