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가능성 열었으나 프로그램 속에 직지 담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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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가능성 열었으나 프로그램 속에 직지 담지 못해"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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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은 다 모여라’ 등은 호평, 추진위의 민간화·상설화 과제
공예비엔날레와 시기 비슷 행사 중 여기저기서 공사

  “축제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실질적으로 직지의 의미와 가치를 문화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직지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었으나 내용적으로는 직지를 프로그램속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교육과 학습도시를 지향하는 청주시의 이미지에 부합한 ‘현장학습 5학년은 다 모여라’ ‘고려퍼레이드’ ‘직지달맞이놀이’ ‘세계기록유산특별전’ ‘평생학습동아리발표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서울의 문화연대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문화위원회는 지난 9월 4∼7일까지 열린 ‘직지축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두 단체는 행사기간 동안 시민설문조사와 자체 평가를 통해 모니터를 실시했다. 이들은 평가보고서에서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았는데, 주최측 외에는 별도로 모니터를 하지 않는 타 행사에 비해 제3자가 평가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민참여형 축제, 취지 못살려”
모니터팀은 이외에도 문화산업진흥재단 관계자와 추진위원들의 문화행사 경험이 축제에 많은 도움이 됐고, 민간주도적인 축제기획 및 시민이 참여하는 아이디어 발굴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시민참여형 축제의 기획과 진행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총괄적인 기본계획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개별행사 주체들이 기획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집행단계에서 문제점을 노출시킨 것도 흠이라는 것.

이들은 또 “자발적인 주민참여는 축제 성공의 한 요인인데, 동별 경연대회는 각 동사무소를 중심으로한 동원행사가 주를 이뤘고, 그외의 시민참여 공모행사는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앞으로 동별축제와의 연계, 직지와 평생학습과의 연계 등 시민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처음 열린 직지축제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기존의 인쇄출판박람회와 시민의 날 행사가 폐지되면서 새롭게 태어난 이 축제는 9월 4일 ‘직지의 날’을 중심으로 전시, 공연, 강연,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시민의 날이 주관단체들의 자체 행사를 특색없이 치렀다면 직지축제는 ‘직지’라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소재로 테마가 있는 축제로 가꿔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관주도로 흘러가기 십상인 기존의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민간인을 중심으로한 직지축제추진위원회를 꾸린 점도 긍정적이라는 여론이다.

9명으로 치른 축제 ‘너무 힘들어’
강태재 직지축제추진위 집행위원장은 “축제를 통해 교육과 문화의 도시에서 학습도시로의 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야간위주 행사와 개막식을 새롭게 꾸며 시민주도형 축제를 새롭게 보여준 점, 직지를 핵심가치로 하는 주제형 축제의 개발, 자치단체와 기업 및 교육기관 등과 연계 모델을 제시한 점 등을 성과로 꼽는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특히 연극 ‘직지야 어디있니’와 어려서부터 책과 친해지게 만드는 ‘북스타트운동’, 직지를 전국화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 ‘현장학습 5학년은 다 모여라’ 등이 시민들에게 호평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행사 준비기간이 너무 짧고 예산과 실무인원 부족은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본격적으로 축제를 준비한 시간은 두 달밖에 안되고, 이미 예산편성이 끝난 시점에 행사계획이 확정돼 본예산이 아닌 추경예산에 편성되다보니 3억원으로 빠듯하게 치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문화연대 등 모니터팀은 이와 관련, 3억원외에 별도로 집행된 예산이 2억5천만원에 달했다고 전제하고 예산이 분산 집행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에 직지축제 실무자들은 청주시, 고인쇄박물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 차출된 사람과 민간인 등 9명으로 조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전문성을 가진 사람도 없고 실무선에서는 인원부족으로 애를 먹었다는 것. 하지만 앞으로는 홍보·기획·연출·행사운영 전문가를 따로따로 불러 하나의 팀을 만드는 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개막식 때도 망치소리” 문제
또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날짜가 너무 가까운 점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이다. 9. 10월에 대형 행사가 잇따라 열리다보니 시민들이 혼돈하기 쉽고, 준비하는 데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실제 얼마전 직지축제가 열리고 있는 청주예술의 전당 광장 한 쪽에서는 곧 있을 공예비엔날레 전시장을 짓느라고 야단법석이 나 관람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도 “직지축제와 공예비엔날레를 봄, 가을로 떼어놓아야 한다. 학생들 수천명이 왔다갔다하는 광장에서 다음 행사를 위해 공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4일 동안 시민 6만여명을 불러모은 ‘직지축제’는 체험코너와 먹고 쉴 수 있는 공간 확보, 홈페이지 구축, 직지예술상 제정 일원화 등의 과제를 남겼다. 또 행정기관에서는 예산과 행정력을 지원하고 민간에서는 창의성을 제공, 궁극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민간주도의 축제추진위를 상설기구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종관 충북민예총 사무처장은 “직지를 축제로 가시화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5학년은 다 모여라’ 등 몇 가지 프로그램이 발전 가능성을 열었다. 앞으로 여러계층이 참여하는 민간화와 상설화만이 대안이 될 것이다”며 “공예비엔날레와 일정이 뒤섞여 개막식할 때도 망치질 한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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