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박물관 차원 넘어 전수학교 추진 여론
신응수 전통건축박물관 유치
충북도가 청주시 주중동 밀레니엄타운에 조성할 예정이던 ‘국제웨딩빌리지’ 사업이 기본협약 당사자인 (주)끼트레이딩의 사업포기로 무산되면서 2007년까지 지역 내 일부 인사들이 유치 노력에 나섰던 신응수(67?중요무형문화재 74호) 대목장의 ‘전통건축박물관’을 ‘다시 청주로 유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통건축박물관의 입지로 충북 청주와 강원도 강릉, 경기도 부천시 등을 놓고 저울질하던 신 대목장이 2007년 3월 부천을 낙점한지 약 2년 만에 토지매입가 문제 등으로 추진이 결렬된데 이어, 지역에서도 국제웨딩빌리지 사업이 무산되면서 ‘다시 한 번’을 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멀리 돌아서 왔지만 이제 객관적인 조건은 준비됐고, 지역여론을 한데 모으는 주관적인 조건만 조성된다면 한 번 해볼만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유치에 발 벗고 나섰거나 최근 유치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는 지역 3인방의 목소리를 지면에 모았다.
■장현석 청주문화원장
귀가 솔깃할 대안 만들고 접근해야
Tip-영빈관 지어 국빈숙소로도 활용할 수 있어
지역에서 신응수 대목장과 가장 오랜 교분을 쌓아온 인물은 장현석 청주문화원장이다. 고건축전문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장 원장은 1970년대 말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민간 모임인 ‘민학회’의 발기인으로서, 이 모임에서 신 대목장을 만났다.
이후 1991년까지 충북도 문화재 분야의 공무원으로 일하는 과정에서도 충북(청원군 오창면 성재리)이 고향인 신 대목장과 인간적, 업무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장 원장은 20년째 경복궁 복원에 ‘올인’하고 있는 신 대목장을 도와 1895년 명성황후 시해현장인 ‘건청궁’의 복원 설계를 맡기도 했다. 1990년대 말 신 대목장이 ‘고건축물을 재현해 민속마을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꿈을 공유해왔다.
“신 대목장과 입지를 찾아 도내 곳곳을 발로 누볐다”는 장 원장은 “밀레니엄타운 유치가 무산된 바 있고, 신 대목장이 행정절차에 어둡기 때문에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신 대목장이 토지매입에 의한 단독추진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밀레니엄타운은 충북도가 이미 충북개발공사에 출자한 재산이이라 매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 원장은 “신 대목장은 도와 공동으로 법인을 설립하면 ‘관에 먹힌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법인을 만들더라고 완벽하게 권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신뢰할 수 있도록 먼저 제안서를 만들어놓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 원장은 밀레니엄타운의 접근성이 좋고 도로, 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비롯해 이미 건립한 교육문화회관과 앞으로 조성할 생태공원 등 부대시설과 연계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여기에 후진양성에 필요한 전수관 성격의 ‘대학원대학’을 설립하고 전통한옥으로 영빈관 을 지으면, 충북도를 찾는 귀빈은 물론, 국빈의 숙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복안이다.
■정지성 문화사랑모임 대표
도지사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Tip-후계자 양성 차원 전수생들과 함께 짓도록
정지성 청주문화사랑모임 대표는 ‘부천 무산’이라는 낭보(?)를 지역에 처음으로 전한 인물이다. 그러나 신 대목장과는 지난 설 명절 친구의 소개로 교분을 갖게 됐다. “대목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부천에 짓기로 한 전통건축박물관의 진도가 멈췄다는 얘기를 듣고 설에 고향에 내려온 신 대목장을 만났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신 대목장과 깊은 대화를 나눴고 신 대목장과 단순한 박물관 차원이 아니라 후계자를 양성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교감을 이뤘다”는 것.
정 대표는 “장인의 세계는 어차피 스승 밑에서 일을 배우는 ‘도제방식’으로 기술이 전수된다”며 “밖에서 인정하든 안하든 최고의 궁궐목수인 신응수 대목장의 전수관을 만들면 전국적인 권위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전수관을 먼저 건립해 제자들과 실습을 하면서 건물을 한 채 한 채 지어간다면 더욱 의미가 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특히 “신 대목장이 밀레니엄타운 부지에 대해 아직도 그래도 긍정적”이라고 귀띔했다. 신 대목장이 그 간의 추진과정에서 공직사회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됐고, 박물관의 운영여건 상 수도권을 선호한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우수하고, 연계시설이 단지로 조성되는 밀레니엄타운은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 고향인 오창과 근접해 있다는 것도 설득논리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정 대표 역시 장 원장과 마찬가지로 제도적 장애요인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분과 소유구조에 있어 신 대목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사실 누구 한 사람을 위해 혜택을 주라고 민간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정의 수반인 정우택 지사가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가능하다. 도의 결단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동인 충북도 행정국장
어디가 됐든 최대한 도와드리겠다
Tip-토지무상임대 뒤 기부채납해도 운영권 보장
신동인 충북도 행정국장은 국제웨딩빌리지가 무산된 상황에서 전통건축박물관이 그 이상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충분한 관광성을 지닌 데다 문화적 수준을 높일 수 있고 상징성도 크다는 것이다.
신 국장은 “밀레니엄타운으로 올 경우 최대한 조건을 맞춰드릴 것이고, 도내 어디로 간다고 해도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신 국장은 지난 추진과정에서 도 문화관광국장을 맡았던 터라 유치 무산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신 국장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넘어야할 산은 첩첩이다. 출자한 자산이라 매각이 어렵고, 국공유재산의 성격 상 필요한 만큼 떼어서 파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 국장은 “밀레니엄타운을 원한다면 20년 동안 토지를 무상임대하고 기부채납을 한 뒤에도 운영권을 확실히 보장하는 약속을 한다면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