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청주를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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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청주를 말하는가?
  • 충청리뷰
  • 승인 200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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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자학증세 ‘위험수위’… 여론호도가 문제
오피니언리더층의 부적절한 처신… 자기 성찰 기회로

양길승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청주’다. 이 사건이 몰카를 계기로 미로게임으로 이어지면서 청주의 이미지는 그만큼 더 손상됐다. 사건 관계자들이 실타래처럼 얽힌 모습으로 부침한 것도 청주를 부정적으로 각인시킨 큰 요인이 됐다. 청주 지역에서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항상 불거지는 현상이 하나 있다. 이른바 정서적인 자학증세다. 이번 양길승 파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이런 현상은 여지없이 나타났다. 청주를 극단적으로 비하하는 발언들이 쏟아졌고, 그 대표적인 말이 “청주를 떠나고 싶다”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말의 당사자들은 벌써 청주를 떠났어야 옳았다.

질못된 만남, 잘못된 시작
충청리뷰가 누차 강조했지만 양길승 사태는 처음부터 앵글이 잘못 맞춰졌다. 그 첫 번째 오류는 관계자들에 대한 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민주당 인사가 연루됨으로써 처음 그 당사자들은 여론에 의해 청주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포장됐다. 이런 오류의 압권은 이들이 노무현정권 출범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진 개혁세력 내지 새로운 리더층으로 각색됐다는 점이다. 이는 언론의 무분별한 접근이 빚어 낸 사생아적 결과물에 불과하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숱한 사람들이 수사대상에 오르내리며 청주가 마치 이들의 소굴인냥 왜곡됐다는 점이다. 청주의 기본정서와 이들은 원칙적으로 무관하다. 만약 이들중 범법행위가 확인된다면 말 그대로 범죄인에 불과한 것이다. 이들로 인해 지역의 이미지 훼손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자학할 필요는 없다. 사회에 적응못하는 범죄자는 청주 뿐만 아니라 다른 어느곳에도 있다.

이들이 일시 주목받은 것은 순전히 본인들의 자가발전에 불과했다. 보수적인 지역에서 정작 개혁과 진보의 끈을 어렵게 부여잡으며 노무현 당선에 기여한 세력은 따로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다면 이번 사태로 청주가 불필요하게 매도될 이유는 추호도 없다.

언론이 부정적인 여론을 부추긴 것도 문제다. 사태에 대한 사실여부를 밝히기 보다는 “무조건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식의 기사를 양산한 것은 정서적 자학증세에 편승한 매조키즘과 다를바 없다. 사태의 원인을 밝히고 그에 대한 정당한 책임을 추궁하는게 언론의 자세이지 오랫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몰가치적 정서를 부추기는 것은 옳지 않다. 사태에 연루된 인사마저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청주를 떠나고 싶다”고 푸념했고 이를 언론이 충실히 실었다는 점은 크게 반성할 일이다. 정말로 그들이 떠나고 싶다면 떠나면 된다. 만약 앞으로도 이들이 사석에서 이런 말을 양산한다면 청주 시민의 입장에선 그 자리에서 바로 응징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그들 때문에 청주가 번번이 시끄러워지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주목받을 이유도 없고 또 본인들이 청주를 떠나야 할 이유도 없다. 여론악화의 귀책사유는 순전히 당사자들한테 있는 것이다.

과연 오빠는 누구냐?
양길승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도내 기관 단체장들은 직원들에게 말조심을 주문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 청주시민들이 주목할 대상은 따로 있다. 이번 몰카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다가 졸지에 공갈혐의로 긴급체포된 박모 여인과 관련된 얘기다. 올해 47세의 그녀는 특별한 직업도 없으면서 청주지역 유지들은 물론 각계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나눈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그녀는 이미 좋지 않은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는 바람에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오마이충북 기사 참조)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그녀의 전방위적인 인맥관계와 그들과의 교류다. 그녀의 지인들에 따르면 그녀는 상대를 칭할 때 보통 xx오빠, xx동생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거론되는 인물들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지역 유지는 물론 사업가, 기자, 기관장, 언론사 대표, 변호사 등 다양하다. 심지어 지역의 고위 기관장(?)까지 거론된다.

이들중 일부는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이들이 어떤 이유로 그녀와 인맥을 텄고, 또 그 전후과정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우선 궁금하다. 소문대로 그녀가 로비스트였다면 상식적으로도 이들과의 만남이 결코 일상적이지 않았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문제는 박모씨가 연이어 부적절한 일에 연루됐다는 사실이고, 이런 가운데 지역을 대표할만한 특정인들이 그녀와 만나 교류를 가졌다는 것이다. 박여인의 로비활동과 관련해 현재 이름이 거론되는 인사들은 조만간 커밍아웃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청주의 정체성은 오피니언 리더층의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구도가 불식되지 않는 한 결코 회복될 수 없다. 하위 직원들에 대한 입단속이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의 수신(修身)이 더 절실한 것이다. 지역의 한 인사는 “역설적으로 로비스트는 지역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공익을 위한다는 전제가 뒤따라야 명분을 얻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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