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더이상 미룰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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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더이상 미룰수 없다”
  • 충청리뷰
  • 승인 200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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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수사’에서 자의적 법 집행… 시민단체 지적
수사권 오겞꼬?견제할 장치 마련돼야

‘양길승-이원호 커넥션’의 기본구도가 발생시킨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숱한 의혹에 비춰볼 때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들이 훨씬 많다. 따라서 검찰의 관련 수사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중첩돼 있다. 그런데 이런 숱한 의혹들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야 할 처지에 있는 검찰이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고 휘청이고 있다. 김검사 비리사건은 물론, 비록 현 시점에서 확정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검찰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 잇따라 제기된 의혹의 내용들이 중대한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검찰 수사권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가, 또 어느 집단보다도 도덕적으로 엄격해야 할 검찰이 때에 따라 얼마나 부패할 수 있고 도덕성을 상실할 수 있는지, 또 지금의 검찰이 수사상 편의를 위해서라면 인권과 사생활 정도는 언제든 희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 개연성이 많다는 점을 이번 사건에서 다시금 확인하면서 허탈과 절망에 젖게 된다.”(‘통일시대 충북연대’가 8월 18일자로 발표한 ‘양길승 관련사건 검찰 수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검찰 개혁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 계기가 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최근 정부가 검찰 개혁방안을 잇따라 밝히고 있는 것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관심은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된 검찰, 정의로운 검찰이 태어날 수 있을 것인갚하는 기대와 맞닿아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법무부는 최근 부하 검사가 상급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사동일체의 원칙, 상명하복의 독특한 군대서열식 조직문화 속에 안존해 온 검찰조직으로선 혁명적 변화를 몰고 올 개혁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법무부는 검찰에 대한 감찰권을 검찰 외부에 두는, 보다 큰 틀의 검찰 개혁안도 모색하고 있어 정부의 검찰 개혁 청사진에 기대를 걸게 한다.

다만 검찰에 대한 감찰권을 법무부에 두겠다는 방안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게 중론인 듯 하다. 검찰에 대한 감찰권을 법무부가 장악할 경우 검찰은 옛날처럼 정치 권력에 예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에 대한 감찰권을 외부의 독립된 기구, 이를 테면 정부산하 기관이 아니라 민간인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검찰위원회(가칭)와 같은 조직에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쨌든 지금처럼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견제하는 장치의 마련은 성숙한 민주주의 체제 구축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데 이견이 없는 듯 하다.

우리는 종종 검찰이 과학적 수사방법 대신 막연한 혐의만을 상정한 채 소위 깜깜이 식, 나아가 투망식 수사에 나서거나 수사편의주의에 젖어 무리하고 강압적인 수사에 나서 물의를 일으킨 사례들을 적잖게 경험해 왔다. 사실 상기하고 싶지 않지만 충청리뷰 역시 지난해 전혀 실재하지 않는 엉뚱한 혐의점에 집착한 청주검찰의 무지막지한 수사권 남용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당사자다.

결국 우리는 지금의 검찰권력이 갖고 있는 거의 무한대의 수사권능을 지켜보고 있다. 뒤늦게 구속된 이원호 씨 사건만 해도 우리는 검찰권력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역으로 어느 정도까지 너그러워질 수 있는지 생생히 목도하고 있다.

또 살인교사 혐의를 폭로하겠다며 이씨로부터 돈을 갈취한 범인만 구속시키고 ‘살인교사’라는 엄청난 혐의 때문에 갈취사건의 피해자(?)가 된 이씨에 대해서는 실제 살인교사 혐의가 존재하는 지 여부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검찰을 보고 있다.

따라서 상사의 지시 등에 대한 하급자의 이의 제기권을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판단은 검찰개혁을 위한 도정에서 큰 진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간과해선 안될 것은 언제나 시스템보다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경험칙이다. 시스템 못지 않게 검사 개개인 모두가 건강한 상식과 도덕률, 편향되지 않은 가치관을 갖고 있을 때 검찰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정의롭게 될 것이다. 만약 상급자가 타당한 조언을 하는데도 비뚤어진 공명심과 정의감에 눈멀어 하급자 검사가 이를 무시할 경우 사법피해자는 언제든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은 “시민 옴부즈맨 제도의 도입 등을 통해 검찰권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며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 못지 않게 무소불위가 돼 버린 검찰 수사권의 오·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은 권력에 대한 ‘국민의 통제’ 원칙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검찰에 대한 감찰권을 검찰 외부에 두겠다는 방향은 검찰 개혁의 큰 틀에서 일단 타당하다는 소리가 지배적이다. 감찰권이 검사 개개인의 비리뿐 아니라 수사권 행사의 적절성 여부까지 검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균형’ 장치의 설치는 민주주의 요체다.

이와 관련, 최근 여당 의원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권한의 적정화 필요성을 역설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민변 기획간사 출신의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19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소수의 검찰이 수사권과 정보를 독점하는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전세계에 유례가 없다”며 “정부가 검찰에 대한 감찰권 따위의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이지 말고 이 참에 수사 및 기소독점을 규정한 현행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실질적 방식의 검찰개혁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검찰이 여론까지 움직이려고 하는 데 단적인 예로 민주당 함승희 의원이 고 정몽헌 회장에 대한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자 검찰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긴급체포했는 데, 이는 권 전 고문에 대한 혐의의 실체적인 문제를 떠나 긴급체포의 동기가 너무나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은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제 역할을 다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 정의의 최후의 보루로서 늘 정의로운 법집행의 사자(使者)가 돼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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