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침묵하면 돌들이 일어나 소리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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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침묵하면 돌들이 일어나 소리치리라
  • 충북인뉴스
  • 승인 2009.06.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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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청주 송절중 교사

   
“너희가 침묵하면 돌들이 일어나 소리치리라”고 하신 성경말씀처럼, 시국선언이 줄지어 이어지고 있다.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에 이어 종교인·법조인·작가, 심지어 청소년들까지… 지난 18일에는 전교조 교사 1만7천 명이 정부의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강행했다.

교과부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엄벌하겠다고 하는데, 당초 시국선언을 시작한 서울대 교수들은 두고 유독 전교조에 대해서만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넌센스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문제는 ‘선언’이 아니라 소리칠 수밖에 없는 ‘시국’에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이‘시국’을 들여다보자.

지난 5월 초, 경찰은 서울광장을 비롯해 서울시내 곳곳에 대규모 인력을 배치하고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강제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일반 시민은 물론 일본인 관광객까지 구타하고 연행해 갔다. 시청광장 잔디밭에 앉아 계란을 먹던 중 연행되기도 하고, 페스티벌 개막식 구경을 왔다가 연행된 시민도 있었으며, 명동에서 여자 친구를 기다리다 연행된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10대 소녀들도 연행되어 48시간을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이런 보도로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비판적 언론은 탄압을 받는다. YTN의 기자들은 MB의 대선특보를 지낸 사장을 반대하다가 해고당하고 고발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정권에 비판적이라고 찍힌 KBS의 <시사투나잇>은 결국 이름을 바꾸었고, YTN의 <돌발영상>은 한동안 제작이 중단되었다.

지난 4월, 검찰은 '광우병 쇠고기'를 방영한 <PD수첩> 제작진을 전원 체포했다. 검찰의 기소내용을 보면 <PD수첩>의 제작진들이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악의를 가지고, ‘광우병 쇠고기’ 사실을 왜곡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공평성을 잃은 방송을 함으로서, 결국 촛불시위를 선동했다는 취지이다.

바꾸어 말하면,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나왔던 사람들은 <PD수첩> 방송의 잘못된 선동에 속아서 부화뇌동하여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런 삐뚤어진 시각에 있다.

각계의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오늘의 이 시국은, 광장 히스테리로 드러난 현 정권의 소통 장애로 인해 야기된 것이다. 서울광장을 전경버스로 쌓아 막아버리고, 노대통령 추모제와 6월항쟁 기념제마저도 불법집회라며 봉쇄해버리는, 소통을 거부하고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독선과 오만이 횡행하고 있다.

용산 철거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강경진압,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표적수사, 해외도피중인 한상률 국세청장을 비판했다고 파면당한 국세청 직원, 진압용 방패에 찍혀 거리에 쓰러지는 촛불을 든 시민들... 공권력의 가면을 쓴 파렴치한 폭력이 도처에서 넘쳐나고 있다.

새삼 교과서에 나오는 민주주의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름, 즉 다양성과 차이를 전제로 한다. 이러한 서로 다름이 갈등을 피하고 조화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광장과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즉 민주주의란 이러한 소통을 통해 서로 다른 것끼리 합의를 찾아내고 조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오늘 이‘시국’을 과연 민주공화국이라고 부끄럼없이 말할 수 있을까?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중국의 만리장성과 로마의 가도를 예로 들어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역사적으로 비교하고 있다. 한쪽은 장성을 건설함으로서 문물의 소통을 차단하였지만, 다른 한쪽은 가도를 건설하여 문물의 소통을 촉진하였다. 두 민족의 이 같은 사고방식의 차이는 결국 중국과 로마라는 두 강국의 운명까지 결정했다. 이제라도 광장을 열고, 국민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개방적 자세를 가질 것을 외치는 소리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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