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수사… 산적한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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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수사… 산적한 의혹들
  • 충청리뷰
  • 승인 200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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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씨’ 유착설은 어디까지 진실인가?
향응의 성격 등 본안의 핵심 의혹 밝혀야

양길승 전 청와대 제1 부속실장의 부적절한 처신과 권력 주변부를 맴도는 인사들의 떳떳치 못한 행동에서 비롯한 소위 ‘양길승 사건’은 ‘이원호 게이트’로 성격이 바뀌며 파장이 확산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청주검찰은 현직 검사들간의 ‘진실게임’ 또는 ‘힘겨루기 다툼’의 와중에 몰려 자중지란의 형국에 빠져들고 있다. 검찰내 이원호씨 비호세력 존재설을 제기했던 해당 검사가 몰카제작 혐의를 받고 긴급체포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고, 또한 검찰사상 전례가 없는 내부자 고발로 촉발된 ‘검난(檢亂)’의 회오리 바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스로 또 다른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된 청주검찰이 이번 사건의 수사주체로 계속 남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지검이 중심이 된 검난 사태는 청주지검 소속 김도훈 검사가 “양 실장 파문사건의 주요 당사자인 K나이트 클럽 이원호씨(50·구속중)에 대한 수사를 청주지검내 비호세력이 만류하는 등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하고 나서고, 김 검사는 자신이 소속해 있는 검찰에 의해 몰카 피의자로 ‘체포’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양길승-이원호 커넥션을 기본 축으로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몰카 사건을 제외하고 확인된 실체적 사실들은 별로 없는 가운데, 각종 의혹들만 양산하면서 점점 뭐가 뭔지 모를 오리무중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나마 몰카 부문 역시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언론사에 전달했는지 등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대검은 청주검찰 내 이원호씨 비호세력 존재설이 제기되자 감찰에 나서는 한편 비호세력으로 이씨 사건 주무검사인 김 검사에 의해 사실상 지목된 ㄱ부장검사를 몰카사건 전담팀장에서 제외시키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외부의 시각은 여전히 “대검의 조치는 당연한 수순일 뿐 미흡하다”는 쪽으로 가닥잡히고 있다. 의혹의 주체가 돼 버린 청주지검이 이번 사건의 수사주체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인 것이다.

이런 목소리는 그 동안의 여러 정황을 논거로 삼고 있다. 검찰은 K나이트클럽의 실질적 대표인 이원호씨를 상당기간 몰카 수사의 참고인 신분으로 여러 차례 소환 조사하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조세포탈 및 윤락행위 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불신을 자초했다.(동양일보 8월 14자 1면)

일반적으로 이씨처럼 무거운 죄질의 혐의가 확인된 상태에서 피의자 구속이 이처럼 뒤늦게 이뤄졌다는 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검찰은 이씨를 본안 사건의 수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몰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그것도 마지못해 구속한 인상을 남겼다.

또 청주검찰은 오래 전부터 다른 범죄혐의를 두고 있었지만 내버려 두었던 주변인물들을 몰카 수사과정에서 긴급체포하기도 했다. 이는 여러 상황 및 검찰의 자의적인 판단 등에 따라 엄정해야 할 법 집행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투영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몸통에 해당하는 의혹은 양 전 실장과 이원호씨간 커넥션의 본류에 숨어 있다는 지적이 높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는 몰카 부문 뿐 아니라 이와 같은 핵심적 의혹을 캐내는 쪽에 집중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양 전 실장이 이씨로부터 수사무마 청탁을 받고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진 않았는지를 비롯해 ▲양 씨에게 금품이 건네지진 않았는지 ▲6·28 술자리의 실제 기획자는 누구인지 ▲검찰내 이씨 비호세력은 실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느 선까지 있는지 ▲정치권에는 없는지 ▲구속된 이씨가 다급하고도 집요하게 수사무마 청탁을 한 진짜 배경은 김도훈 검사가 그에게 혐의점을 두고 내사해 온 살인교사 혐의 때문은 아니었는지, 그렇다면 ▲이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는 정말 없는 것인지 ▲자신에 대해 수사의 포위망을 좁혀오는 김 검사에게 이씨가 평소 ‘가만 두지 않겠다’며 뒷조사를 했다는 소문 등은 앞으로 반드시 밝혀져야 할 의혹들이다. 또 ▲몰카의 기획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제작과 폭로의 진짜 배경은 무엇인지도 관심대상이다.

이런 만큼 소위 ‘양 전 실장 파문사건’에 대한 수사는 이제 겨우 출발선을 넘어섰다고 하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검찰은 티끌만큼 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기 위해 엄정한 수사에 전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 충북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사회 전체는 이번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과 확인할 수 없는 온갖 음모론에 파묻혀 있는 형국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사적(正史的) 관점은 희미해지고 온통 몰카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는 듯한 사회의 시각은 분명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번 사건의 본안적 의문들을 둘러싼 흑막들을 하루빨리 거둬냄으로써 소모적 논쟁에 휩싸여 이 사회가 치르고 있는 끝 모를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양 전 실장이 이씨로부터 수사무마 청탁을 받고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진 않았나
▲양 씨에게 금품이 건네졌다면 규모는
▲6·28 술자리의 실제 기획자는 누구인가
▲검찰내 이씨 비호세력은 실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어느 선까지 있나
▲정치권에는 없는지
▲구속된 이씨가 다급하고도 집요하게 수사무마 청탁을 한 진짜 배경은 김도훈 검사가 그에게 혐의점을 두고 내사해 온 살인교사 혐의 때문은 아니었나
▲자신에 대해 수사의 포위망을 좁혀오는 김 검사에게 이씨가 평소 ‘가만 두지 않겠다’며 뒷조사를 했다는 소문과 김검사가 약점을 잡혔다는 설
▲몰카의 제작과 폭로의 진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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