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군립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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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군립도서관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9.04.15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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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객 적잖지만 위치적 고립으로 ‘面民시설’
청주 6개관 청원군에도 개방, 회원비중 4.8%

청주와 청원의 생활권은 사실상 하나다. 그러나 행정단위가 다르다보니 얼크러져 살아가는 영역도 있지만 ‘금을 밟으면 안 되는’ 금단의 영역도 있다. 받아는 주지만 비용의 차이 때문에 서러움을 느껴야하는 부분도 있다. 심정적인 차별감도 문제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행정적인 낭비요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서관의 경우에는 청주나 청원의 시설이 모두 문턱 없이 상호 개방돼 있다. 청주시 산하 도서관만 현재 6개에 달하기 때문에 청원군 어디에서도 접근성이 높기 마련이다. 그러나 으레 그러려니 하는 선입견 때문에 청주시의 도서관을 이용하는 군민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상황이다. 굳이 행정구역통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주민편익을 고려할 때 상호 이용률을 높여야할 필요성이 크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빌리는 곳이 아니다. 실제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개설돼 있다. 아무래도 도시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지역에서 효용성이 더 크다. 현재 청원군에는 1996년 문을 연 옥산도서관과 1989년에 개관한 청원도서관(미원면 소재)이 있다. 옥산도서관은 청원군이 직영하는 시설이고 청원도서관은 청원교육청 소속이다.

   
▲ 청주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 인프라가 취약한 청원군의 경우 도서관의 역할이 지대하지만 입지가 특정 읍면에 고립된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 청주시 도서관이 군민들에게도 문호를 열어놨지만 이를 아는 군민들은 많지 않다. 사진은 청원군립 옥산도서관의 영어회화 강좌.

두 도서관 모두 붐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용객들이 많았다. 옥산도서관의 경우 상용직(무기계약직)과 행정인턴 등 두 명이 현장근무를 하고 있는데, 하루 평균 100여명에 달하는 이용객을 감당하기에 버거워 보였다.

옥산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는 회원은 4200여명에 이르는데, 지난 3월에 책을 빌려간 사람만 일반 921명, 학생 879명 등 1800명에 달했다. 총 대출도서는 3340권, 열람도서는 3923건이었다.

취재를 위해 찾아간 10일 문화강좌도 문전성시였다. 이날 열린 주부대상 영어회화의 수강정원은 30명인데, 결석한 수강생은 없었다. 옥산도서관에는 이밖에도 논술, 글쓰기, 과학실험, 유아미술 등 5개 강좌가 개설됐는데, 130명 정원이 꽉 찬 상태다. 재료비를 제외한 수강료는 무료다.

청원교육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한 해 동안 5만7500명이 11만5000권을 빌리거나 열람했다. 서예, 민화, 컴퓨터, 생활영어, 다문화가정 등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국제결혼이 증가하는 농촌의 현실을 반영한 다문화가정 강좌에선 장 담그기 등을 가르친다고 하니 속된말로 먹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옥산도서관 이현순 사서는 “농촌지역 도서관이 한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다. 오히려 문화적인 이해와 요구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신규 도서구입과 문화강좌 개발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객 지역편중 영원한 숙제
문제는 두 도서관 모두 환상형(環狀形)을 이루고 있는 청원군의 구조상 ‘위치적 고립’이라는 태생의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옥산도서관의 경우 옥산면 주민 외에도 오창읍, 강내, 강외면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옥산주민일 수밖에 없다. 청주시 강서2동 주민들도 간혹 책을 빌리고 있지만 통계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사서는 “청주시가 문호를 열었기 때문에 우리도 청주시민들에게 책을 빌려주지만 이용객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미원에 있는 청원도서관은 더욱 고립돼 있다. 청원도서관 김석균 사서는 “미원주민 외에는 이용객이 없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청주지역 도서관들은 사방팔방으로 연접해 있다. 현재 청주시 소속 도서관은 용암동 시립정보도서관, 사천동 시립북부도서관, 수곡동 기적의 도서관, 영운동 청남어린이도서관, 복대동 시립서부도서관, 신율봉도서관 등 모두 6곳이다. 복대동의 두 도서관은 모두 올해 문을 열었고, 내년엔 수동에 시립상당도서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청원군의 등록회원 통계를 낼 수 있는 곳은 2003년에 개관한 시립정보도서관과 2007년 문을 연 시립북부도서관이다. 두 도서관의 회원 수는 지난 3월 말 현재 6만824명이고, 청원군에 주소를 둔 사람은 4.8%인 2910명이다. 청원군의 인구가 청주시의 20%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은 더부살이 수준인 셈이다.

시립정보도서관 유현주 사서는 “청원군민도 이용에 있어서 아무런 차별을 받지 않는다. 다만 아직 홍보가 덜 돼 있고 아무래도 시·군이 다르다보니 이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1년에 1억원 때문에…속 좁은 의원들
화장장이용료 청주·청원 동일적용 조례개정 연기
‘국회, 행정구역개편 논의 지켜보자’ 얄팍한 논리

 
‘청주·청원은 하나라면서 저승길 가는 노잣돈은 5배나 차이가 난다’ 청주시 산하 목련공원 화장장이 2007년 문을 연 뒤 청원군민들이 느끼는 자괴감이다. 현행 화장장 이용료(15세 이상 기준)는 청주시민 6만원, 청원군 등 관외지역 30만원이다.

청주시의회는 13일부터 열리고 있는 임시회에서 의원입법발의를 통해 청원군민들의 화장장 이용요금을 청주시민과 동일화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발의 과정에서는 의원 26명 가운데 21명이 서명을 했지만 상정을 앞두고 가진 간담회 결과 이를 당분간 미루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입법 발의를 추진했던 박종규 의원에 따르면 ‘일단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구역개편을 지켜보자’는 신중론 때문에 상정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행정구역개편과 관련해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통합도 어려운데 ‘국회 논의과정을 지켜보며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조례 개정에 대해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박종성, 박상인 의원은 “그런 것 갖고는 통합이 될 일이 아니다”라며 아예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원청주통합군민추진위원회’는 의원들의 이와 같은 태도에 대해 “정서적으로 청원군민을 포용하자는 취지에서 이를 건의했던 것인데 통합 성사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청주 화장장을 이용한 5191건 가운데 청주시민은 1359건(26%)이고, 청원군민은 462건(9%)이며 나머지 65%는 기타지역이다. 따라서 동일요금을 적용하는데 따른 비용부담은 연간 1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군민추진위 관계자는 “기타지역이 65%에 이르는 걸 봐도 이용료에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화장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동일요금을 적용한다고 이용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닐 텐데, 연 1억원 때문에 국회 논의를 지켜보자는 논리에는 솔직히 자존심이 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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