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그곳에 가면 환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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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그곳에 가면 환락이 있다
  • 김진오
  • 승인 2009.05.07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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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도시’ 이미지 사라지고 밤거리엔 현란한 네온사인만
가경·용암·봉명 등 구역별 차별화, 유흥지도 제작도 가능

충북대·청주대·서원대·청주교대·한국교원대·충청대·주성대···. 대학이 많다는 이유로 청주는 교육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외지인에게 청주의 모습은 교육과는 거리가 먼 유흥의 도시에 가깝다.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청주를 방문할 경우 멋들어진 가로수터널이 끝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동화속 마을을 연상케 하는 러브호텔 촌과 수많은 유흥주점 밀집지다.

   
▲ 청주시내 유흥업소들이 외곽 택지개발을 따라 상업지역으로 모여들더니 언제부터인가 밀집지 별로 차별화 돼 정착되고 있다.
시외, 고속버스터미널 주변은 룸싸롱으로 불리는 가요주점과 안마시술소, 남성휴게텔들이  병풍을 두른 듯 하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청주에 들어서보자. 청주산업단지와 하이닉스반도체의 위용, 여기에 40층이 넘는 초고층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지웰시티 등 발전하는 청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불과 2~3분도 지나지 않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왕복 6차선 대로 주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노래궁과 휴게텔들이다.

북부지역에서 들어와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그 세가 많이 꺾였다고는 하지만 밤이면 속칭 밤고개 니나노집들이 불그스레한 조명을 밝히고 취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남부 용암동 상업지역 또한 가요주점과 노래궁들로 화려한 밤거리를 수 놓고 있다.

젊은 상권 보다 많은 유흥가

교육의 도시 청주에 대학생들의 젊은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충북대 중문 상업지역과 청주대 앞, 서원대 후문 정도.

이 또한 ‘문화와 낭만이 공존’한다기 보다 학생들을 겨냥한 장삿속이 앞서는 유흥가에 가깝다. 서울 대학로에서 볼 수 있는 소극장과 같은 문화공간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반면 가요주점이나 노래궁, 비즈니스클럽 등의 간판을 내건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 등은 도심 곳곳에 밀집지역을 이루며 성업하고 있다.

외부로부터 차단된 화장실 딸린 밀실과 여성접대부를 고용할 수 있는 유흥주점만 청주시내에 194개에 이른다.

또한 밀실이나 접대부를 둘 수 없는 단란주점도 179개소나 되는데 이들 상당수도 사실상 유흥주점과 유사하게 영업하고 있어 실제 접대부의 시중을 받으며 밀실에서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청주에만 300곳 이상으로 추산된다.

특히 도우미를 통해 사실상 접대부 영업을 하는 일부 노래연습장과 휴게텔, 이발소, 안마시술소 등 성매매나 유사성행위가 이뤄지는 퇴폐업소 까지 포함한다면 줄잡아 500곳이 넘는 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흥이나 단란주점은 당국으로부터 철저한 관리와 지도를 받고 세금도 납부하지만 휴게텔 등 소위 변종 성매매 업소들은 원칙적으로 불법이기 때문에 관리는 물론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다. 특히 주택가 까지 파고들어 음성적으로 영업함으로서 파생되는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알만한 사람 다 아는 ‘유흥구역’

청주지역 유흥업소들은 밀집지 별로 특색을 갖추며 차별화 되는 등 산업으로 안착하고 있는 듯하다.
대표적인 지역이 흥덕구 가경동과 하복대, 봉명동, 상당구 용암동 등이다.

가경동과 하복대지역이 가요주점 등 유흥업소가 많은 가장 대표적인 지역으로 안마시술소나 남성휴게텔 등 관련 업소까지 들어서며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청주시내 관문임에도 불구하고 성인나이트클럽과 수많은 러브호텔도 성업하고 있어 도시 이미지 실추의 단골 주범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 유흥주점들의 주 고객대상이 기업 등의 접대 자리인 만큼 영업방식은 비교적 점잖다는 게 업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흥덕구 봉명사거리 부근 노래궁 밀집지는 접대부들의 서비스 수준(?)이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보다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한 업소 관계자는 “노래궁은 유흥주점으로 허가를 받아 노래방처럼 시간에 따라 봉사료를 계산하는 등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영업하는 형태다. 저렴한 주대와 봉사료를 보충하기 위해 접대부들이 팁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방법이 동원된다”고 귀띔했다.

나체쇼나 속칭 계곡주 등 가요주점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유행하던 퇴폐문화가 합쳐진 형태라는 것이다.

상당구 용암동 상업지역은 가요주점과 노래궁 등이 혼재해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가경동이나 하복대 상업지역이 조성되기 전에는 청주 최고의 유흥지역으로 꼽혔지만 상권이 상당부분 빠져나간 상태라고.

유흥가 택지개발 따라 음지에서 양지로
전 청와대 부속실장 접대 파문 등 연관 사건도

80년대까지 청주 최고의 유흥가는 상당구 방아다리와 밤고개, 흥덕구 사창동 일대 속칭 니나노 골목이었다. 당시에도 요정이나 룸싸롱 등이 성업했지만 지금처럼 밀집지를 형성하지는 않았다.

유흥주점이 밀집되기 시작한 것은 외곽 택지가 개발로 인해 신흥 상업지역이 형성되면서 부터다. 8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된 봉명동은 물론 가경과 하복대, 용암동 상업지역 모두 택지개발로 인해 조성됐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청주시 등이 택지개발에 참여하면서 상업지역에 대한 용도 규제를 사실상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지역에 유흥업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

음침한 뒷골목을 중심으로 성업하던 유흥업소들이 택지개발을 따라 도심 관문 등 양지로 얼굴을 내민 셈이다.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용암2지구나 산남3지구, 성화지구 등 2000년 이후 조성된 택지내 상업지역에는 유흥업소나 러브호텔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미 청주 도심 곳곳이 환락가로 전락해 버린 뒤였다.

유흥도시로서의 청주 이미지는 이들 업소와 연관된 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최근 서원대 교수들이 교비로 유흥업소를 출입했다는 시비에 휘말렸고 2003년엔 당시 청와대 부속실장이 청주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부적절한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전국적인 파장으로 이어졌다.

이밖에도 90년대 나이트클럽 이권을 둘러싼 조직폭력배들의 살인사건, 여성 윤락녀들의 동남아 마카오 인신매매 사건 등이 이어지며 청주는 ‘교육의 도시’ 대신 ‘유흥의 도시’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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