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 들의 땅! 히말라야를 가다
“네팔을 사랑한다. 히말라야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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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 들의 땅! 히말라야를 가다
“네팔을 사랑한다. 히말라야를 사랑한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09.02.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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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대원들, 11박 12일 일정으로 장도에 올라
황금색의 나라 네팔 감동 듬뿍, 태극기 보고 뭉클

2009년 1월8일(목)
박연수(직지원정대장) 대장을 선봉으로 모두 17명의 대원들이 ‘히말라야를 안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향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를 가기 위해 카트만두 서쪽 200Km에 위치한 네팔의 제3도시인 포카라를 지나 ABC 시발점인 페디에 도착했다.

   

   

이제 본격적인 트레킹을 알리듯 더 이상은 버스가 운행할 수 없는 산악길이 시작되고 사우스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금새라도 쏟아져 내릴 듯 마주 서있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해발 1,580M의 담푸스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2009년 1월10일(토)
우리 대원 17명과 포터 17명, 스텝 5명을 포함한 39명의 막강한 팀으로 구성된 체험단은 ABC를 향해 스틱을 세우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해발 2,010M의 포타나를 지나 히말라야를 찾는 트래커들의 안식처 데우랄리에 도착하니 백설과 원색의 조화를 시샘하는 사우스 안나푸르나가 설원의 사냥꾼이 되어 남극의 백곰처럼 우리를 맞이한다.

   
▲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를 오르는 대원들
늦은 시간 대원들은 란드룩에 입성했다. 대원 모두는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그곳 학생들에게 한국의 적십자에서 후원한 학용품과 의류를 나누어 주고 자원봉사 및 친목행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네팔학생과 윤지, 형준, 윤호, 공희, 기배, 희섭, 종묵, 용현이까지 눈과 가슴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대원들을 사이사이에 두고 꼬리잡기 놀이가 질펀하게 진행되고 있다. 무엇이 그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는지 모르지만 모두는 입이 찢어져라 박장대소를 한다.

윤지가 한국 학생을 대표로 춤사위를 펼쳤다. 그리곤 아리랑 노래를 끝으로 어깨를 둘러 펼친 양팔을 서로 감싸곤 환하게 바라본다. 서로 격한 감동을 안고 네팔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날 밤, 맞은 편 산위로 붉은 산불이 휘감아 타 올랐다. 세계인이 보호하고 아껴야 할 순수 자연유산이 화마에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 가슴 찢기듯 괴롭다. 안나푸르나 지역 산불은 자연진화된다고 한다. 신의 섭리인가? 아님, 안나푸르나에 잠든 산악인 영혼들의 보살핌인가?

이윽고 ABC와 해발 3,139M의 푼힐전망대로 갈라지는 교통의 요충지인 뉴브릿지에 도착한다. 너무도 힘겹다.

얼마쯤 올랐을까. 저켠 모퉁이에 포터로 보이는 청년이 흡사 우리 ‘피리’같은 악기를 불고 있다.
해발 2,500M를 넘나드는 이 무진장의 고원에서 가슴 절규하며 애간장을 달래는 악기 소리에 취해 걷다 보니 히말라야(Himalaya)에 당도했다.

해발 2,873M의 순수 청정지역. 광천수마져 가져갈 수 없는 안나푸르나 보호구역이다.
이제 대원들은 해발 3,000M를 도과(倒戈)하여 그토록 고대하던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에 안착했다.

산산이 바람에 찢기고 태양에 그을린 만년설과 신에게 도전이라도 할 것인 양 우뚝 서있는 마차푸차레, 인간의 옹졸함과 거만함을 꾸짖을 듯 넓게 펼쳐진 안나푸르나.. 이 모두가 신의 섭리와 자연의 위대함이 빗어낸 지상 최대의 향연일까?
해발 3,703M에서 희열과 벅찬 가슴의 맥박을 느끼며 여장을 푼다.

2009년 1월14일(수)
대원들 모두의 설레이는 눈빛과 뭔지 모를 신비로움은 마지막 정점을 향해 극에 달하고 있었다.
3시간 반 남짓 만에 드디어 해발 4,130M ABC에 도착했다. 대원은 서로를 보듬을 틈도 없이 설산과 맞대어 선 풍광을 배경으로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젖어있다. 일순간의 정적이 흐른다.

   
▲ 끝없이 이어지는 산, 그곳에 사람들이 있다.
   
▲ 대원들은 적십자사에서 후원한 학용품과 의류를 네팔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우리 고장 출신 지현옥 산악인이 바로 안나푸르나 하산 도중에 실종되었습니다. 그분의 혼과 고결함을 되새겨 볼 수 있도록 추모제를 거행합시다”며 생전의 일기를 모아 엮어 낸 책 한권, 환하게 웃고 있던 지현옥 산악인의 사진 한 장을 펼쳐 놓고 술잔을 올리는 박연수 대장의 설명으로 대원들은 숙연함을 떨칠 수 없었다. 우리 모두는 묵념으로 산악인의 의로움을 대신했다. 오늘따라 바람도 잦고 햇살도 따스했다.
온천이 있는 곳 지누난다에 도착했다. 빙하가 흐르는 콜라(네팔식 강)를 향해 내려가면 강 옆으로 노천온천탕이 있다.

탕에서 나와 계곡의 빙하에 몸을 던지는 유럽인 트래커들, 네팔 전통의상을 입고 온천수 물줄기에 가슴을 적시는 아낙네들, 발 냄새를 심하게 풍기며 염치없이 몸을 들여미는 포터들, 아수라장이었다. 며칠만에 맛보는 물의 향연인가?

힘든 몸을 추스르고 대원들은 배낭을 둘러맨다. 간드룩, 카스키(Kaski)에 위치한 초라한 학교에 들르게 되었다. 신발을 신지 않은 학생, 쓰레기 더미에 앉아 초점없는 눈빛으로 바라 보는 학생, 찢겨진 옷을 걸치고 뛰 노는 학생까지..

   
▲ 란드룩의 한 초등학교에서 펼쳐진 꼬리잡기 놀이
우리 일상과 다를 것 없는 학생들의 일상을 보면서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이제는 제법 온기도 느껴지고 사람들이 북적댄다. 샤울리바자르에 당도한 것이다.

많은 트래커들이 이곳을 거쳐간 것 때문일까? 아니면, 진정 이곳이 꼭 거쳐가야만 하는 장소라서 인가? 곳곳에 각 나라의 트래커들이 써 놓은 낙서와 스티커가 가지런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그 중에도 태극기가 선명하게 뇌리에 박힌다. 우리나라 태극기가 이렇게 멋지고 당당하게 그려져 있는 것을 보니 가슴 한켠이 뜨거워 진다.

길 양켠으로 잘 차려진 바자르(Bazaar)가 형성되어 있고 남쪽으로는 마지막 구름다리가 걸려있다. 다리를 건너자 산속의 정겨움은 사라지고 여기 저기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혼탁한 소리만 울린다. 일상의 삶으로 돌아온 것일까? 나야풀(Nayapul)에 도착했다. 대원 17명은 무사히 산행을 끝내고 버스에 올랐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대원과 뭔지 모를 허탈감에 창밖을 내다 보는 대원 그리고 밀려오는 피곤에 잠을 자는 대원, “나는 무엇인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나는 것인가?” 아니 물을 수 없었다. 버스는 덜컹거리며 자기의 임무를 다하면서 달리고 있다.

포카라에서 하룻밤을 보낸 대원들은 티벳난민촌으로 향했다. 난민들은 네팔인보다 몇 배 더 일을 하고 나라를 찾기 위해 네팔 임시정부에 자금을 보낸다고 한다.

지구상에는 쓰라린 아픔을 가진 나라가 여럿 있다. 그 옛날 번성했던 티벳(吐藩.중국식표기)은 한낱 변방의 자치구에 속하며 중국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59년 제14대 달라이라마는 지금은 북인도의 ‘다람살라’로 망명하여 임시정부를 세웠으며 비폭력 저항으로 이에 맞서고 있지 않은가? 다시 한번 나라 잃은 비극을 생각하니 가슴이 옥죄어 온다.

포카라는 히말라야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제 우리가 걸었던 히말라야를 멀리서 보고싶었다.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 람중히말라야가 눈 앞에 펼쳐져 보인다.

장엄한 자연의 자태는 히말라야를 원고지 삼아 차곡차곡 저편에 옮겨 놓았다. 이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포카라를 제자리로 돌려줘야 할 시간이다. 그렇게 포카라의 마지막 밤은 찾아왔다.
다시 공항, 공항은 실로 아수라장이다. 그런 아수라장 사이로 네팔의 물감이 새어 나온다. 네팔은 누런 황금색의 나라이다.

6.25 참전국 네팔. 2차대전이 끝나고 열강의 각축속에 은둔의 나라이길 바라지 않는 강대국이 자본주의를 무기 삼아 짓 밟아 버렸다.
자생력을 잃어버린 지금의 네팔은 혼돈의 세계였다. 그럼에도 나의 눈에 비친 네팔은 황금색의 나라이다. 나는 네팔을 사랑한다. 가슴 시리도록 사랑한다.

   
▲ 글·사진_ 이재룡 (주)고인돌 대표이사
긴 여정에 마지막 페이지를 폈다. 먼 길을 돌아 우리는 네팔의 심장부 카트만두 ‘트리부반국제공항’ 출국장에 나타났다. 부메랑처럼...

보내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은 서로에게 말한다. 다시 오겠노라고... 부메랑처럼...
12일간의 히말라야는 카트만두와 함께 멀어져 간다. 발 아래로 구름층이 히말라야의 설산처럼 환영되어 보인다. 구름위에 손가락을 올려 글을 써보았다.

I LOVE NE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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