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토박이말 읽어 보시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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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토박이말 읽어 보시쥬~”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9.02.18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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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제보자들 40여회 인터뷰 통해 어휘 문법 분석
칼국수 일컫는 ‘누룽국’, ‘~할껴’‘~해유’체 특징적

   
▲ 조항범 교수는 청주시 지원을 받아 지난 2년간 청주지역의 토박이말을 조사연구해 책을 발간했다. 청주 말을 통해 문화를 뿌리를 찾아가는 작업이었다.
[청주지역 토박이말 조사한 책 발간] 흔히 미디어에 나타난 충청도 사람들은‘~해유’를 즐겨 쓰는 다소 굼뜬 사람들로 묘사된다. 정작 희화화된 말투가 과연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이것이 충북지역만의 특징인지 궁금증이 일어난다면 최근 청주시가 펴낸 ‘청주 토박이말 조사ㆍ연구’에 관한 책을 살펴보라.

이번 책은 충북대학교 국어생활연구소(소장 조항범)가 2007년부터 2년에 걸쳐 청주 지역에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토박이말을 조사한 것으로 청주지역만의 언어적 특징을 기술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1부 청주와 지역어 조사와 제보자 구술 자료 및 전사 방법 소개 △2부 구술 발화와 표준어 대역으로 제보자들의 삶과 언어 △3부 청주 지역어의 특징으로 음운, 문법, 어휘 등으로 구성했다. 분량은 총 542페이지다.

특히 이 책은 청주에서 태어나 3대째 살아온 박유순(여·79·가경동)씨를 비롯해 북부지역 김경순(여·74·사천동)씨, 이완춘(남·75·서문동)씨 등 청주 토박이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인터뷰가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성장과정과 주변 환경, 결혼과정과 결혼생활, 잔치와 장례문화, 생업과 생활, 세시풍속 등을 묻는 장문의 인터뷰에 일일이 주석을 달고 표준어로 대역을 실어 토박이말을 모르는 세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번 연구를 총지휘했던 조항범 충북대 교수는 “소집단을 정해 집중조사를 하다 보니 지역별로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며 “무심천을 경계로 청주읍성 안에 살았던 사람들은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소학교 교육을 통해 표준어구사 능력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명 읍성 밖 사람들은 예전의 청주말을 그대로 간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문화는 언어로 움직인다
토박이말이란 방언과 같은 말로 한국어라는 단일 언어권에서,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특색을 갖고 있는 지역어를 말하는 것이다. 토박이말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그 지역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토박이말은 현재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업에 청주시는 4000만원을 집행했다. 이는 600여권의 인쇄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번 책자가 학생은 물론 시민들에게 청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동시에 정체성을 이어가는 좋은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에 조항범 교수는 “청주시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지원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먼저 정신적인 기반이 되는 문화의 터를 닦아야한다”며 “문화는 언어로 움직이는데 지역이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이것이 주변 말과 어떠한 차이를 갖고 있는 것인지부터 탐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문법은 고모음화가 특징
그렇다면 청주말의 뿌리는 어떻게 설명될까. 조항범 교수는 “청주지역 말이 음운이나 문법 쪽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문법 쪽에서는 고모음화가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어휘도 눈에 띠는 몇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휘로는 ‘누룽국’이 대표적이다.

청주지역에서는 칼국수를 누룽국이라고 부르는 반면 보은만 해도 누른국은 누릉지를 일컫는다. 누룽국은 누른국이 누릉국을 거쳐 나온 어형이다. 누른국은 본래 반죽을 눌러서 만든 국수라는 어원적 의미를 갖는데, 이것이 국수라는 점에서 누룽국은 누룽국수에서 ‘수’가 생력된 어형일 수 있다는 것.

또한‘지꼬추’는 동치를 만들 때 속에 넣는 고추인데, 식초와 소금물에 삭힌 고추를 말한다. 이는 동치미를 만들 때 넣는 고추라는 점에 ‘지꼬추’의 ‘지’는 중세국어 ‘디히’에서 출발하는 ‘지’로 보인다. 곧 고추를 청주지역에서는 된소리인 ‘꼬추’로 말하는 것이나 ‘지’가 재료 앞에 붙는 것도 특징적이다.

채소(표준말)→채수(방언), 푸성귀→푸성거리, 냉이→나싱개, 씀바귀→씀베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추는 ‘정구지’로 여전히 말하는데, 이는 충북의 일부와 경상도, 전북지역에서 나타난다. 충북에서도 북단인 중원과 제천에서는 정구지가 아닌 ‘부추’계의 ‘분추’로 쓰인다.

이밖에 아궁이를 ‘고쿠락’, 솥뚜껑을 ‘소도방’, 부지깽이를 ‘부주깽이’로 사용한다. 개수물은 ‘자싯물’이며, ‘자싯물’로 설거지할 때 사용하는 수세미는 ‘쑤생이’로 부른다. 짐승은 ‘짐성’으로, 방아깨비는 ‘왕아치’라고 부르는데 방아깨비가 비교적 큰 곤충이라는 점에서 왕(王)자가 붙는다.

제보자 구하기 만만치 않아
공동연구자인 배영환 씨는 “종결어미에서 표준어 ‘하십시오’가 ‘하시쥬’로 쓰인다. 이 지역은 고모음화 현상도 두르러지는 데 점심→즘심, 어른→으른 등 ‘어’가 ‘으’가 변형된다. 영감이 ‘음감’인 이유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어미의 ‘~해유’,‘그럴껴’, ‘그런규’등은 음운축약에서 나온 것들이다. ‘~한거유’에서‘할규’나, ‘할껴’로 나타나는 것.

배영환 연구자는 “종결어미가 ‘겨/껴’형과 ‘규/뀨’형으로 나타나는 것도 특징적이다. 이들은 모두 의존명사 ‘것(거)’를 포함하는 구조인데, 앞에 관형형머니가 ‘ㄴ’이 오면 ‘겨’와 ‘규’로, ‘ㄹ’이 오면 ‘껴’와 ‘뀨’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 명령법 종결어미에서는 ‘해요체’는 ‘해유’로, ‘해체’는 ‘해야’로 나타난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토박이 제보자를 구하는 데 정말 어려웠다. 3대 이상 청주에 살고 있고, 학력이 비교적 낮아야만 토박이말을 간직할 수 있는데 경로당을 다 찾아봐도 외지에서 온 분들이 대부분이라 난감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하루에 2시간 동안 40여회 진행됐다. 조항범 교수는 “청주를 동서남북으로 나눠 제보자를 구하려했지만 여의치 않아 동남쪽, 서쪽, 북쪽으로 구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이 책을 토대로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들이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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