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申心’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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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申心’을 잡아라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9.03.11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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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건립 좌초…웨딩빌리지 무산 ‘될 징조’
단순한 박물관 차원 넘어 전수학교 추진 여론

신응수 전통건축박물관 유치
충북도가 청주시 주중동 밀레니엄타운에 조성할 예정이던 ‘국제웨딩빌리지’ 사업이 기본협약 당사자인 (주)끼트레이딩의 사업포기로 무산되면서 2007년까지 지역 내 일부 인사들이 유치 노력에 나섰던 신응수(67?중요무형문화재 74호) 대목장의 ‘전통건축박물관’을 ‘다시 청주로 유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통건축박물관의 입지로 충북 청주와 강원도 강릉, 경기도 부천시 등을 놓고 저울질하던 신 대목장이 2007년 3월 부천을 낙점한지 약 2년 만에 토지매입가 문제 등으로 추진이 결렬된데 이어, 지역에서도 국제웨딩빌리지 사업이 무산되면서 ‘다시 한 번’을 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멀리 돌아서 왔지만 이제 객관적인 조건은 준비됐고, 지역여론을 한데 모으는 주관적인 조건만 조성된다면 한 번 해볼만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유치에 발 벗고 나섰거나 최근 유치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는 지역 3인방의 목소리를 지면에 모았다.

■장현석 청주문화원장
귀가 솔깃할 대안 만들고 접근해야
Tip-영빈관 지어 국빈숙소로도 활용할 수 있어

지역에서 신응수 대목장과 가장 오랜 교분을 쌓아온 인물은 장현석 청주문화원장이다. 고건축전문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장 원장은 1970년대 말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민간 모임인 ‘민학회’의 발기인으로서, 이 모임에서 신 대목장을 만났다.

이후 1991년까지 충북도 문화재 분야의 공무원으로 일하는 과정에서도 충북(청원군 오창면 성재리)이 고향인 신 대목장과 인간적, 업무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장 원장은 20년째 경복궁 복원에 ‘올인’하고 있는 신 대목장을 도와 1895년 명성황후 시해현장인 ‘건청궁’의 복원 설계를 맡기도 했다. 1990년대 말 신 대목장이 ‘고건축물을 재현해 민속마을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꿈을 공유해왔다.

“신 대목장과 입지를 찾아 도내 곳곳을 발로 누볐다”는 장 원장은 “밀레니엄타운 유치가 무산된 바 있고, 신 대목장이 행정절차에 어둡기 때문에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신 대목장이 토지매입에 의한 단독추진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밀레니엄타운은 충북도가 이미 충북개발공사에 출자한 재산이이라 매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 원장은 “신 대목장은 도와 공동으로 법인을 설립하면 ‘관에 먹힌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법인을 만들더라고 완벽하게 권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신뢰할 수 있도록 먼저 제안서를 만들어놓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 원장은 밀레니엄타운의 접근성이 좋고 도로, 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비롯해 이미 건립한 교육문화회관과 앞으로 조성할 생태공원 등 부대시설과 연계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여기에 후진양성에 필요한 전수관 성격의 ‘대학원대학’을 설립하고 전통한옥으로 영빈관 을 지으면, 충북도를 찾는 귀빈은 물론, 국빈의 숙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복안이다.

■정지성 문화사랑모임 대표
도지사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Tip-후계자 양성 차원 전수생들과 함께 짓도록  

정지성 청주문화사랑모임 대표는 ‘부천 무산’이라는 낭보(?)를 지역에 처음으로 전한 인물이다. 그러나 신 대목장과는 지난 설 명절 친구의 소개로 교분을 갖게 됐다. “대목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부천에 짓기로 한 전통건축박물관의 진도가 멈췄다는 얘기를 듣고 설에 고향에 내려온 신 대목장을 만났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신 대목장과 깊은 대화를 나눴고 신 대목장과 단순한 박물관 차원이 아니라 후계자를 양성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교감을 이뤘다”는 것.

정 대표는 “장인의 세계는 어차피 스승 밑에서 일을 배우는 ‘도제방식’으로 기술이 전수된다”며 “밖에서 인정하든 안하든 최고의 궁궐목수인 신응수 대목장의 전수관을 만들면 전국적인 권위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전수관을 먼저 건립해 제자들과 실습을 하면서 건물을 한 채 한 채 지어간다면 더욱 의미가 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특히 “신 대목장이 밀레니엄타운 부지에 대해 아직도 그래도 긍정적”이라고 귀띔했다. 신 대목장이 그 간의 추진과정에서 공직사회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됐고, 박물관의 운영여건 상 수도권을 선호한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우수하고, 연계시설이 단지로 조성되는 밀레니엄타운은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 고향인 오창과 근접해 있다는 것도 설득논리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정 대표 역시 장 원장과 마찬가지로 제도적 장애요인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분과 소유구조에 있어 신 대목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사실 누구 한 사람을 위해 혜택을 주라고 민간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정의 수반인 정우택 지사가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가능하다. 도의 결단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동인 충북도 행정국장
어디가 됐든 최대한 도와드리겠다    
Tip-토지무상임대 뒤 기부채납해도 운영권 보장     
 
신동인 충북도 행정국장은 국제웨딩빌리지가 무산된 상황에서 전통건축박물관이 그 이상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충분한 관광성을 지닌 데다 문화적 수준을 높일 수 있고 상징성도 크다는 것이다.
신 국장은 “밀레니엄타운으로 올 경우 최대한 조건을 맞춰드릴 것이고, 도내 어디로 간다고 해도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신 국장은 지난 추진과정에서 도 문화관광국장을 맡았던 터라 유치 무산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신 국장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넘어야할 산은 첩첩이다. 출자한 자산이라 매각이 어렵고, 국공유재산의 성격 상 필요한 만큼 떼어서 파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 국장은 “밀레니엄타운을 원한다면 20년 동안 토지를 무상임대하고 기부채납을 한 뒤에도 운영권을 확실히 보장하는 약속을 한다면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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