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만 땅 사란 법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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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꾼만 땅 사란 법 있나요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9.06.24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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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흥이 거점으로 내셔널트러스트운동 확산
포도밭 1009㎡ 매입하고도 1390만원 확보

청주의 정체성을 살리자
불붙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옥타비아 힐’ 등 영국의 활동가들이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의 소유권을 사회적으로 취득하기 위해 1895년 시작한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운동이 청주에서도 불붙고 있다.

   
▲ 두꺼비 최대 서식지인 원흥이 방죽 일대의 환경보전을 위해 시민의 힘으로 땅을 사는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1차 포도밭을 매입했고 2,3차 대상지를 매입하기 위한 모금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사)두꺼비친구들(대표 허원)과 한국내셔널트러스트(공동대표 김홍남.양병이)는 지난 5월20일 청주시 산남동 두꺼비생태문화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원흥이 방죽’ 주변의 두꺼비 핵심 서식지역 확보를 위한 매입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2,3차 대상지를 매입하기 위한 기금조성이 순풍에 돛을 단 듯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한마디로 말해 난개발의 삽날로부터 생태, 문화적 가치가 높은 경관지역을 시민의 성금으로 매입하는 일종의 자연신탁운동이다. 쉽게 말하면 개발예상지역 곳곳에 ‘알박기(?)’를 해서 이를 저지하는 것이다.

지난 5월 계약을 체결한 두꺼비 핵심 서식지역은 원흥이 방죽 위에 있는 1009㎡ 면적의 포도밭으로, 두꺼비 서식지 보전에 호의적인 토지 소유주와 원만한 합의를 통해 5월14일 계약이 성사됐으며, 당일 계약금 1000만원, 최근 중도금 5000만원이 건너갔다. 매입가는 6000만원으로, 7월14일 잔금 1000만원을 치르게 되면 한국내셔널트러스트로 소유권이 이전되고, (사)두꺼비친구들은 관리운영권을 갖게 된다.

   

알려진 대로 토지매입에 필요한 자금조성은 2005년 9월부터 시작된 ‘원흥이 땅 한 평 사기 운동’에서 비롯됐다. 농약을 사용하는 포도밭으로 인해 원흥이방죽의 수질이 악화되는데다, 이곳이 두꺼비의 최대 서식지라는 점에서 이른바 ‘구룡산 트러스트운동’을 벌이게 된 것이다.

원흥이 방죽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꺼비 서식지역으로 2003년 ‘두꺼비 살리기 운동’을 시작해 1년 9개월 만에 토지공사와 두꺼비 생태공원 조성에 합의했으며, 2005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하는 ‘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꺼비 마시면 두꺼비 기금 25원
1구좌에 5000원씩 한푼 두푼 모은 돈이 1200만원에 이르게 되면서 두꺼비친구들은 이 돈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기탁했고, 부족한 4800만원을 내셔널트러스트의 기금으로 보태 매입이 성사된 것이다.

박완희 (사)두꺼비친구들 사무국장은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난개발을 막기 위한 환경운동의 유효한 수단이 됐다”며 “도내에서 처음으로 이를 성사시킴으로써 두꺼비 서식지를 지키고 보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첫 사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2,3차 대상지를 매입하기 위한 운동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구좌 모금과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적립한 구룡산 트러스트 통장의 잔고는 390만원이고, (주)진로 청주지점이 올 연말 안에 1000만원을 기탁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1390만원을 확보한 상태다.

진로의 기금 기탁은 두꺼비를 상표로 내세운 진로소주가 자사 상품인 참이슬을 마시고 병뚜껑을 모아 오면 개당 25원을 이 일대 두꺼비 서식지 보전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주)진로 청주지점과 환경단체 (사)두꺼비친구들은 지난 18일 청주시 산남동 두꺼비생태문화관에서 기금 조성 협약을 맺었으며, 산남동 8개 아파트 단지와 34개 협력 상가가 병뚜껑 모으기에 나설 예정이다.

두꺼비친구들 박완희 사무처장은 “두꺼비를 회사 상징으로 사용해 온 진로가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협약에 이르게 됐다”며 "앞으로도 서식지 보존을 위해 상호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꺼비친구들이 앞으로 2,3차 매입에 나설 대상지는 방죽 인근 대체습지 위의 밭과 농촌방죽 위에 있는 논이다. (사)두꺼비친구들 허원 대표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협력을 통해 원흥이 두꺼비 서식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매입과 복원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가 박완희가 추천하는
“에코-미래를 위해 이 땅도 삽시다”

원시 숲 생태계가 온전히 남아 있는 내암리
청원군 가덕면 진로석수 공장 위쪽에 위치한 내암리 계곡은 사시사철 다양한 계곡 생태계를 접할 수 있는 곳이기에 오래전부터 생태교육단체들의 현장교육 장소로 활용돼 왔다. 이른 봄 도롱뇽과 산개구리의 산란을 시작으로 참개구리, 무당개구리, 꼬리치레도롱뇽, 허파 없이 피부호흡만을 하는 세계적 희귀종인 이끼도롱뇽까지 서식하고 있어 청주권 최대의 양서류 서식지로 그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내암리 계곡에는 사방댐이 건설되고, 여름철에는 천렵 장소로 사람들의 접근이 많아지면서 원시적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 관계당국에서 생태계보전지구 지정 등 보전대책이 시급히 필요한 지역이다.

   

‘국내 최고의 유전자원 보고’ 달래강 괴산호

괴산댐에 의해 만들어진 충북 괴산군 칠성면 일대의 괴산호는 지역일간지 충청타임즈의 보도에 의해 그 신비한 가치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천연기념물 까막딱따구리와 하늘다람쥐, 어름치, 황쏘가리, 수달, 매, 수리부엉이, 올빼미, 망개나무, 삵, 구렁이 등 20종의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괴산군과 농촌기반공사에서 진행한 산막이 옛길조성 공사 등으로 생태계 훼손 우려가 지적되기도 했던 괴산호 일대는 학계에서 일컫듯이 ‘국내에 유례없는 생태섬(Eco-Island)’이다. 따라서 연구 가치와 보전 필요성이 높은 곳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길이 남겨줘야 할 생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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