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묻고 사는 청주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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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묻고 사는 청주에게 묻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9.06.24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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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읍성 복원으로 ‘천년고도’ 정체성 찾아야
북문·성벽 상징적 재현, 역사적 랜드마크 기대

청주의 정체성을 찾아라/청주읍성 복원 공론화 필요
청주의 역사는 땅속에 묻혀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후세인들이 땅속에 묻어버렸다. 통일신라시대 서원경 치소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서기 930년 고려 태조 왕건이 청주에 행차에 나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역사적 유래가 분명한 청주읍성은 1910년대 일제가 시구개정사업(市區改正事業)이라는 명분아래 헐어버렸다.

박혁거세가 신라를 건국한 오봉 원년에 세웠다는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는 남석교는 1920년대 초까지 ‘청남교’라는 이름으로 남아 사람들이 건너다녔으나 대홍수 뒤 물길을 바꾸는 과정 속에서 점차 매몰돼 지금은 아스콘으로 포장된 도로 밑에 묻혀있다.

   
▲ 2003년 청주읍성 복원을 추진했던 장현석 청주문화원장이 북문 터 앞에서 북문과 성벽 일부를 상징적으로 재현하자는 논의를 공론화해야 한다며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이를 일제의 만행이라고 치부해버리면 우리의 공업(共業)은 사라지는 걸까? 그렇지 않다. 불과 3년 전인 2006년 9월, 청주시 서문동에 복합상영관을 짓는 과정에서 조선시대 청주 관아의 객사 건물지가 발견됐지만 잠시 주저함 끝에 묻어버리고 계획대로 주차용 건물을 건립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심의위원회는 ‘유구는 복토해 보존하고 상부구조물 공사(3층 주차장)는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 고상한 표현을 풀어보면 ‘그냥 못 본 척하고 땅에 묻는다’는 것이다.

천년고도 청주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중에 하나가 청주읍성을 상징적으로라도 복원하자는 움직임이었다. 이는 나기정 전 청주시장이 재임했던 2003년에 절정을 이뤄 복원과 관련한 일부 예산이 반영되기도 했으나 투융자심사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유야무야됐다.

그러나 당시 복원에 가장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됐던 현무문(북문) 터 인근에 결국 건물을 신축하는 것을 계기로 더 늦기 전에 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읍성의 4개 문루 가운데 상징적 복원이 가장 용이한 것은 성안길의 북쪽 입구(수아사 앞)에 있던 현무문(북문)이다. 정확한 문의 위치는 도로 앞으로 약간 튀어나와 있었지만 이를 조금만 들여 짓고 성벽도 현재 시유지인 녹지 위에 복원하면 약 105m에 걸쳐 재현이 가능하다. 정확한 성벽의 위치는 현재 인도가 돼버렸지만 어차피 상징적 복원, 즉 재현의 성격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2003년 5월15일 청주 성안동사무소에서는 청주읍성의 상징적 복원에 따른 기본 설계용역과 관련해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당시 발제를 맡았던 청주대 박물관 박상일 학예연구사는 “역사도시의 이미지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이 읍성이고 이를 원형대로 복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이미 건물이 들어선 상황에서 원형대로 복원하는 것이 여건상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선의 방안으로 성곽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도록 성문과 성벽 등의 일부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당시의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당시 성문 및 성벽 일부 복원과 관련해 기술적 토대를 제공했던 장현석 (주)현석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는 현재 청주문화원장이다. 장 원장은 “청주가 고도라는 것을 무엇으로 입증하겠냐”며 “지금이라도 이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 원장은 “청주읍성의 정문이라고 할 수 있는 남문(남문로 청주약국 앞)을 복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복원의 효과나 용이성을 고려할 때 우선 북문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문의 위치가 청주대교를 건너 상당공원으로 오는 청주의 주도로 변에 있어 시각적인 효과가 가장 크고, 도청방향으로 시유지인 녹지(노변공원)가 있기 때문에 성벽을 쌓는데 따른 토지매입이 필요 없어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문 및 성곽복원 30억이면 가능  
그렇다면 북문 및 성벽 일부를 복원하는데 드는 예산은 얼마나 필요할까? 먼저 성문의 경우 건물의 기둥에서 네 귀 추녀까지의 거리를 2m40cm로 정도라고 볼 때 건축에 필요한 소요면적은 가로 22m, 세로 7m 정도면 충분하다. 따라서 서쪽 추녀가 구 화신양화점(현 옷가게 디바)에 걸리게 되므로 이 건물만 매입하면 되는데 다행히 약 40㎡(12평)정도의 이 건물이 단독 필지라서 매입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할 것으로 추정된다.

42㎡(13평)크기의 문루의 세우는데 드는 비용은 10억원 남짓이기 때문에 토지매입비를 포함해 성문을 복원하는 비용은 15억원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에 시유지인 노변공원에 높이 4m, 두께 2m 규모로 약 100m에 걸쳐 성벽을 쌓는 비용까지 더해도 30억원 정도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문루의 양 옆에 놓이게 될 지하상가 출입계단은 성벽 안으로 집어넣는 설계가 가능하다. 

장 원장은 “전주는 풍남문과 객사를 복원했고, 강릉과 제주는 시내 한복판의 건물을 털어내고 관아를 복원했다. 시유지를 활용해서 역사도시 청주의 랜드마크를 만드는 일에 30억원 정도를 쓰는 것은 결코 아깝지 않은 투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원장은 또 “장기적으로는 현재 청주 도심의 인도가 돼버린 읍성의 성벽자리에 보도블록 대신 성돌을 깔아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내는 시민운동을 벌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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