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연수원 갈등 결국 법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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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연수원 갈등 결국 법정까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9.02.2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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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 “시간 배정은 연수원장의 재량권이다”
전교조 “단협에 이미 명시, 일방적 무시 처사”

[예비교사 연수회 폭력사건 전말…] 지난 12일 신규 중등교사 연수회에서 벌어진 전교조 충북지부와 단재교육연수원측과의 폭력사건이 결국 법정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양측은 신규교사 연수회에서의 ‘전교조 홍보시간’을 놓고 갈등이 빚어졌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점심시간이 끝난 쉬는 시간을 이용해 강의실에 들어가 유인물을 돌렸다. 이에 단재교육연수원 측 연수업무 담당자는 ‘연수생의 동의 없이는 불가하다’며 진입을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전교조와 단재교육연수원 관계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급기야 오후 2시 10분께 현관 로비로 나와 쌍방이 침을 뱉는 등 난투극으로 번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연수원 측은 관할지구대에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해 폭행여부에 대한 사실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사건은 오후 3시를 훌쩍 넘겨 일단락됐다.

이러한 싸움이 있은 후 4일이 지나 단재연수원측은 16일 전교조 충북지부를 ‘업무방해, 무단침입, 폭행치상’혐의로 청주지검에 고소했다. 연수원 관계자는 “전교조 간부 뿐만 아니라 외부인이 끼어 있었다. 또한 사전 허락 없이 무단 침입해 연수를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검토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다는 답변도 빠트리지 않았다.

   
▲ 지난 12일 신규교사 연수회에서 홍보시간을 주지 않는 다는 이유로 전교조-연수원 관계자가 벌인 실랑이가 폭행사건으로 이어졌다. 결국 양측은 폭행상해 혐의로 청주지검에 맞고소 한 상태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연수원 측의 고소 사실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전교조 소속 간부 3명과 민주노총 관계자 2명 총 5명이 현장에 있었다. 싸움이 벌어지자 연수원 측 간부와 직원들 20여명이 전부 달려 나와 몸싸움을 벌였다.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린 것은 우리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일까지 법정으로 간다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며 “지금으로선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25일 현재 연수원 측을 ‘폭행치상’혐의로 맞고소할 예정이다.

전교조 간부 B씨는 “당시 카드사가 홍보하는 것은 교원복지를 위해서라며 허용했지만, 전교조는 무조건 홍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돌린 홍보책자도 연수원 측이 일방적으로 회수했다”고 부연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 전교조 충북지부 간부 A씨는 전치 1주, 민주노총 간부 B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원 측 담당자는 전치 2주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연수원 측 담당자는 “연수원이 대응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상황을 봐서 개인적으로도 대응할 예정이다”고 밝혀 또 다른 고소전도 예상된다. '

사전 통보 왜 안했나?
사실 이번 싸움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법정까지 간 데는 숨은 이유가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연수원 측은 해마다 신규교사 연수 때 주던 홍보시간을 따로 배정하지 않았다. 교원노조와 충북도교육청간의 단체협약에 의거해 시간을 배정하고, 사전 상의하는 데 원칙이지만 연수원측이 이를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며 “이처럼 홍보시간을 배정하지 않은 곳은 충북교육청이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밝혔다.

이에 연수원 측은 “신규교사 연수회가 이번엔 31시간만 배정돼 홍보시간까지 따로 마련하지 못했지만 1년 후 추수연수시간에는 교원노조단체 모두에게 30분을 할애할 예정이었다. 이미 계획까지 다 세워 통보한 상태다”고 답변했다. 신규교사의 경우 아직 경험이 없다보니 1년 동안 학교생활을 한 후 교조가입여부를 결정하도록 배려했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사전 통보 여부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이미 전화통화를 통해 간다는 공지를 했고, 막상 도착해보니 현관 로비에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연수원 담당자가 테이블에 홍보책자를 놓고 소개하라고도 했지만, 쉬는 시간을 이용해 홍보지만 놓고 오려고 했다. 느닷없이 연수원 측에서 들이닥치는 바람에 싸움이 커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수원 측은 “테이블은 며칠 전 전교조 청주지부 중등지회가 홍보를 한다고 해서 마련해놓고 아직 치우지 않은 것뿐이다”며 “사전 통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홍보시간이 뭐길래?
연수원 측은 “예비교사들의 연수시간을 짜는 것은 연수원장의 재량권이다”며 “대전 노동사무소에 이 사항을 문의해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교조 충북지부는 이번 싸움의 원인을 도교육청에 돌리고 있다. 단체협약을 통해 신규 교사 연수 시 홍보시간을 갖는 것이 원칙이지만, 교육청 산하 기관인 연수원 측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체협약은 도교육청과 교원노조단체간의 협약으로 2년 효력을 갖고 있다. 실제 전교조의 주장대로 단체협약에는 ‘신규교사 연수 시 홍보시간을 사전 합의하고, 시간을 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연수원 측은 단체협약의 내용보다 단재원장의 재량권이 우선순위에 있으며 이를 법적인 확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단체협약의 경우 지난해 12월 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교원단체(전교조)에 해지 통보를 내린 상태다. 다만 해지가 된 경우에도 6개월의 효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경우는 단체협약 내용을 지켜야 되는 상황.

전교조 충북지부는 “단체협약 내용보다 단재연수원장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시 된다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단체협약을 바꾸든지 조례를 바꾸든지 해야 할 문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전교조 충북지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승구 부교육감과 전교조 충북지부 대표단이 18일 면담을 가졌으나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했다. 우승구 부교육감이 중재에 나섰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싸움의 법정 판결이 전교조 활동 범위 설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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