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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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을…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9.04.1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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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지사의 신발 교체주기는 ‘10년’
교육청 이장길 국장, 90년식 엑셀 ‘씽씽’

<한평생을>구두 다섯 켤레로 걷는다

정우택 지사의 신발 교체주기는 ‘10년’
“밑창 닳는데서 희열, 굽만 갈면 충분”

   
▲ 정우택 지사의 구두
“정우택 충북지사가 11년 된 구두를 아직도 신고 다닌다. 함께 식당에 갔는데, 지사 구두만 신발장에 정리되지 않았다…”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 제보(?)를 귓등으로 흘렸다가 혹시나하는 생각에 13일 오전 11시30분부터 도청 본관 지사실 앞 계단에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잠시 뒤 오찬 일정 때문에 바쁘게 집무실을 나서는 정 지사의 발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

“무슨 일이 있냐?”며 눈이 휘둥그레진 정 지사에게 11년 된 구두에 대해 물었다. “그 구두? 작년 말까지 신고 버렸는데…”라는 대답에 맥이 빠졌다. 이후 인터뷰는 지사의 상경 일정 때문에 휴대폰을 통해 이뤄졌다.

확인 결과 11년 된 구두는 없었고 정확히 10년 된 구두가 있었다. 15대 초선 국회의원 임기 말이던 1999년 초에 구입해 2008년 연말까지 밑창만 두 번 갈아가며 신었던 국내 K제화의 신사용 구두였다. “특별한 명품 구두는 아니었다. 가죽은 오래 가는데 바닥이 먼저 닳아 문제지. 굳이 새 구두를 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오래 신은 신발이 발에 편하다”는 것이 정 지사의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신고 있는 신발에는 어떤 내력이 있을까? 정 지사가 기꺼이 벗어 안팎을 보여준 지금의 신발은 2006년산이었다. ‘간호사들이 신는 신발’이라며 정 지사가 소개해 준 ‘T사’의 브랜드는 귀에 설었는데 알고보니 정치인, CEO들이 즐겨신는 신발이었다. 정 지사는 “국산은 아닌데 비싼 신발은 아니다. 3년 전에 22만원을 주고 직접 샀다. 밑창에 탄성이 있고 가죽이 부드러워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92년 구두가 가장 기억에 남아”
“스무 살 이후 구두를 사면 최소한 10년은 신었다”는 정 지사의 구두 가운데 가장 단명한 구두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신었던 구두다. 정 지사는 그러나 “그 구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1992년 국민당 후보로 진천·음성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뒤 4년 뒤 금배지를 달기까지 그의 말대로 논두렁 밭두렁을 누볐던 신발이기 때문이다.

정 지사는 “4년 동안만 굽을 3번 갈았다. 굽을 갈면서 희열을 느낀다. 사실 지금 더 많이 뛰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지사의 구두에 대한 제보에 신뢰가 가지 않았던 것은 지난달 발표된 공직자재산공개 결과 정 지사의 재산이 55억 원으로, 전국 시도지사 가운데 가장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수성가형’이라기보다 이른바 ‘로열패밀리’에서 성장한데 따른 선입견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

‘혹시 수집벽(收集癖)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선 “어렸을 때 우표 모으기를 했던 것이 전부”라는 답이 돌아왔다. 소비재보다는 자산증식에 초점을 맞추고 사는 전형적인 자산가의 유형인 셈이다.

“구두가 눈에 거슬렸는지 3년 전 내 생일에 두 아들(29·태오, 27·태두)이 용돈을 모아 40만원이 넘는 명품 구두를 사줬는데, 신발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는 정 지사의 말에 비춰볼 때 한평생 그의 구두는 대여섯 켤레로 충분치 않을까.       
  

<한평생을>자가용 한 대로도 충분해

교육청 이장길 국장, 90년식 엑셀 ‘씽씽’
중고차 시세는 0원, 연 보험료는 30만원

   
‘1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을 새 차로 교체할 경우 개별소비세와 취득·등록세를 70%, 250만원까지 깎아주겠다’는 12일 정부 발표 이후 이장길 충북도교육청 기획관리국장이 소유한 90년식 엑셀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아직도 잘 굴러가는데 왜 바꿉니까? 그냥 계속 탈겁니다” 그래서 바꿀 차였다면 진작 새 차를 샀을 거란 얘기였다. 이 국장의 ‘엑셀 GLSI’는 1990년 구매 당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던 신차였다. 당시 교육부 6급 주사이던 이 국장은 현재 충북교육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3급 부이사관이 됐지만 그의 차는 여전히 그대로이고 당분간 계속 그대로일 듯싶다.

이 국장의 오랜 애마는 그의 첫 자동차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차에 별일이 없는지 궁금해 창문을 열고 내려다봤을 정도였다고. “두 아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아빠 차가 불편하고 좁다’고 투덜대며 타지 않으려 했던 걸 말고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이 국장의 설명이다.

   
4년 전부터 생긴 문제는 보험가입이 거절된다는 것. 이 국장은 “일반보험회사에선 ‘노후차량이라 리스크가 크다’며 보험을 받아주지 않는다. 교원공제회에서 운영하는 손해보험에만 가입이 가능한데 그마저도 자차는 들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험료는 연간 29만3600원이다. 중고차 매매상사에 물어보니 90년식 엑셀의 판매가는 차량 상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매입가는 전혀 잡혀있지 않았다. 시세는 0원, 연 보험료는 30만원인 셈이다.

“이젠 소리만 들어도 상태 알아”
이쯤 되면 자동차 관리에 대한 비법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국장은 “사실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내 차가 오래 된 게 아니다. 유행이 지나 디자인에 지루함을 느껴 바꾸는 것이지 국산차도 잘 만들기 때문에 10년 이상 타도 멀쩡하다”고 주장했다. 우등생들이 ‘그저 학교수업에만 충실했다’고 답하는 식이다.

‘그래도 뭔가 비결이 있지 않냐’고 묻자 “사실 초창기엔 일지를 꼬박꼬박 썼다. 처음부터 보닛을 자주 열어봤다. 장거리를 뛰다 서면 골치가 아프지 않겠냐. 미리 카센터에 가서 반드시 점검을 한다. 이제는 부품의 교체주기, 수리비용을 훤하게 안다. 솔직히 내 차는 소리만 들어도 감이 온다”고 말했다.

교육청의 살림꾼인 이 국장은 관용차에 대해서도 반드시 내구연한을 지킬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5년이 내구연한이지만 최소한 8,9년은 타야하고 추세 또한 그렇다는 것이다. 단체장 관용차나 의전용 차량의 경우엔 5년이 지났거나 5년 가운데 3분의2 이상 기간을 사용하고 이용거리가 13만㎞를 넘으면 교체가 가능하다.

도 교육청의 한 공무원은 “부 이사관 가운데 20년 된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사람은 많아야 한두 명이 아니겠냐. 성격이 워낙 꼼꼼하기 때문에 교육청 살림도 빈틈이 없다. 사실 직원들은 좀 피곤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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